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I는 태양광 패널의 기초 소재인 ‘폴리실리콘’ 생산업체로는 국내 1위, 세계 2위의 규모를 갖췄다. 하지만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폴리실리콘 사업이 사양세에 접어들자, 제약바이오 사업으로 활로 찾기에 나선 것이다.
관건은 실탄 확보다. 제약바이오 산업은 신약 최종승인까지 깐깐하기로 유명하다. 소위 대박을 치려면 ‘장기전’이 불가피하고 그에 따른 과감한 투자가 수반돼야 한다. 오너 3세인 이 부회장의 짜임새 있는 경영 능력이 특히 필요한 시점이다.
사업의 물꼬는 이미 튼 상태다. OCI는 2018년 7월 중소제약사 부광약품과 50대50으로 참여하는 합작투자사(JV)를 설립했다. 양사는 신약 후보물질 발굴, 신약 개발, 유망 벤처 지분투자 등을 위해 매년 100억원 이상 공동투자를 약속했다. OCI는 전략적 제휴 관계를 공고히 하기 위해 부광약품의 지분도 약 30억원(약 3%)을 들여 매입했다.
부광약품은 세계 네번째로 만성 B형 간염 치료제인 레보비르(클레부딘)를 개발하고, 줄기세포 전문 바이오벤처인 안트로젠을 관계사로 두고 있다.
당시 사장이던 이 부회장은 “제약·바이오 분야에서 오랜 전통과 경험·역량을 갖춘 부광약품과 케미컬 제조업 기반의 강자인 OCI 역량이 결합돼 강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OCI는 부광약품 합작사 설립에 즈음해 사내에 바이오사업본부를 신설했다. 또 국내 바이오벤처기업 에스엔바이오사이언스에 50억원을 투자해 지분도 29.3% 사들이는 등 투자에 속도를 냈다. 에스엔바이오사이언스는 췌장암 치료 후보물질 ‘SNB-101’과 ‘이중나노미셀’ 플랫폼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회사 안팎으로 제약바이오 사업을 위한 채비를 갖췄지만, 관건은 투자금을 제때 조달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OCI가 최근 발표한 경영 실적을 보면 지난해 말 기준 유형자산 규모는 2조380억원이다. 전년 말 3조2570억원에서 1조2190억원이나 빠져나간 규모다.
이는 20일 가동 중단을 예고한 전북 군산 2·3공장의 폴리실리콘 사업 위축 영향이 컸다. 폴리실리콘 사업부문에서만 토지, 건축 및 구축물, 기계장치 등 7505억원가량의 유형자산을 손상차손으로 인식했다. 대신 OCI는 2017년 인수한 말레이시아 폴리실리콘 공장이 두 공장의 생산량을 대체할 것으로 기대한다.
OCI는 보유부동산을 활용해 자금 운용에 숨통을 틔울 계획이다. 그동안 보유해온 옛 인천 동양제철화학 공장 부지를 아파트로 전환하는 대규모 개발 사업에 나선 것.
총 154만6747㎡(46만7000평) 규모의 인천공장 부지는 땅값만 1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인천 ‘용현·학익 1블록’ 도시개발사업으로 명명된 이 사업에서 OCI 자회사인 DCRE가 아파트 개발 시행을 맡았다. DCRE는 이를 통해 약 2조원에 달하는 현금을 확보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달 중 착공에 들어가면 순차적으로 아파트 분양이 이뤄질 예정이다.
OCI 관계자는 “분양 후 착공하는 건설사업 특성상 착공 시점부터 공사 진척도에 따른 분양수익이 실적에 순차 반영된다”며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인천 도시개발사업이 OCI 전체 실적에 반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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