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반복되는 '주총 대란'이 어김없이 반복될 전망이다. 올해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사태까지 겹쳐 주총을 준비하는 기업들의 어깨를 무겁게 하고 있다. 해외 사례를 참고해 전자투표제를 더욱 확대하는 것은 물론 장기적으로 전자주총 개최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 일본, 터키는 한국보다 주주총회의 전자화가 발달한 국가로 꼽힌다. 자본시장연구원이 지난 2018년 발표한 '주주총회 활성화를 위한 전자투표 중장기 발전방향 연구' 보고서를 보면, 이들 4개 국가는 한국보다 전자투표 행사 비율도 높으며 전자 주주총회도 일부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은 예탁결제 시스템인 CREST 등록 주식의 90% 이상에 대해 전자투표가 이뤄지고 있다. 미국도 주총 전자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Broadridge사 기준으로 개인과 기관을 합쳐 95%가 인터넷, 전화 등을 통해 전자투표를 하고 있다. 일본은 고령화 등을 이유로 개인 투자자들은 아직도 서면 투표를 선호하고 있으나, 기관투자자들은 80~90%가 전자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한다.
터키의 전자주총은 실제 주총과 함께 열리는 현장병행형(hybrid)이다. e-GEM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실시간으로 영상과 음성을 전송하는 동시에 주주가 실시간으로 의견을 표명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터키의 의무적 전자주총 제도는 의결권 행사에 대한 국제기구의 권고안을 반영해 이뤄진 것으로, 해외 투자자 비중이 높은 시장 특성에 따라 외국인 주주의 의결권 행사를 돕기 위해 추진됐다.
의무는 아니지만 미국도 전자주총을 시행하고 있다. 42개 주에서 전자주총을 허용하고 있으며 2017년 기준 255개 상장회사가 도입하고 있다. 다만 전체 상장사 중 비중은 0.6%로 미미한 수준이다. 영국과 일본의 경우 극히 일부만 도입했거나 시행하고 있지 않다.
다만 최근 들어선 전자주총 개최가 확대되는 추세다. 황현영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지난 20일 열린 한국기업거버넌스 포럼 세미나에서 "현재 미국의 경우 전자주총을 시행하는 상장사들이 30% 수준으로 급증하고 있다"며 "일본도 경제산업성 주도로 전자주총 입법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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