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人사이드] 위기의 아베, 올해 '사쿠라' 보기 전 져버릴까...뒷북 대응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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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0-02-17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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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숱한 스캔들에도 결국 자리 지킨 최장수 총리

  • 코로나19 사태에 2년만에 지지율 최대 추락

17일(현지시간)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국회에서 머리 숙여 사죄하고 있다.[사진=교도·연합뉴스]


17일(현지시간)은 집권 8년 차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힘든 하루였다.

이날 아베 총리가 가장 먼저 받아든 소식은 일본 언론들의 여론조사 결과였다. 이날 여론조사 결과를 본 아베 총리는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식은땀을 흘렸을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그의 간담을 서늘하게 할 법한 결과였다.

17일 요미우리신문이 발표한 전국여론조사(14~16일 실시)에서 일본 국민들의 52%가 일본 정부의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이 미흡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충분히 대응했다는 평가는 36%에 그쳐 무려 16%포인트나 낮았다.

이와 함께 아베 내각에 대한 지지율은 47%로 지난달 조사(1월 17~19일)보다 5%포인트 떨어졌고,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전달 대비 4%포인트 오른 41%를 기록했다.

전날 교도통신이 발표한 여론조사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아베 내각 지지율은 41%로 한 달 새 8.3%포인트나 떨어졌다. 총리 부부의 사학스캔들이 불거졌던 2018년 3월 조사(전월 대비 9.4%포인트 하락) 이래 무려 23개월 만에 최대 하락 폭이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도 지난달보다 9.4%포인트 상승한 46.1%였다.

두 여론조사 결과는 아베 총리 집권 8년간 켜켜이 쌓인 스캔들에 지친 일본 사회의 싸늘한 얼굴을 보여줬다.

이날 오후 집단 감염 사태가 발생한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는 총 454명의 확진자가 나온 상태이며, 이와 별개로 일본 내에서도 총 65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심지어 12명은 감염 경로조차 확인이 안 돼 지역 사회 내 감염 의혹을 받고 있다.

이날 아베의 하락을 부추긴 것은 코로나19 사태만은 아니었다. 이날 발표된 일본의 작년 4분기 경제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1.6% 감소했으며, 연율 환산 시에는 6.3% 하락으로까지 이어졌다. 아직 코로나19 사태조차 반영되지 않아 올해 경기 침체 우려가 더 해가고 있다.
 

지난 12일 열린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아베 신조 총리로부터 '의미 없는 질문을 한다'는 야유를 들은 입헌민주당의 쓰지모토 기요미 간사장 대행(앞쪽 가운데)이 다나하시 야스후미 예산위원장에게 다가가 항의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팔짱을 낀 채 이 모습을 물끄러미 보고 있다.[사진=교도·연합뉴스]


17일 아베 총리는 국회에 나가 고개를 숙였다.

그는 국회 예산심의를 마치기 위해 "지난 12일 '의사'(議事)와 관계없는 발언을 한 것에 대해 사죄한다"며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에 사과했다.

당시 아베 총리는 중의원 예산위원회 자리에서 쓰지모토 기요미 입헌민주당 간사장 대행을 향해 자리에 앉은 채로 "의미 없는 질문을 한다"고 야유를 퍼부었다.

쓰지모토 간사장 대행이 '사쿠라(벚꽃)를 보는 모임'을 비롯한 아베 총리의 여러 의혹을 거론하면서 "도미는 머리부터 썩는다. 이 지경까지 왔다면 머리를 바꾸는 수밖에 없다"고 직격탄을 날린 데 대한 반응이었다.

아베 총리는 작년 말부터 세금이 들어가는 정부 주관 봄맞이 행사인 벚꽃모임을 개인 후원회의 사적 친목 행사로 활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언론에 이를 추궁받던 아베 총리의 최측근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겸 일본 정부 대변인은 "사쿠라(櫻) 글자를 보고 싶지도, 듣고 싶지도 않다"고 답할 정도였다.

이날 아베 총리는 여러모로 자존심도 스타일도 구긴 날이었다.
 

작년 4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도쿄 신주쿠교엔에서 열린 ‘벚꽃을 보는 모임’에 참석해 참석자들과 찍은 기념사진.[사진=일본 내각총리관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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