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사립대 비리 구조적…‘사립대학법’ 만들어 척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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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민 기자
입력 2020-02-17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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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립학교법 위반해도 처벌은 주의·경고 ‘솜방망이’ 수준

  • ‘교피아’ 재취업 지원 등 교육부·사립대 유착관계가 원인

  • “처벌않는 교육부 감사해 달라” 감사원에 공익감사 요청

  • 사립학교법으로 법률체계 미흡… ‘사립대학법’ 제정 필요

“우리나라 사립대는 정말 문제가 많습니다. 교육부가 2018년 이후 30여개 사립대를 감사했고 모든 대학이 사립학교법을 어긴 것으로 드러났죠. 그런데도 1개 대학만 형사고발 했습니다. 나머지 대학엔 주의, 경고로 솜방망이 처벌을 했어요. 교육부가 감사해도 개선되는 건 없습니다. 감사한 대학 구성원의 불만은 오히려 커집니다. 그래서 비리 사립대를 처벌하지 않는 교육부를 감사해 달라고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요청했죠.”

김용석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사교련) 이사장은 취임 후 1년을 보내며 작년 6월 비위 사학을 적극적으로 처벌하지 않는 교육부 감사관실을 감사해달라고 요청한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그는 교육부의 솜방망이 처벌의 이유로 이른바 ‘교피아’와 사립대의 유착관계를 가장 먼저 꼽는다. 교육부의 무책임한 사립대 감사는 퇴직 교피아 때문인데, 사립대들이 이들에게 재취업 자리를 제공하는 구조여서 그렇다.
 

김용석 한국사립대학교수연합회 이사장 인터뷰[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9년까지 교육부의 감사를 받은 339개 사립대에서 회계 부정은 4528건, 비위 금액은 4177억원에 이른다. 비위 행위자의 90% 이상이 사실상 징계로 보기 어려운 ‘경고’, ‘주의’ 처분을 받았다. 교육부가 비위 사립대를 검찰에 고발하거나, 수사 의뢰한 것 중에선 41%가 증거 불충분으로 처벌받지 않았다.

사교련의 공익감사 요청에 감사원은 그해 9월 공문을 통해 “감사 활동의 독립성이 보장된 자체 감사기구의 독자적인 판단과 처분은 최대한 존중해야 함을 고려할 때 교육부가 과소한 처분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보기는 곤란하다”면서 “교육부 관료 출신이 사립대 총장이나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교육부와 사립대 간 모종의 유착관계가 있다거나 사립대 감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김 이사장은 “답변서를 보고 사학 법인의 부정과 비리에 관한 한 교육부와 감사원은 한편이라는 잘못된 현실만 확인했다”면서도 “그나마 감사원이 사학 비리 유형에 따른 양형 기준을 만들 것이라고 답한 점은 유의미하다”고 말했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교직원이 1000만원 이상 횡령하면 바로 형사고발 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사립대들은 교육부 감사에 적발되면 ‘주의’ 등 경징계를 주거나 환수 조치하고 사안을 종결한다. 양형 기준이 만들어지면 모호한 법 적용이 엄격하게 바뀔 수 있다.

교육부 감사실 감사 요청을 비롯한 사교련의 꾸준한 사학 비리 해결을 위한 활동은 작년 7월 활동을 종료한 교육부 산하 사학혁신위원회(사학혁신위)의 백서에서도 확인된다. 2017년 12월 출범한 사학혁신위는 1년 5개월 동안 교육부의 조사·감사 결과 사례를 분석해 사교련이 그동안 주장한 △사학 임원의 책무성 강화 △사학 교원의 교권 향상 △사학의 공공성 강화 및 사학 혁신 등을 포함한 10가지 제도 개선 권고안을 냈다.

김 이사장은 “사학은 그야말로 비리백화점”이라면서 “사학 비리가 특정 대학의 일탈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고, 사학 비리는 개인 비리를 넘어 조직적으로 행해지고 있다는 점이 만천하에 드러난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김용석 한국사립대학교수연합회 이사장 인터뷰[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사립대가 고등교육 85% 담당…“불투명한 거버넌스 구조로 사학 비리 만연”
해방 이후 고등교육의 한 축을 담당한 사립대학은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85%를 담당한다. 하지만 대학 법인 설립자의 친인척이 총장으로 취임한다거나 재단 이사들의 불법적인 이탈 행위로 대학 구성원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가 늘고 있다. 사학의 순기능보다는 역기능이 커지고 있고, 교육부의 관리·감독도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

김 이사장은 “사립대학 설립자가 세상을 뜨고 나면 설립자의 숭고했던 교육·건학 이념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설립자의 2세, 3세가 대학을 사유화한다”면서 “경영을 모르는 무능력한 이들을 총장 자리에 앉히고 법인에 협조적인 교수들에게 보직을 주면서 인사 비리, 회계 부정이 생겨나고 그렇게 대학이 망가져 가고 있다”고 일갈했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한다(서울에서 거리가 먼 대학부터 사라질 것)’는 소리는 대학가에 공공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진다. 사립대에 정부 지원이 절실하지만, 김 이사장은 사립대와 교수사회의 자정이 먼저라고 꼬집었다.

김 이사장은 “교수 사회를 포함해 대학에 만연한 부정, 부패, 비리를 먼저 제거하는 것이 우선”이라면서 “갑질 교수, 연구 부정 교수는 물론 대학과 법인이 비리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국민은 국고로 사립대를 지원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먼저 사학 혁신을 위한 사립대학법이 만들어지고 과감한 재정 투자로 대학이 연구할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일부 법인은 연구와 교육보다 학생 모집이 더 중요하다면서 교수들을 학생 모집하고 취업하는 데 내몰다 보니 교수, 학생, 대학 모두가 열악한 상황”이라면서 “유능한 인재들이 대학으로 오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면 국가 연구·개발(R&D)이 무너지게 되고 10년 이내에 국가는 발전 동력을 상실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회원들이 20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교육부 감사관실을 감사해달라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오른쪽 네번째가 김용석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이사장.[사진=윤상민 기자]

◇“현 사립학교법은 어른에게 어린아이 옷 입힌 꼴”
현 사립학교법을 두고 김 이사장은 “어른에게 어린아이 옷을 입힌 꼴”이라고 표현했다. 사립학교법은 유치원부터 초중등학교와 대학 이상의 고등교육기관에 대한 규정을 함께 포함하고 있다. 사립학교법은 개정과 재개정을 거듭했지만, 대학 종류만 구분돼 있을 뿐 대학 본연의 기능인 교육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 사교련은 고등교육에 대한 법률체계를 갖추기 위해서라도 ‘사립대학법’을 따로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 이사장은 “법인장이 수십 수백명의 원생이 있는 유치원 원장을 겸임할 수는 있겠지만, 수천명의 학생, 교직원이 있는 대학 총장을 법인 마음대로 임명하면 대학 거버넌스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 이사장은 지난 7일 열린 조선대 세미나를 시작으로 올해는 영호남 지역 교수들의 만남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김 이사장은 “영호남 교류에서 지역 갈등이 없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고, 국민이 그런 정서에 젖어 있다는 건 굉장히 불행한 일”이라면서 “교수회들이 지역 갈등을 해소하는 데 앞장설 수 있도록 교류를 많이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용석 한국사립대학교수연합회 이사장 인터뷰[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김용석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이사장은
△부산대 영문학과 △동 대학원 영문학 석사 △미국 텍사스 주립대(오스틴) 대학원 영어교육학 박사 △대학정책학회 편집위원장 △대학정책학회 고문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이사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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