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브레인] 이민미 라카 대표 "국내 최초 젠더 뉴트럴 브랜드 만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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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지 기자
입력 2020-02-21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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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고쟁이' 6명에서 만든 올리브영 인기 색조 브랜드 '라카'

  • 일본·동남아 시장까지 섭렵…올여름 아이브로우 제품 출시

이민미 라카 대표. [사진=라카 제공]

뷰티 카테고리를 유독 좋아하던 '광고쟁이'는 어느 날 "내 브랜드를 만들겠다"고 다짐한다. '쩐주(錢主·큰 자금을 굴리는 사람)'가 본질을 결정하고, 이를 대행하는 일보다는 "본질적인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다짐을 실행하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잘나가던 광고업을 던져버리고 색조 브랜드를 만들었다. 시작은 도전 그 자체였다. 광고업만 몰두해 온 6명은 그 흔한 디자이너 한명 없이 온 힘을 다해 만들었다. 

지난 2018년 5월 론칭과 동시에 립스틱 12종을 출시했고, 그해 9월 아무나 못들어간다는 콧대 높은 헬스앤뷰티(H&B) 스토어 CJ올리브영의 러브콜을 받았다. 1년차 신생 브랜드는 독특한 콘셉트로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았고 시장 규모 기준 80억원으로 급성장했다.

국내 최초 젠더 뉴트럴 메이크업 브랜드 라카(LAKA) 이민미 대표(32)와 그의 광고대행사 '브랜디피티' 식구들 일명 '이민미와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다. ​라카는 단상자 디자인부터 홈페이지 상세페이지까지 직접 이 대표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제품 개발은 '코덕(화장품 덕후)'으로 불리는 직원이 담당, 물류 창고와 경영은 공동대표인 강도형 대표가 책임진다.

이 대표는 삼성전자, 인텔, 아우디, 도미노피자 등 국내외 유수 브랜드들의 디지털 마케팅을 총괄하며 10년 이상 광고 업계에서 다양한 경험을 다져온 광고 디렉터 출신의 기업가다. 2014년에는 광고대행사 브랜디피티를 직접 꾸렸고 LG생활건강 후, 숨37, CNP 등 브랜드는 물론 에스티로더, 스와로브스키 마케팅을 도맡아 왔다.

20일 서울 강동구 천호동 라카 본사에서 만난 이 대표는 라카에 대한 자부심은 물론 열정이 가득했다. 이 대표는 "저희가 잘 할 수 있는 방향을 생각하다 보니, 기초 제품보다는 색조를 선택하게 됐다"면서 "우리는 '네가 사고 싶은 걸 만들어'하면 미쳐서 만드는 조직이다. 제품 개발하는 직원은 '인간 라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화려한 경력은 고스란히 라카 결과물에 농축해서 담겼다. LG생활건강과 협업을 통해 중국향 브랜드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었으며, 특히 CNP 중장기 마케팅을 도맡으면서는 H&B 시장의 특성과 성질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이 대표는 "브랜드가 자기 기조가 없으면 유통사와 협업하는 과정에서 흔들리기 마련"이라면서 "제가 가져가야 할 방향을 확고히 하기 위해 노력했고 그런 경험들이 올리브영과 함께 급속하게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흔들리지 않기 위해선 라카만의 '철학'이 중요했다. 예쁘기만 한 게 아닌 본질을 꺼낼 수 있는 콘셉트를 고민했다. 여기에 수익성도 있어야 했다. 고민 끝에 나온 결론은 '젠더 뉴트럴'과 '뉴트럴 컬러'다. 젠더 뉴트럴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컬러에 매료돼서 뉴트럴 컬러를 소비할 수 있도록, 혹은 컬러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시대적 메시지가 좋아서 브랜드를 소비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대표는 "나는 평생 입술에 립스틱 따위 바를 일 없을 거야라고 확신하는 소위 마초맨이 '나는 안 할 건데 괜찮네'라는 반응을 낼 수 있는 브랜드가 우리가 추구하는 바"라고 말했다. 

타깃층은 올리브영에서 색조화장품을 소비하는 20·30세대다. 때문에 주력 제품인 립스틱 가격도 합리적 가격대인 1만7000원대로 정했다. 이 대표는 "올리브영에서 사지만 인스타그램 감성이 충만한 데다가, 내 기조를 담아 브랜드 소비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우리의 고객"이라고 밝혔다.

마케팅에만 치우치진 않았다. 제품 질에 있어서는 절대 타협하는 법이 없었다. 때문에 베이스메이크업 제품의 원가는 백화점 1층 브랜드 못지않다. 제품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화장품 OEM(주문자상표부착)사 코스맥스와 손을 잡고, 코스맥스 내 '라카 전담팀'을 두기도 했다.

이 대표는 "장사만 하는 브랜드처럼 보이고 싶지 않았다. 저희 내부에 화장품 공학도가 없기 때문에 제품력에 기반하는 것들을 정확히 피드백 해줄 수 있는 팀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면서 "처음에는 코스맥스에서도 반색을 표했지만, 코스맥스는 지금 누구보다 저희의 좋은 파트너이자 스승"이라고 말했다. 이어 "코스맥스가 라카를 키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코스맥스가 물심양면으로 도와줬기에 올리브영과도 협업을 잘 할 수 있었다. 라카 철학도 좋은데 제품력도 진짜 좋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진정한 이유"라고 거듭 강조했다.

올해 목표는 시장규모 200억원까지 성장하는 것이다. 지난해 메이크업 브랜드로서 구색 갖추기에 집중했다면 올해는 라카가 잘하는 컬러큐레이팅 능력을 과시하는 제품 위주로 선보일 예정이다. 라카의 첫 제품 '립스테리'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워터리 쉬어 립스틱'을 주력 제품으로 올여름에는 '눈썹 캠페인'과 함께 아이브로우 제품에도 도전한다. 

신생 브랜드인 만큼 마케팅 활동도 대폭 늘린다. 다음달 1일 JTBC 인기드라마 '이태원클라쓰', 인기예능 '아는형님' 방영 중 30초짜리 TVCF로 등장할 예정이다. 첫장면부터 남성이 립스틱을 바르는 장면이지만, 전혀 거부감 없이 다가가는 콘셉트라고 예고했다.

채널의 다양화도 고민하고 있다. 입점된 채널은 공식홈페이지, 올리브영 온오프라인, 29cm, 신세계·신라면세점 등이다. 단순히 채널을 늘리기 보다는 전략을 따져가며 신중하게 접근할 계획이다. 올해는 매스 브랜드로서 올리브영을 기반으로 하되, 해외 채널과 공식홈페이지 육성에 집중한다. 

이 대표는 "올리브영에 집중하면서 또 다른 수익처로 해외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면서 "일본, 동남아시아, 미국, 중국 순으로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위생 허가 문제와 브랜드가 말하는 시대적 메시지와 상충하는 부분이 있는 만큼 천천히 진출하려고 한다"면서 "대신 면세점 사업을 신규로 진행하고 있다. 신라면세점은 오픈한 지 4일밖에 되지 않았는데 매일 매진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부문은 공식홈페이지 가치를 올리는 데 집중할 방침이다. 충성도 높은 고객을 잡는 전략을 택했다. 이 대표는 "라카 공식홈페이지에서 '노 세일' 정책을 유지하더라도, 이곳에서 주는 증정품은 모두가 가지고 싶어 하는 깜짝 선물로 선보일 예정"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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