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시작해 올해로 제38회를 맞이한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아트페어인 '화랑미술제'가 새로운 스타작가 탄생을 준비하고 있다.
2020 화랑미술제가 20일부터 23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홀에서 열린다. 한국화랑협회와 코엑스가 공동으로 여는 행사다. 협회 소속 화랑 110곳이 참여해 작가 530여명이 출품한 조각·설치·미디어·회화 등 3000여점을 선보인다.
매년 가을 국내 최대 미술품 거래장터인 한국국제아트페어(KIAF)를 여는 화랑협회는 화랑미술제가 갖는 차이점을 고심한 끝에 신진화가 육성으로 방향을 잡았다.
올해 화랑미술제에서는 새얼굴을 발굴하기 위한 공모전시를 기획했다. 네이버 공모플랫폼 그라폴리오(grafolio)와 협업하는 공모전 '줌-인(ZOOM-IN)'은 국제적인 감각과 예술적인 역량을 지닌 젊은 예술가를 발굴해 일반 관람객과 갤러리에게 소개하는 기획전시다.
김성원 서울과학기술대 조형예술학과 교수와 맹지영 두산갤러리 큐레이터, 임근준 미술비평가가 심사자로 나서 선정했다. 작가 김나나·김미래·김종규·김춘재·보라리·양현모·유재연·이빛나·이정인·이혜성 등 10명이 꼽혔다. 네이버 아트윈도와 협업을 통해 온·오프라인을 통한 감상과 판매뿐만 아니라 회원 화랑과 연결도 돕는다.
줌인 코너가 전시장에서 정중앙에 위치해 있는 것은 그만큼 화랑협회가 중점을 두고 있다는 의미다. 신진작가들은 화랑미술제 사상 처음으로 시도되는 토크 프로그램에도 설 기회도 얻었다. 작가당 1시간이라는 넉넉한 시간이 주어졌다.
정현경 화랑협회 팀장은 "아무래도 신진작가가 익숙하지 않을 대중들에게 이들 작품세계와 작품관을 편안하게 들어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스타화가 등용문 역할을 하기 위한 실질적인 지원도 고민 중이다. 최웅철 화랑협회장은 "줌인에서 1등과 2등을 한 작가는 한국국제아트페어에서 소개하고 개인전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지원)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미술제에 참가하는 110개 화랑은 심사숙고한 전속·교류작가 작품을 내세워 한 해 농사를 힘차게 출발한다.
국제갤러리는 '미술계 아이돌'로 불리는 작가 문성식을 비롯해 박미나·구본창 등 작품을 내건다. 학고재갤러리는 다양한 실험적 시도로 한국화 지평을 넓히고 있는 김선두와 영국 출신 톰 안홀트, 갤러리현대는 추상화가 이우환과 정상화, 가나아트는 데이비드 퀸·노은님·안성하, PKM갤러리는 김지원 작가 작품을 각각 선보인다.
화랑미술제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발생 후 국내에서 열리는 첫 번째 대규모 미술 행사다. 이 때문에 협회는 1989년 시작한 화랑미술제를 개최할지 말지 고민했다. 회원들 목소리를 듣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최 회장은 "집행부가 회원들을 따라가는 것이 맞다"며 "전체 회원 의견을 묻기 위해 일일이 전화를 했는데 70여명 이상이 개최를 찬성했으나 반대도 24명 있었다. 어렵게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전체 의견이 찬성으로 모였고, 불참 의사를 밝힌 갤러리는 17일 현재 한 곳도 없다.
코로나19로 인해 전시장 방문을 우려하는 관람객을 위한 아이디어도 냈다. 위기를 변화로 바꿨다.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으로도 작품을 감상하고 살 수 있는 플랫폼을 생각해냈다.
개막 하루 전인 19일 110개 참여화랑 부스를 개별 촬영해 온라인에서 볼 수 있게 할 예정이다. 네이버와 협업해 작품으로 온라인에서 살 수 있는 플랫폼도 만들었다. 오는 29일까지 10% 할인 혜택도 준다. 최 회장은 "아마 국내에서 최초로 시도되는 방식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랑협회는 현장을 찾는 관람객들을 위해 '작은 선물'도 준비했다. 21일과 23일 입장객을 대상으로 추첨해 협회가 보유한 작품 7점씩을 나눠준다. 이 중에는 고(故) 장욱진 화백 작품도 있다.
현장대응 매뉴얼도 마련했다. 전시장 출입구에 열감지 카메라를 설치해 고열환자 들어오는 것을 차단한다. 비접촉식 체온기를 비롯해 마스크와 손소독제 등도 배치해 관람객 안전에 만전을 기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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