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송인권 부장판사)는 14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임 부장판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로써 지금까지 '사법농단'으로 1심 재판을 받은 전·현직 판사 5명이 모두 무죄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임 부장판사의 행위에 대해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지만 직권남용으로 볼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여지가 없다"고 판단했다.
부적절한 재판 관여로 평가된 공소사실을 법원이 모두 인정하고도 무죄를 선고한 만큼 '제 식구 감싸기' 아니냐는 논란이 뒤따를 가능성이 제기된다. 아울러 검찰이 1년 가까이 수사를 하고도 증거 사이의 인과관계를 증명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수사가 미진했다'는 지적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가토 다쓰야 '세월호 7시간' 무죄 개입 사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소속 변호사들의 체포치상 판결 개입 사건 ▲프로야구 선수 원정도박 약식명령 개입 사건 등이 있었던 사실을 인정하면서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는 반헌법적인 행위'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징계대상'은 되지만 '형사처벌 대상'은 아니라고 결론내렸다. 수석부장판사에게는 다른 법관들을 감독할 수 있는 권한이 아예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직무감독권이 조금이라도 있었거나 위임을 받았다면 모르지만 전혀 없는 상태라면 '직권' 자체가 존재하지 않아 '남용'도 할 수 없다는 것.
재판부는 "대법원장 등 각급법원장 등은 소속 공무원을 감독"할 수 있지만 수석부장판사에게는 그런 권한이 없고 "부득이한 사유가 있을 때 형사수석 부장판사에게 권한을 일임"할 수 있지만 임 수석부장판사가 위임을 받았다고 볼 근거도 없다고 설명했다. .
"수석부장에게 사법행정권을 관행적으로 담당하게 하였더라도 법원조직법상 근거조항이 없고, 법원내규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보기에 따라 법원장이 같은 행동을 했다면 처벌할 수 있었겠지만 수석부장판사는 처벌대상이 아니라는 취지로도 읽힌다.
재판부는 '위헌적 행위'이기 때문에 징계대상은 되지만 재판부는 "위헌적이라는 이유로 직권남용의 형사 책임을 지우는 것은 불리하게 죄의 구성 요건을 확장 해석하는 것으로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고 못 박았다.
박지훈 변호사(법무법인 디딤돌)는 "법원이 부분적으로 위헌적인 행위가 있다는 걸 인정했지만 이를 법률로 처벌하기에는 구성요건에 맞지 않다"며 "이는 수석부장판사에게는 판사를 감독할 직권이 존재하지 않는 데다가 위임을 받았다고 볼 근거도 없기 때문에 징계대상이 될 수는 있으나 처벌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인과관계 인정 안 돼"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재판관여행위와 각 판단 결정 사이에 인과관계 인정이 부족하다."
재판부는 가토 다쓰야 무죄개입 사건 등 검찰이 제출한 증거에 대해 설명하며 이같이 밝혔다.
재판부는 앞서 "검찰이 제출한 증거에 따르면 피고인은 2015년 2~3월경 대법원 측 요청으로 가토 다쓰야 사건을 담당한 재판장에게 '무죄를 선고하되 가토 다쓰야 행위는 잘못됐다'는 취지를 분명히 밝히라고 말한 사실 등은 그 자체로 법관의 독립성을 침해한 행위로 위헌적"이라고 밝혔다.
직권남용과 관련해서도 "기소로 결론난 사건을 약식명령 발부로 번복하는 과정에서 담당 실무관에게 관련 직무를 집행하게 한 행위는 판사 결정 내용에 따른 후속 절차 및 직무 집행을 담당하는 실무관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근 직권남용과 관련해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 행사를 방해하는 죄"라는 범죄 성립 요건 중 '의무 없는 일'을 엄격히 따져봐야 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단을 인용한 것. 사실상 이에 대한 증명이 부족하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는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 부장판사로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지만 직권남용 범죄로 볼 수 없다. 이 사건의 공소사실은 모두 범죄 증명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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