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곳인 롯데케미칼과 GS에너지다. 양사는 지난해 7월, 8000억원을 투자해 석유화학 합작회사를 설립키로 뜻을 모았다. 양사가 화학 부문에서 합작에 나선 것은 초유의 일이라 업계 모두 시장 판도 변화에 잔뜩 긴장하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과 GS에너지는 지난 12일을 롯데GS화학 설립일로 확정하고, 그 전날 최초 자본금 납입을 완료했다. 자본금은 3200억원으로, 롯데케미칼이 1632억원을 납입해 지분 51%를 갖고 나머지 지분 49%는 GS에너지가 보유한다.
초대 대표이사로는 임동희 롯데케미칼 전무가 선임됐다. 임 대표는 1964년생으로 서울대 화학공학과 졸업 후 1990년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에 입사했다. 2015년 이사로 승진해 2017년 신규사업본부장 상무, 2020년 1월 기초소재사업 신규사업 부문장 전무를 역임했다.
세부적으론 연간 BD(Butadiene) 9만t, TBA(Tertiary-Butyl Alcohol) 7만t, BN-1(Butene-1) 4만t, MTBE(Methyl Tertiary Butyl Ether) 1.5만t이 생산될 예정이다.
BPA는 전기·전자제품, 의료용 기구 및 자동차 헤드램프 케이스 등에 사용되는 플라스틱인 폴리카보네이트의 원료로 사용되는 제품이다. C4유분은 탄화수소 혼합물로서 추출과정을 통해 합성고무 원료인 부타디엔 및 인조대리석 원료인 TBA를 생산할 수 있다.
양측은 이번 공장 건설을 통해 연 1조원의 매출과 1000억원의 영업이익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7700여명의 직·간접 고용 창출 등 여수 지역 경제 발전에 기여할 것이란 기대다.
이번 합작사 설립은 양측에게 ‘윈윈 효과’를 가져다 줄 전망이다. 롯데케미칼은 폴리카보네이트 생산 원료인 BPA를 합작사로부터 공급받아 PC 제품의 가격 경쟁력 향상을 도모하고 기존 C4 유분 제품 사업도 확장할 수 있다.
GS에너지는 자회사인 GS칼텍스를 통해 합작사의 제품 생산원료인 프로필렌(Propylene)·벤젠(Benzene)·C4유분 등을 합작사에 공급, 안정적 거래처를 확보하고 석유화학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계획이다.
롯데케미칼의 인수합병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지난해 9월에는 전문 소재 자회사인 롯데첨단소재를 흡수합병했다. 이번 합병으로 롯데케미칼은 의료용 기구 및 자동차 헤드램프에 쓰이는 폴리카보네이트(PC) 세계 3위 생산 규모를 갖추게 됐다.
롯데케미칼은 일본 히타치케미칼 인수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히타치케미칼은 배터리 양극재와 음극재 분야 주요 공급업체로, 향후 인수에 성공하면 2차전지 부품소재 경쟁력이 높아진다.
SK케미칼도 화학사업 내실화를 위해 사업 부문을 쪼개고 합치는 작업을 활발히 하고 있다.
2017년 말 SK디스커버리가 지주사로 출범하며 사업회사로 분할한 SK케미칼은 2018년 5월 생명과학부문 분사를 결정했다. 대신 사명에 걸맞는 ‘화학회사’로 포지셔닝 해왔다. 이를 위해 SK케미칼의 100% 자회사인 SK유화를 2018년 5월 1일흡수합병하고, 종속회사인 이니츠의 유상증자에도 참여했다.
이제는 한화솔루션으로 합병된 한화케미칼도 지난해 7월 환화큐셀앤드첨단소재를 합병했다. 석유화학과 소재, 태양광 사업을 단일 조직으로 통합한 것. 한화솔루션은 김승연 한화 회장의 장남 김동관 부사장의 경영능력을 가늠하는 본격 무대가 될 전망이다. 김 부사장은 올해부터 한화솔루션의 전략부문장을 맡았다.
재계 관계자는 “석유화학 산업의 다운사이클 진입과 급격한 대외 환경 변화 속에서 성장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타사와의 합작, 사업부문 분사 등 기업 내부 또는 외부와의 인수합병 등 재계의 합종연횡은 앞으로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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