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원 사재기 논란] ① 순위 조작 의혹으로 얼룩진 음원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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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섭 기자
입력 2020-02-2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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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예기획사 대표, 가수들 "사재기 근절" 한 목소리

  • 2010년부터 본격화... 가온차트 "닐로, 사재기 의혹 합리적 의심 가능"

음원업계에 실시간 차트 순위를 올리기 위한 ‘사재기’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멜론과 지니뮤직 등과 같은 음원 플랫폼에 순위가 상위권에 오르면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어 이 같은 부정행위가 지속적으로 나타난다는 지적이다. 이에 음원 정산 방식을 바꾸거나, 음원 소비 방향이 차트 중심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플랫폼이 변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연예기획사 큐브엔터테인먼트의 홍승성 회장은 지난 15일 트위터에 "음원 산업 선두에 서야 할 차트는 이미 사재기의 꼭두각시가 됐다. 사재기 차트가 돼 버렸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11월에도 "음원 사재기는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고 언급해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음원 사재기란 특정 가수의 음원을 의도적, 반복적으로 스트리밍 해 실시간 차트 순위에 올리는 부정행위를 일컫는다. 음원이 차트 상위권에 오르면 더 많은 이용자로부터 소비된다. 네이버와 다음 등의 포털 사이트에서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에 오른 이슈가 주목을 받는 것과 같다.

음원 사재기 논란은 그룹 ‘블락비’ 출신 박경이 지난해 11월 자신의 SNS에 "바이브처럼 송하예처럼 임재현처럼 전상근처럼 장덕철처럼 황인욱처럼 사재기 좀 하고 싶다"고 언급하면서 논란이 일파만파 펴졌다. 현재 진실 규명을 위해 법적 다툼이 진행되는 상태다.
 

홍승성 큐브엔터테인먼트 회장이 지난 15일 자신의 트위터에 "사재기를 근절하자"고 강조했다. [사진=홍승성 큐브엔터테인먼트 회장 트위터]

이 문제는 2010년대 초반부터 불거져왔다. 2013년 SM엔터테인먼트와 YG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등 대형 기획사 3곳이 일부 마케팅 기업들이 음원 사재기를 하고 있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2018년에는 음악과 영화, 게임 등의 콘텐츠를 관할하는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가 직접 음원 사재기 논란을 빚은 가수들을 조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두 사건 모두 증거 불충분으로 일단락됐다.

국내 공인 음원차트인 가온차트의 김진우 수석연구원은 2018년 가수 닐로의 ‘지나오다’의 순이 추이를 분석한 결과, 다른 역주행 히트곡들과 비교하면 차트 상위권으로 진입하는 속도가 훨씬 빨랐고, 부침이 없이 순위가 급상승해 사재기를 합리적으로 의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음원 사재기는 국내에 국한된 이슈는 아니다. 미국 유명 래퍼 프렌치 몬타나는 최근 미국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에서 음원을 사재기해 순위를 끌어올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가 지난해 9월 발표한 곡 ‘라이팅 온 더 월(Writing on the Wall)’은 발매 당시 스포티파이의 인기 차트에 21위까지 올랐지만, 애플 뮤직에선 1000위권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인기를 끄는 노래들이 일반적으로 양대 플랫폼에서 모두 성적이 좋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현상은 비정상적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50센트와 같은 유명 래퍼들이 몬타나를 강하게 비판했다.
 

스포티파이 이미지[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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