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소프트뱅크]②'앤젤이냐 버블 원흉이냐'...손정의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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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미 기자
입력 2020-02-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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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망한 스타트업에 생명줄을 대는 앤젤이냐, 스타트업 버블을 만드는 원흉이냐.'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을 보는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유망한 스타트업을 쏙쏙 골라내 '마이더스의 손'으로 불리던 손 회장이 잇따른 투자 실패로 거액의 손실에 직면하면서 손 회장의 명성이 흔들리고 있는 것. 전문가들은 그 이유를 손 회장의 투자전략에서 찾고 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손 회장은 '감'을 믿고 과감한 베팅을 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손 회장이 2000년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을 만나 불과 6분 만에 2000만 달러(약 22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한 건 유명한 일화다. 당시 손 회장의 과감한 베팅은 알리바바가 중국 최대 IT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손 회장의 투자금도 현재는 7000배 늘어난 1400억 달러까지 불어났다.

그러나 모든 투자가 알리바바 같지는 않았다. 사무실 공유업체 위워크가 대표적인 실패 사례다. 뉴욕매거진에 따르면 손 회장은 2017년 뉴욕 위워크 본사를 12분 동안 둘러본 뒤 애덤 뉴먼 당시 위워크 CEO를 차로 데리고가 아이패드로 계약해 44억 달러 수표를 끊어줬다. 손 회장은 위워크가 수천억 달러 기업이 될 것으로 믿었다고 한다. 소프트뱅크는 잇따른 투자를 통해 위워크 몸값을 470억 달러까지 높여놨다. 그러나 위워크는 지난해 상장에 실패하면서 기업 가치가 80억 달러까지 곤두박질치며 소프트뱅크에 막대한 손실을 입혔다. 뉴먼은 위워크에서 퇴출됐고 소프트뱅크는 추가 구제금융을 지원해야 했다. 

투자실패는 위워크로 끝나지 않았다. 차량 공유업체 우버와 기업용 메신저 슬랙은 상장 후 미래 수익에 대한 의구심 속에 주가가 추락했다. 로봇 피자업체 줌피자는 대규모 감원을 발표했고 온라인 슈퍼마켓 브랜드리스는 폐업을 선언했다. 반려견 서비스 애플리케이션 웨그의 경우 소프트뱅크가 갖고 있던 지분 절반을 사들인 금액보다 낮은 금액으로 웨그에 되팔기도 했다.

잇따른 실패에 손 회장의 투자전략도 도마에 올랐다. 수익보다 회사를 빠른 속도로 키워 시장 장악을 우선시하는 이른바 '블리츠스케일링(blitzscaling)' 전략이다. 손 회장이 거액의 투자를 결정하기 전 회사의 매출, 수익, 성장 가능성을 두루 살피는 과정을 던져버린 채 과잉 투자를 하는 게 문제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준비가 되지 않은 스타트업에 필요 이상의 돈을 쏟아붓는 게 되레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웨그가 당초 유치하려던 투자액은 7500만 달러 정도였지만 소프트뱅크가 투입한 돈은 그 4배에 달했다. 세계 최대규모 비전펀드를 등에 업고 회사가 가진 역량에 비해 기업 가치를 과다하게 높이면서 스타트업 버블을 부추긴다는 비판도 나왔다.

블룸버그는 최근 오피니언을 통해 손 회장은 "앤젤이 아니다"라며, 손 회장이 명성을 되찾기 위해선 앤젤 투자자의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초기 단계에 있는 스타트업에 소규모로 투자해야 한다는 것. 이미 제품과 브랜드 인지도와 시장 리더십이 있는 회사에 돈뭉치를 푸는 '허세'를 억제하고 보다 작고 가볍고 빠르게 움직이라는 주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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