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코로나19'에 생산차질···글로벌 전략 고심

울산공장 일부라인 임시휴업 돌입

호주 등 해외고객에 배송지연 통보

현대자동차가 최근 '코로나19'로 국내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판매 전략도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국내에서 생산된 물량을 내수시장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도 수출하고 있는 만큼 코로나19 확산에 대비해 고객관리, 생산일정 조정 등 종합적인 대책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

◆울산 공장 가동 중단···수출 차질

2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경남 울산공장 일부 라인은 코로나19 여파로 부품공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임시 휴업에 들어갔다. 현대자동차에 따르면 포터 적재함 철판을 납품하는 1차 협력업체인 서진산업 직원이 코로나19로 숨지면서, 울산4공장 포터 생산라인이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현대차는 현재까지는 포터 생산라인인 울산4공장만 가동을 중지한 상태지만, 울산1공장과 2공장 등의 라인운영 계획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서진산업이 납품하는 부품 중 포터 부품 재고가 바닥나 하루 공장을 휴업한다"며 "나머지 공장은 정상가동 중이며, 포터 생산라인도 내일부터는 재가동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이달 초에는 코로나19로 중국에서 들어오는 '와이어링 하니스(전선뭉치)' 수급이 중단되면서 현대차 울산, 천안 아산, 전북 전주공장은 각 공장별로 3~10일까지 생산을 중단한 바 있다. 국내 완성차업체들이 사용하는 와이어링 하니스의 중국산 비중은 80%가 넘는다.

현대차의 지난해 이들 3개 공장의 생산 비중은 글로벌 총생산능력의 36%(181만3000대)에 달한다. 특히 현대차는 국내에서 생산된 물량을 내수시장뿐 아니라 북미, 유럽연합(EU), 오세아니아 등에도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생산 중 해외 수출 물량은 104만2732대로, 전체 생산량의 절반이 넘는다.

◆호주 고객에 배송지연 통보···미국 팰리세이드 수요 대기

국내 공장이 정상가동되지 못할 경우 내수 판매뿐 아니라 수출 역시 큰 타격을 받게 된다는 뜻이다. 특히 물량이 제때 공급되지 못할 경우 고객 이탈과 현지 시장점유율 하락 등이 현실화될 수 있다. 이에 현대차는 최근 호주에서 현지 딜러들에게 향후 몇개월간 일부 차량의 인도가 지연될 수 있다는 점을 고객에게 공지하도록 권고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현재 호주에서는 현대차의 준중형 해치백 'i30',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투싼' 등이 주로 판매되고 있다. i30의 경우 올해 1월, 호주에서 많이 판매된 차량 6위(2038대)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현지 인기 모델이다. i30과 투싼은 각각 울산3공장, 5공장에서 전량 생산해 호주로 수출되고 있다.

또 울산2공장에서는 대형 SUV '팰리세이드' 등을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 중이다. 현재 이 모델은 현지에서 인기가 뜨거워 대기수요가 몰려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1월 미국에서 팰리세이드 판매량은 5432대에 달했다.

생산 차질과 더불어 수출 현지에서 검역이 지연되고 있는 점도 문제다. 코로나19 사태로 일부 국가에서는 현대차의 선박에 대한 검역 체계를 강화하고 있어, 하역 작업에 드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글로벌 시장으로 수출되는 차량의 재고를 지속 모니터링하고, 고객에게 배송 정보를 전달한다는 방침이다. 또 방역을 강화하고 마스크 사용을 의무화하는 등 현지 공장의 경계 수위를 높인다. 부품 확보에도 만전을 기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방역 등으로 선박 스케줄이 다소 지연되고 있어 고객 만족 차원에서 혹시나 있을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통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노사 대표가 25일 경남 울산공장에서 '코로나19' 관련 선제적 비상대응 체계 구축과 지역사회 위기 극복 지원을 위한 특별협의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