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기업도 속수무책]‘코로나19 암초’에 韓기업 혁신활동도 ‘삐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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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철 기자
입력 2020-02-17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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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서 제조업에 종사하는 이노비즈기업(Inno-Biz, 기술혁신형 중소기업) A사는 올해 상반기 중 한·중·일 합작법인을 설립할 계획을 세웠다. 한국은 기술, 일본은 자본, 중국은 생산을 맡기로 하고 지난해 말부터 구체적인 일정을 조율 중이었다. 이미 중국 현지 공장에 관련 설비를 구축해 놓았기 때문에 논의는 순조롭게 진행됐으나 예상치 못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협의가 중단됐다. 중국 현지 두곳에 대리점을 열고 펼친 영업 활동도 멈춰야만 했다. A사 대표는 “작년 하반기부터 한·중·일 3사 관계자와 주기적으로 만나 얘기를 주고받았고, 법인설립이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데 의견일치를 봤다”며 “이달 중 출장을 가서 막판 조율을 할 예정이었으나 취소됐다. 지금은 이메일 등으로 서로 상황만 주고 받을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더 연기된다면 수익성이나 매출 피해가 불가피해질 것”이라며 “중국 현지 상황이 좋지 않다보니, 결국 (중국 내 코로나19가)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중국에 진출해 현지 공장을 두고 있거나,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려던 국내 기업들의 피해가 누적되고 있다. 특히, 기술혁신 활동으로 확보된 경쟁력을 바탕으로 해외 투자·생산을 본격화해 나가던 국내 이노비즈 기업들은 뚜렷한 대응책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암초’가 국내 혁신 활동 확산 기조에 찬물을 끼얹은 모양새다.

17일 이노비즈협회에 따르면, 국내 기업은 중국 현지 상황 때문에 △생산 중단 및 납기일 준수 차질 △매출 및 수출 규모 축소 △신규 사업 추진 차질 등의 피해를 주로 받고 있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매출액 1500억원을 기록한 B사는 중국 현지 공장 내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일부 생산라인 가동이 멈춘 상태다. 국내에서 파견된 엔지니어 인력은 조기 귀국했으나 이로 인해 현지 설비 운영에 애로를 겪고 있다. 대기업 고객사도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신규 투자가 지연되면서 B사의 생산물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가량 급감했다.

중국과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수출을 하는 화장품 제조 C사는 이번 코로나19 영향으로 내수는 물론 수출까지 타격을 받았다. 최근 한달여 기간 동안 내수와 수출 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절반 가량 급락했다. 또 손소독제 수요가 크게 증가하면서 화장품 원료로 활용되는 원자재 수급에 차질이 생겼고, 가격 역시 올랐다. C사 관계자는 “코로나19 영향이 장기화할 경우, 원재료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기업의 비용 부담이 1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며 “내수와 수출 피해까지 포함하면 얼마나 피해가 확산될 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고 한숨을 쉬었다.

중국 시장을 중심으로 성장세를 이어가던 D사는 올해 적극적인 해외 진출에 차질이 생겼다. 경쟁력 있는 금속제품 기술력을 바탕으로 D사는 올 초 계약 체결을 위해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중국 측 바이어가 일정을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계약을 계기로 신규업체 발굴 및 기존 업체와의 미팅을 위한 전시회는 아예 취소됐다. D사 관계자는 “신규 사업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며 “전시회를 통해 진행하려 했던 다른 국가 업체와의 미팅은 개별 방문으로 지속하기로 했다. 이에 따른 추가 비용이 만만치 않아 부담스럽다”고 호소했다.

중국·동남아를 중심으로 신제품 홍보와 판매를 추진하기로 했던 E사는 코로나19 사태로 제품 출시를 연기해야만 했다. 신제품 출시와 함께 행사를 5월 개최하기로 했으나 이마저도 급하게 취소됐다. 신제품 출시 행사는 무기한 연장하기로 했다. 태국 현지 TV홈쇼핑 업체와의 계약 체결도 미뤄졌다. E사 관계자는 “신제품 출시 행사 연기로 당장 손해만 8000만원이고, 행사를 계기로 대대적인 홍보를 하려던 일정도 어그러졌다”며 “제품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 공급은 불가능한 상황이고, 국내에서 생산 가능한 물품은 가격이 20~30%나 인상됐다”고 걱정했다.

한 기업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내수부진, 원자재 가격 인상, 중국을 포함한 해외진출 계획 무산 등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며 “정부에서 지원대책을 마련했으나, 임시방편에 불과해 이번을 계기로 중장기적이고 섬세한 대책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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