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박종일 착한텔레콤 대표 "추억의 스카이, '가성비'로 샤오미 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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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준무 기자
입력 2020-02-1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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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컬 킹 브랜드' 표방…착한텔레콤 통해 지난해 새출발

  • 유통단계 마진 최소화…中 제품 상대 가격 경쟁력 확보

  • 주변기기부터 영향력 확보…스마트폰 시장 뛰어들 계획

2000년대 초반 휴대폰 브랜드인 '스카이(SKY)'의 위상은 적어도 국내에서만큼은 지금의 애플이 누리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단순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과 'It's different(다르다)'라는 브랜드 슬로건은 많은 이들의 소유욕을 한껏 자극했다.

몇 차례의 매각을 거치며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졌던 스카이가 돌아온 것은 지난해 1월이다. 중고 휴대폰 유통업체인 착한텔레콤이 팬텍으로부터 스카이의 브랜드 라이선스를 확보한 것이다. 착한텔레콤은 무선 이어폰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폴더폰, 보조 배터리 등 15종의 스카이 신제품을 출시했다.

착한텔레콤은 왜 추억 속 스카이를 현재로 불러냈을까. 지난 4일 서울 강서구에 있는 착한텔레콤 사무실에서 만난 박종일 대표는 "스카이는 '로컬 킹(Local King)' 브랜드"라고 강조했다. 로컬 킹은 글로벌 시장에서의 인지도는 낮지만 특정 지역이나 국가 내에서 강세를 보이는 브랜드를 뜻한다. 미국의 모토로라, 유럽의 노키아가 대표적인 예다.

박 대표는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거나 해외 브랜드를 들여오는 것보다 스카이의 이름으로 상품을 출시하는 것이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여전히 스카이라는 이름에 향수를 가진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저가 제품에 이름표만 새로 붙여 팔겠다는 장삿속은 아니다. 그는 "스카이라는 브랜드를 쓰기 때문에 스스로 많은 압박을 느낀다"며 "기존 팬덤층의 기준에 맞지 않는 제품을 내놓을 경우 반발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처음으로 출시한 무선 이어폰 '스카이 핏 프로' 역시 이러한 고민이 담긴 제품이다. 박 대표는 "해당 제품은 당초 블랙 모델로만 출시될 예정이었지만, 스카이의 상징과도 같은 화이트 모델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화이트 색상을 구현하는 데만 6개월이 걸렸다"고 말했다,

국내에 특화된 기능을 선보이기 위해서도 애를 쓰고 있다. 최근 출시한 무선 헤드폰 '스카이 핏 ANC 100'에는 국내 브랜드 최초로 소음을 줄여주는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탑재했다.

노이즈 캔슬링은 외부 소음에 대응하는 반대 파형을 기기가 발산하는 원리로 이뤄진다. 박 대표는 "한국에서 노이즈 캔슬링 오디오 제품을 가장 많이 쓰는 공간은 대중교통 내부"라며 "신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곡선이 가장 많은 지하철 5호선 열차 내부의 소리를 녹음한 뒤 파형을 분석해 반대 파형을 만들었다"고 자랑했다.

중국 브랜드의 공세에도 밀리지 않을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스카이의 또 다른 과제다. 박 대표는 "목표는 국내 시장에서 샤오미와 QCY 등 중국 브랜드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샤오미 역시 일부 하이엔드 제품을 제외한 대부분을 외주 업체를 통해서 생산하고 있다"며 "스카이 역시 샤오미 생태계 안에 있는 우수한 하드웨어 제조사와 함께 개발 단계부터 긴밀하게 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조 인프라의 측면에선 사실상 동일선상에 있다는 것이다.

스카이는 유통 단계에서의 마진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박 대표는 "오프라인이나 간접 유통 분야에는 진출할 계획이 없다"며 "D2C(Direct to Customer) 방식으로 가성비를 확보하고 유통에 돌아갈 몫을 고객에게 온전히 공급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무선 이어폰 '스카이 핏 엑스'를 3만원대로 출시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이유다. 스카이 핏 엑스는 1~3차 판매에서 모두 '완판'을 기록했다.

박 대표는 스마트폰 시장 진출 시점 또한 저울질하고 있다. 휴대폰 브랜드로 명성을 떨쳤던 스카이인 만큼, 스마트폰 출시 계획도 당연히 있다는 것. 박 대표는 "당초에는 지난해 9월 출시된 폴더폰보다 스마트폰을 먼저 출시할 계획이었다"며 "시장 상황을 볼 때 아직은 아니라는 판단이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대기업은 다양한 보급형 스마트폰을 공격적으로 출시한 바 있다. 화웨이와 샤오미도 지속적으로 국내 시장을 노크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 대표는 "샤오미가 스마트폰보다 주변기기를 통해 국내 시장에서 인지도를 쌓은 것처럼 주변기기 시장에서 먼저 영향력을 확보한 뒤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했다.

올해 목표 중 하나는 스카이에 애착을 가진 기존 팬덤 외에 새로운 사용층을 확보하는 것이다. 박 대표는 "10~20대의 경우 스카이라는 브랜드를 아예 모르는 이들이 많다"며 "'스카이 서포터즈'라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만들고 제품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 마케팅 활동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별한 혜택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발적으로 늘어난 이들이 이제는 500여명에 달한다. 이들에게서 나오는 피드백을 후속 제품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다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박 대표는 "이런 게 바로 스카이라는 브랜드가 갖는 힘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올해는 서포터즈를 대상으로 오프라인 신제품 공개 행사도 열고 싶다"고 밝혔다.

4일 오후 서울 강서구 착한텔레콤 사무실에서 박종일 대표가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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