[코로나19 이펙트] ⑤코로나19 불똥 튈라...몸 사리는 동남아 국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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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라 기자
입력 2020-02-14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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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짜 질병은 코로나19가 아니라 '공포'라는 병"...바짝 엎드린 동남아

중국이 야심 차게 추진 중이던 신(新) 실크로드 전략인 '일대일로'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악재에 막혔다. 

지난 2013년 시진핑 중국 주석은 육로와 해상을 연결해 국제적 영향력을 넓히겠다며 야심 차게 일대일로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과 중앙아시아, 유럽을 연결하는 '실크로드 경제권'을 형성하겠다는 게 그의 포부였다. 사실 일대일로는 실질적인 개념이 아니다. 중국이 동남아, 유럽 등 국가에 협력과 개발을 제안해 글로벌 경제 리더로 우뚝 서겠다는 게 주요 골자다.

전망 역시 장밋빛이었다. 시 주석은 일대일로로 중국 기업의 해외투자 진출이 급격하게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시 중국 글로벌 투자기업인 중국민생투자증권은 일대일로에 관련된 인프라 사업 규모가 1조400위안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실제로 일대일로 프로젝트 초기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에서는 중국 주도의 철도와 도로, 항구 등 기반시설 건설이 활발히 이뤄졌다. 동남아 국가 대부분이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어 인프라 구축이 쉽기 때문이다. 미국과 패권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에 일대일로는 글로벌 경제 대국으로 우뚝 설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래픽=연합뉴스]


그러나 시 주석의 계획은 얼마 못 가 제 속도를 잃었다. 지난 2018년 하반기 6개월 동안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10개 회원국에서 시작된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12건에 그쳤다. 2017년 같은 기간 아세안 회원국에서만 33건의 프로젝트가 진행된 것과 비교해보면 절반에도 못 친다. 심지어 지난 2018년 태국과 베트남에서는 신규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아예 진행되지 않았다.

프로젝트가 제 속도를 내지 못하자 투자액 역시 눈에 띄게 줄었다. 지난 2018년 중국과 동남아시아 국가가 일대일로를 위해 맺은 투자·건설 계약액은 2017년보다 49.7% 급감한 192억달러에 그쳤다. 201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초반에 무리하게 대형 사업을 펼친 탓에 대외 채무 역시 급증했다.

이처럼 시 주석의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내림세를 나타내는 가운데 중국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까지 겹쳤다. 이 때문에 캄보디아와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에서 야심 차게 진행되던 일대일로가 완전히 동력을 잃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상대적으로 인프라가 부족한 동남아 국가들은 사회간접자본(SOC) 구축, 철도 사업 등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은 최근까지 캄보디아를 중심으로 미얀마·라오스·태국 등 메콩강 권역 국가들을 일대일로 전략의 거점 지역으로 삼고 도로·댐 등 인프라 구축사업을 집중적으로 지원했다. 이처럼 높은 의존도 때문에 사회간접자본(SOC)이 절대 부족한 동남아 국가들로선 코로나19 여파로 사업이 중단될 가능성을 신경 쓸 수밖에 없다.

특히 한 차례 철도사업 무산위기까지 갔던 말레이시아는 코로나19 불똥이 튀지 않을까 더욱 노심초사하고 있다. 앞서 말레이시아는 중국 주도로 동부해안철도(ECRL) 사업을 추진하다 지난 2018년 5월 무산 위기까지 갔었다. 중국 관련 사업비가 부풀려지고 수익성이 의심된다며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가 공사를 중단시켰기 때문이다.

당시 중국과 말레이시아는 최대 무역파트너로 말레이시아 철도 사업으로 동부 해안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당시 양국은 철도 사업으로 중국에서 말레이시아를 찾는 관광객 수가 300만명에서 두 배 이상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중국 경제 의존도가 높은 동남아 국가들은 코로나 사태로 중국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사리는 분위기다. 훈센 캄보디아 총리는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진짜 질병은 '공포'라는 병이지 코로나19는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동남아 국가는 자칫 강력한 대응에 나설 경우 중국의 반감을 사게 될까 우려하고 있다.

한편 '일대일로(一帶一路)'는 중국이 추진 중인 신(新)실크로드 전략이다. 중앙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육상 실크로드(일대)와 동남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해상 실크로드(일로)를 뜻한다.
 

훈센 캄보디아 총리[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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