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연차·가족돌봄휴가 ‘그림의 떡’...고용부 “휴가 권고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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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승일 기자
입력 2020-02-25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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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 확산에 영세기업·대기업 휴가도 '양극화'

  • 고용부 “휴가는 노사 합의 사항, 강제 못 한다”

#. 세종시에서 맞벌이하는 박모씨 부부는 비상이 걸렸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6살 아이의 유치원 개학이 3월 9일로 연기됐다. 박씨는 “개학까지 남은 기간 아이를 돌봐줄 곳을 찾아야 하는데 마땅치 않아 걱정”이라며 “작은 회사라 직원이 많지 않아 연차를 내자니 눈치 보이고, 가족 돌봄 휴가는 무급이어서 선뜻 쓰기가 망설여진다”고 털어놨다.

#. 서울에서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이모씨는 3월 초 계획했던 가족 동반 동남아시아 여행을 취소했다. 회사에서 '해외여행, 해외 출장 자제하라'는 공지를 받았다. 이씨는 “가족의 감염 우려도 그렇지만 코로나19 확진자가 되면 자가 격리로 모두에게 피해를 줄 것 같다”며 "주변 사람들에게 폐 끼치는 것보다 그냥 휴가를 쓰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대비해 각 기업은 연차 등 휴가를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근로자들에겐 언감생심이다. 휴가가 ‘그림의 떡’인 것은 물론 기업의 규모에 따라 휴가를 못 내는 이유가 다른 양극화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코로나19가 확산함에 따라 각 사업장에 "긴급하게 자녀의 가정 돌봄이 필요한 근로자는 연차 휴가와 함께 가족 돌봄 휴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안내해 달라"고 지난 24일 당부했다. 코로나19 경보 단계를 '심각'으로 격상하면서 전국 유치원, 초·중·고등학교의 개학일이 일주일 연기된 데 따른 것이다.

올해 1월부터 시행 중인 가족 돌봄 휴가는 근로자가 가족의 질병, 사고, 노령, 자녀 양육 등을 위해 연간 최대 10일까지 무급 휴가를 쓸 수 있는 제도다. 정부는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근로자들의 유급과 무급 휴가를 최대한 독려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휴가 활용은 강제력 없는 정부의 권고일 뿐이다. 휴가 사용은 전적으로 사업주와 근로자가 합의해야 한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근로자 휴직 또는 휴업 결정은 각 사업장의 몫이다. 아이 돌봄이 필요한 경우도 근로자가 유급인 연차를 쓸지, 무급인 가족 돌봄 휴가를 쓸지는 회사와 상의해서 정해야 한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코로나19 대응 고용·노동 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사업장은 인건비 부담을 이유로 직원들의 무급 휴가를 결정했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여행업계가 대표적이다. 고객의 여행 취소가 늘고 신규 예약이 줄면서 한 여행사는 직원들과 무급 휴직을 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이어져 경영 여건이 더 나빠질 것으로 우려해 내린 결정이다. 직원들은 사업장이 문을 닫으면 실업자가 될 수 있어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은 근로자의 고용 안정을 위해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 제도를 활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영세 사업장엔 부담일 뿐이다.

고용유지지원금은 일시적 경영난으로 고용조정이 불가피한 사업주가 휴업, 휴직 등 고용유지를 위해 노력한 경우 정부가 인건비 일부를 지원하는 제도다. 근로자 1인당 최장 180일간, 월 최대 198만원까지 인건비를 지원한다. 중소기업의 경우 근로자 휴업 수당의 3분의 2까지, 대기업은 절반을 준다. 결국 휴직 근로자의 임금 일부는 사업주가 부담해야 하는 구조다.

한 사업주는 “코로나19로 인해 조업 여건이 나빠져 경영상 타격이 크다”며 “고용유지지원 요건을 더 낮추고 지원금도 더 늘려주는 등 정부의 보완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25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관광업계 관계자들을 만나 “사업주의 인건비 부담을 더 덜어주기 위해 노동자에게 지급한 휴업·휴직수당 중 고용유지지원금으로 지원하는 비율을 상향하는 방안을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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