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내각부는 17일 지난해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이 전분기보다 1.6%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시장 예상치인 0.9% 하락을 크게 밑돌았다. 이로써 일본 GDP 성장률은 5분기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일본 성장률은 6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하락했다. 연율로 환산하면 4분기 GDP 속보치는 6.3% 하락한 것이다. 이는 2014년 2분기의 7.4% 하락에 이어 가장 큰 폭의 감소다. 그만큼 빠른 속도로 일본 경제가 위축됐다고 설명한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10월부터 시행한 소비세 증세에 글로벌 소비 둔화, 태풍 등 자연재해가 겹치면서 경제성장률에 타격을 입혔다고 밝혔다. GDP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민간소비 지출이 전분기보다 2.9%나 줄었다. 예상치는 2.0% 감소였다. 소비세 부담의 증가가 예상보다 크게 가계 소비를 압박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지난해 3분기 민간소비 지출은 전분기 대비 0.5% 증가를 기록했었다.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기업설비 투자도 3개 분기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서 전분기보다 3.7% 줄었다. 예상치인 1.6%보다 1.1% 포인트나 낮았다. 주택투자 역시 2.7% 줄어 2개 분기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공공투자는 전분기보다 1.1% 늘어나는 데 그쳤다. 글로벌 무역 규모 감소로 수출은 0.1% 줄면서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수입도 2.6% 감소하면서 3개 분기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예상보다 나쁜 성적표를 받아든 일본 경제의 올해 1분기 상황도 간단치 않다. 1분기에도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말 발생한 코로나19 확산은 일본은 물론 전 세계 경제성장률에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전염병 확산 우려로 공장들이 장기간 휴업하면서 제조업 생산성이 크게 하락했고, 국가 간 인적 교류가 줄면서 관광·항공 산업도 위기에 직면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1분기 경제성장률도 마이너스를 기록한다면, 일본 경제는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면서 '기술적 경기침체'에 빠지게 된다. 아오조라투자신탁의 야나기야 도시로 회장은 니혼게이자이에 "예상 이상의 (경제지표) 악화는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며 "코로나19의 확산이 이어지면서 외국인 관광객의 감소로 소비가 훨씬 정체되고 기업 생산활동이 둔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 정부가 추가 경제 대책이 내놓을 가능성은 있지만, 언제까지 일본 경제를 지탱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고 진단했다.
예상보다 큰 폭으로 추락한 경제지표에 이날 일본 증시는 개장과 함께 급락하면서 닛케이225 지수는 한때 300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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