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학교와 이주 열풍으로 한때 인기를 끌던 제주 지역 부동산이 최근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09년 이후 10년 만에 제주에서 서울로의 순이동 추이가 역전되는가 하면 제주지역 주요 아파트 가격도 20% 이상 하락했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여파와 주거비 부담 증가 등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17일 직방이 통계청의 인구이동 통계를 이용해 제주와 서울의 인구이동을 분석한 결과, 2019년 제주에서 서울로 총 10명이 순이동(전입-전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에서 제주로 이동한 인구보다 제주에서 서울로 이동한 인구가 10명 더 많다는 의미다. 제주에서 서울로 전입한 인구가 더 많은 것은 2009년(순이동 623명)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제주도는 2010년대 들어서부터 은퇴한 노년층의 제주살이와 국제학교 수요 등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강남권 거주자의 제주도 이전이 하나의 유행처럼 자리잡으며 서울에서 제주도로 인구가 순유출되는 모습이 지속됐다.
중국자본 유입으로 제주 내 건설경기가 활성화되고 유관산업이 파생되면서 2010~2015년 제주 순유입 인구는 절정기를 맞기도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제주도 순유입 인구는 △2010년 82명 △2011년 865명 △2012년 1342명 △2013년 2418명 △2014년 3292명 △2015년 4083명으로 꾸준히 상승했다.
하지만 사드(THAAD) 사태 이후 발효된 한한령과 최근 급격히 상승한 주택가격 등으로 점차 순유입인구가 줄고있다. 실제 2015년에는 강남 3구에서 총 1059명이 제주로 순유출됐지만 2019년에는 순유출 인구가 18명에 그쳤다. 특히 학령기인 10~20세 미만은 제주에서 서울로의 순유출이 2015년 대비 330% 증가했다.
서울로의 순유출 증가는 제주지역 아파트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15년 연간 최고 13.78%까지 상승했던 제주 아파트 가격은 2019년 3.66% 하락하며 전국 평균을 밑돌았다.
실제 제주 내 가격수준이 가장 높은 곳으로 알려진 노형동 아이파크2차의 경우 전용 115㎡가 2017년 7월 11억1700만원에 거래됐으나 지난해 8월에는 8억3000만원으로 27% 하락했고, 전용 84㎡도 2017년 2월 8억원에서 2019년 4월 6억9000만원으로 14% 떨어진 가격에 거래가 진행됐다.
이 같은 영향에 외지인 투자비율도 감소세로 돌아선 모습이다. 2012년 이후 제주 외 거주자가 아파트를 매입하는 비중이 20%를 상회하기도 했지만, 2019년에는 15.7%로 줄었다. 특히 서울의 매입비중이 5.2%에 그치며 외지인 매입비중 감소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센터장은 "관광산업 부진과 인구유입 감소로 주택수요 확대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투자목적 중심의 외지인 거래축소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제주 아파트 시장 약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면서 "관광산업이 주력인 제주에서 중국인 관광객 감소로 일자리는 줄어드는데 한번 올랐던 주택가격은 여전히 호가를 유지하고 있어 사회초년생들의 주거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아직 제주2공항 건설 이슈가 존재하고, 한한령 해제 등 긍정적인 요인도 남아 있다"면서 "아파트보다는 토지시장 중심으로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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