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진 '밸류맵' 대표는 올 연말 '매물매칭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생각으로 단계를 밟아가며 서비스 출시를 준비 중이다. 여름께 '매물중개서비스'를 오픈하는 게 첫번째 단계다. 매물매칭서비스까지 성공적으로 론칭하고 나면, 그 다음은 플랫폼을 기반삼아 시행까지 직접 하겠다는 포부다. 현재 밸류업 시스템즈의 주력 서비스는 토지·건물의 실거래가 정보를 제공하는 플랫폼인 '밸류맵'이다.
김 대표는 감정평가사로 오래 일해왔다. 회사를 다니던 중 창업에 눈떴고, 중소기업청(현 중소벤처기업부)의 지원을 받아 밸류업 시스템즈를 차렸다. 처음에는 '부동산 가치평가 프로그램'이라는 소프트웨어가 주력이었다. 해당 서비스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김 대표는 이를 기반삼아 밸류맵 서비스를 론칭, 업계의 주목을 받는 벤처 기업가로 거듭났다. 시행착오 과정을 함께 겪은 '개발자 친구'는 여전히 든든한 동업자다. 그는 교육학 전공인 '진성 문과생'에게 개발의 세계를 열어줬다.
김 대표는 "부동산 가치평가 프로그램으로 쓴맛을 봤지만, 그때 경험은 우리를 담금질할 의미 있는 시간으로 기억된다"며 "동업자는 부동산에, 나는 개발에, 남들보다 뜨인 사람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밸류맵은 이 같은 중개인의 매물 브리핑뿐 아니라 경매 참여자들의 입찰 전 시세평가, 담보인정비율 가늠 등 다양한 의사결정에 두루 쓰이고 있다.
서비스가 처음부터 호응을 얻은 건 아니다. 김 대표는 "실거래가 정보란 게 워낙 예민하다보니 처음엔 거친 저항에 부닥쳤다"며 "욕을 먹으면서도 실거래가 정보는 '절대사수'했다. 실거래가 정보 하나하나를 지키는 일이 곧 플랫폼의 신뢰를 높이는 길"이라고 힘줘 말했다.
최근 김 대표는 '실중개사례 서비스'라는 신규 서비스를 론칭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해당 서비스는 공인중개사가 본인의 중개실적을 밸류맵에 직접 등록해, 소비자들이 실거래 사례를 살펴볼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밸류맵이 업계 최초로 개발했다.
'실중개사례 서비스'에 붙은 '베타'(Beta) 딱지가 마르지도 않았지만, 김 대표는 새로운 서비스를 구상 중이다. 이용자들의 요구가 나날이 세분화, 구체화되고 있어서다.
김 대표는 "이용자들이 처음에는 실거래가 정보를 볼 수 있다는 데 만족했는데 최근 요구가 다양해지고 있다. 중개업자는 매물을 소싱(Sourcing)하고 싶고 소비자는 이왕이면 동네를 잘 아는, 내가 관심을 둔 물건을 거래해본 경험이 있는 부동산에 의뢰하고 싶어한다"며 "이 같은 요구를 수렴해 올여름께 '매물중개서비스' 론칭을 계획 중이다. 매물등록비는 따로 받지 않을 생각이다. 등록비를 받으면 허위매물이 발생할 여지가 더 커져서다"라고 설명했다.
매물등록서비스를 론칭하는 순간 필연적으로 따라붙는 '허위매물'을 어떻게 처리하면 좋을지도 미리 그려뒀다. 기존에 닦아둔 실거래가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는 방안이 효율적일 것으로 김 대표는 보고 있다.
그는 "중개인이 이미 거래된 물건을 계속 올려두는 건, 실거래가 DB를 통해 차단 가능한 부분"이라며 "시세보다 지나치게 높거나 낮게 올린 매물을 거를 기준도 구상했다. 해당 매물 반경 1㎞ 이내 유사한 지목, 같은 용도지역인 토지보다 3.3㎡당 매매가가 30% 이상이거나 이하면 들여다보기로 했다. 중개인들은 급매라고 주장할 수도 있는데 급매가 나와봤자 10% 안쪽"이라고 전했다.
더 나아가 김 대표는 '매물매칭서비스'를 구상 중이다. 연말 정도 론칭 계획이 잡혀 있다. 중개서비스는 매칭서비스로 나아가기 위한 '포석'의 개념으로 봐달라는 당부다. 매칭서비스는 골치 아픈 수익모델에 대한 고민까지 해소 가능한 방안이라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매물을 올려만 두면, '정말 살 생각이 있는 매수자'를 하염없이 기다리기만 해야 한다. 중개인들이 '알짜 매수자'를 만날 수 있도록 소개팅을 주선하는 느낌으로 서비스해보려 한다"며 "매칭서비스는 향후 밸류맵의 핵심 서비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알짜 매수자는 어떻게 찾아낼까. 김 대표는 잠재 매수자의 소득, 직업, 실질 자산 등을 검증하는 절차를 거칠 계획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는 "살 생각이 없으면서 '찔러보기'하는 수요자도 많기 때문에, 수요자들을 대상으로 직접 인터뷰를 진행, 알짜 수요자를 발굴할 생각"이라며 "'큰 개를 키우고 있고, 마당 딸린 집을 원하고, 3~6세쯤 된 자녀가 두 명 있고, 바비큐 파티를 즐기고, 계속 아파트에만 산 사람' 등 수요자 정보를 파악해본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정보를 열람하기 위해 중개인은 소정의 '정보열람비'를 지불해야 한다. 여기서 수익구조가 만들어진다.
김 대표는 "우리 알선으로 계약이 체결되면, 중개에 성공한 중개사에게 소액의 리워드를 받을 계획"이라며 "중개인들이 계약을 체결하고 안 한 척할 수 있지만, 우리는 실거래가 정보를 이미 갖고 있는 만큼 소유권 이전에 대한 부분을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중개인이 의뢰인과 만나, 해당 매물이 아니라 다른 매물을 소개해 팔았어도 리워드를 받을 수 있다"며 "해당 거래사실은 자체적으론 파악하기 힘들지만 매수자의 도움이 있으면 알 수 있다. 거래사실을 우리에게 알린 매수자를 대상으로, 우리가 받은 리워드의 일부를 드릴 생각"이라고 첨언했다.
이 밖에도 수익모델에 대한 고민은 계속되고 있다. 땅을 매입해 건물을 올리고 자산가치를 높이는 '시행'까지도 김 대표의 머릿속에 있다. 이 모델은 미국의 '오픈도어' 서비스를 벤치마킹한 거라, 김 대표는 여기에 가칭 '한국식 오픈도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는 이미 서울 강서구 방화동에 소재한 사옥을 직접 리모델링한 경험이 있다.
그는 "우리 서비스 유저들이 어떤 키워드를 검색하는지 살펴보면, 최근 부동산시장 트렌드를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며 "이렇게 이슈를 트래킹(Tracking)한 뒤, 괜찮은 지역의 물건을 매입하고 리노베이션(Renovation)을 거쳐 그 가치를 높인다. 그 뒤 매각하면 이 또한 새로운 수익창출모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의 데이터를 통해 번잡한 의사결정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부동산을 매입하면, 집주인은 물론 중개인도 편하다"며 "중개인들은 자연스럽게 우월한 매물을 오픈도어에 내놓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익창출에 대한 고민을 숙명처럼 안고 있지만, 공익에 보탬이 될 부분도 생각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미 공공에 '기획부동산' 정보 등을 제공해 이들이 사기혐의 판정을 받도록 도운 이력이 있다.
그는 "며칠 전 지방법원 판례가 나왔는데, 기획부동산에 사기혐의로 징역을 내린 결정이었다. 그동안 기획부동산으로 피해를 본 이들이 수도 없었고 고소·고발도 끊이지 않았지만, 실제 처벌까지 이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개인적으로는 이 같은 기획부동산을 뿌리뽑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 대가 없이 공공에 데이터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