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LG화학 등 LG그룹 내 주요 5개사가 공동출자한 벤처투자사가 이스라엘 사이버 보안 스타트업에 투자를 단행했다. LG는 디스플레이, 인포테인먼트, 통신 등 전장(자동차 전자부품) 분야에 전사적인 역량을 결집해, 성장하는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 주도권을 잡는다는 방침이다.
◆ 모빌리티 스타트업 투자 줄이어
16일 업계에 따르면 LG테크놀로지벤처스(이하 LG테크벤처스)는 최근 이스라엘 스타트업 ‘딥인스팅트(Deep Instinct)’가 진행한 4400만 달러(약 520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에 참여했다. LG는 밀레니엄 뉴 호라이즌스, 영국 벤처캐피탈 언바운드, 엔비디아(NVDIA)와 함께 투자했으며 정학한 투자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LG테크벤처스는 2018년 5월부터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유플러스, LG CNS까지 총 5개 계열사가 출자한 총 4억2500만 달러(약 5000억원) 규모 투자 펀드를 운용 중이다.
LG테크벤처스는 그동안 △어메이즈VR(가상현실 플랫폼) △라이드셀(자율주행) △메이모빌리티(셔틀 자율주행) △아이캔디랩(증강현실 플랫폼) 등 모빌리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통해 미래 먹거리 발굴에 나서고 있다.
딥인스팅트는 인공지능(AI)의 핵심인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악성코드와 랜섬웨어를 예측하고, 예방하는 기술을 보유했다. AI가 스스로 공격 패턴을 학습해 코드를 감지하기 때문에, 보안 능력이 탁월하다. LG전자는 딥인스팅트와 자율주행차에 들어갈 보안시스템 분야 협업에 나설 전망이다.
무선 이동통신으로 연결되는 ‘커넥티드카’에는 전장 부품이 대거 탑재되면서 자동차 보안은 생명과 직결되는 중요한 분야로 떠올랐다. LG전자는 2018년 1월 미국 하니웰과 ‘차세대 차량용 보안 솔루션 공동개발 협약’을 체결하고 자율주행 통합 보안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 미래에 집중하는 LG
LG는 커넥티드카를 미래 먹거리로 판단해 전 계열사가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IT회사, 스타트업 등과 협업을 통해 텔레매틱스 분야 선두 지위를 수성한다는 각오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LG는 2018년 글로벌 텔레매틱스 콘트롤 유닛(TCU) 판매량 기준 1위(25%)다. 이 시장은 현재 독일 콘티넨탈이 바짝 추격 중이다. LG전자의 오랜 우군인 GM이 지난해 콘티넨탈의 저가 공세에 많은 물량을 맡기면서 추격을 허용한 것이다.
올해는 유럽 완성차 업계가 본격적으로 전기차를 출시하면서 LG전자 매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폭스바겐은 세계 최초로 증강현실(AR) 헤드업디스플레이(HUD)를 장착한 ‘ID.3’를 상반기 출시한다. 이 AR HUD는 LG전자에서 만든다. 포르쉐 첫 순수전기차 ‘타이칸’에도 LG의 대형 커브드 OLED가 장착됐다. 이 외에도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LG 전장 부품이 대거 탑재돼 올해 매출을 견인할 전망이다.
전장 소프트웨어 부문 연구개발도 집중하고 있다. 지난 1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등 B2B 부문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LG전자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플랫폼 ‘웹OS 오토’와 MS의 차량용 클라우드 플랫폼 ‘MCVP’를 결합한 인포테인먼트 솔루션을 이용해 탑승객에게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퀄컴과 함께 웹OS 오토 연구개발과 생태계 확장을 위한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LG전자는 올해를 전장 사업분야 마지막 ‘담금질의 해’로 삼았다. 최근 컨퍼런스콜에서도 “수주 상태가 양호하다. 내년에는 턴어라운드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한다”고 발표했다.
LG전자 자동차솔루션(VS) 부문의 매출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는 5조4654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27% 증가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율주행은 하나의 기업이 할 수 없다. 선진국은 대기업과 기술을 갖춘 중소기업이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위해 협력하는 게 보편화돼 있다”며 “LG가 ZKW를 인수하고, 다양한 기업과 협업하는 것도 그 일환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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