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고수하고 있는 아파트 '35층 룰'에 대한 미묘한 분위기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서울시는 '2030 서울플랜'과 '한강변 관리 기본계획' 등에 따라 일반주거지역 내 아파트 높이를 최고 35층으로 제한하고 있다. 최근 정부의 주택공급기조 확대와 35층 룰이 지나친 사유재산권 침해라는 목소리가 높아진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20일 서울시와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서울시는 올 연말 '2040 서울플랜'을 확정하기 위해 구체적인 전략계획과 부문별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2040서울플랜은 서울의 도시 공간구조와 발전방향을 제시하는 장기계획으로 시민들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도출된다. 국토계획법 규정에 따라 5년마다 재정비된다. 가장 최근에 발표된 '2030 서울플랜'은 지난 2014년 발표됐는데, 한강 경관보호를 위한 35층 룰이 골자다.
2040 플랜에는 최근 서울시의회가 진행한 '서울시 높이규제에 대한 서울시민 여론조사' 결과가 반영될 예정이다. 도시계획전문가와 시민 8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여론조사는 35층룰 완화를 주장하는 의견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의회 관계자는 "서울시와 조사결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며 "다음플랜에는 규제가 다소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35층룰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공공성 강화'와 '재산권 침해'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일부는 한강과 남산 등 조망권 보호를 위해 규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한편에서는 병풍아파트 양산과 과도한 재산권 침해라고 맞서고 있다.
도시재생에 정책 초점을 맞추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 입장에서는 35층룰을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한편에선 시민들과 적극 소통하겠다는 것도 그의 주요 철학인 만큼 딜레마의 상황이다. 박 시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35층 층수 규제가 신성불가침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규제에 대한 반론을 알고 있고, 그런 담론을 새로운 계획에 담아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시장에서는 이달 발표되는 주택공급대책에 정부와 서울시가 얼마만큼 숨통을 틔어줄지가 관심사다. 서울에선 사실상 노후 재건축 추진단지말고는 공급 물량이 많지 않다. 초고층일 수록 시세상승 가능성이 높다. 현행 아파트를 35층에서 50층으로 높이면 그만큼 일반분양이 수월하다. 주택부족문제와 분양가상한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로 인한 사업성 악화 등을 해결할 수 있다. 때문에 자치구와 주민들, 건설사 등은 층수 규제 완화를 강력하게 촉구하고 있다.
다만 서울시는 이 같은 가능성을 적극 부인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아직 2040 플랜에 대한 방향성도, 구체적인 정책도 결정된 바가 없다"면서 "여론조사결과 다수의 시민이 35층 룰 완화를 주장했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35층 룰이 서울시 도시경관계획의 기본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면서 "현재까진 규제완화를 거론하는 방안 자체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내달 발표될 주택공급 확대 정책에는 일단 준공업지역 규제완화, 역세권 공공임대주택사업 규제완화, 가로주택활성화 등이 담길 예정이다. 이에 따라 영등포구, 성동구, 구로구 등 준공업지역에 지을 수 있는 기숙사와 오피스텔의 용적률이 상향 조정되고, 정비해제구역과 1종 주거지역에서도 역세권 공공주택사업이 가능하도록 규제가 완화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서울시가 장기플랜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관계자는 "재건축·브랜드 아파트에 살기를 원하는 사람들을 임대주택과 오피스텔, 나홀로 아파트에 살라고 몰아넣는 대책"이라며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일반공급이 몇십가구 수준이고, 준공업지역도 한꺼번에 몇 천 가구 대단지 조성이 쉽지 않기 때문에 이 같은 대책만으로는 물량면에서 큰 효과를 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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