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와 함께 사라질 아까운 법안들]①제2의 홍만표 막을 '전관예우 금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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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기자
입력 2020-02-26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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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부터 법원까지, 사법개혁에 대한 목소리는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상당수 법조인들은 시급한 개혁과제로 '전관예우' 관행의 청산을 꼽는다. 최근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의뢰인과 변호사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약 78%의 변호사가 법조계에는 전관특혜가 존재한다고 답변한 바 있다.

법조인들의 인식은 일반인들의 인식과도 큰 차이가 없는 부분인데, 실제로 의뢰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90% 이상이 전관변호사를 선임하는 것이 사건 처리에 유리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전관특혜를 막을 실효성이 있는 법률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공직에서 물러난 뒤 개업기간을 제한하는 법은 있지만 어긴다고 해도 처벌이 매우 약하다. 오히려 '전화변론' '몰래변론' 등을 비롯해 '포스트잇 변론'이라는 기막힌 편법만 늘어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같은 편법을 막기위해 20대 국회에서는 변호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다. 하지만 20대 국회의 마감을 앞둔 현재까지도 소관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오는 5월 30일 20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법안도 폐기된다. 

◆ 검찰부터 법원까지... 전관 특혜의 민낯

지난 2016년 '특수통'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가 구속기소됐다. 네이처리퍼블릭 정운호 대표의 '구명 로비' 과정에서 홍 변호사의 불법행위가 포착됐기 때문이다.

당시 검찰은 정 대표에 대한 검찰의 원정도박 수사 당시 홍 변호사가 전관 지위를 이용해 수사팀 주요 관계자를 접촉하고 재계 수요 사건에 거액의 '몰래 변론'을 한 사실도 확인했다. 홍 변호사는 수사 책임자인 최윤수(49·연수원 22기) 중앙지검 3차장검사를 만나고 20여차례 통화를 하기도 했다.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이던 그해 8월과 9월이었다.

그 덕분인지 정 대표는 2014년 7월과 2015년 2월 두 차례에 걸쳐 도박혐의로 조사를 받고도 무혐의를 받았다.

당시 검찰은 중앙지검 수사팀이 홍 변호사로부터 부정한 접대·금품을 받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홍 변호사가 수사팀을 상대로 몰래변론을 했고 성과가 있었던 것은 확인해 놓고도 현직 검사들로 불길이 옮겨 붙는 것은 막은 모양새였다.

이 사건에는 검찰의 전관만 연루된 것이 아니다. 정 대표는 1심에서 징역 1년을 받자 항소심에선 부장판사 출신 최유정 변호사를 선임했다.

‘전관’을 선임한 정 대표는 당시 보석을 조건으로 50억원을 최 변호사에게 수임료로 제공했다. 하지만 항소심에서도 징역 8개월의 실형이 선고되자 정 대표가 각종 폭로를 하기 시작했고, 결국 ‘전관특혜‘가 드러나게 됐다.

이후 최 변호사는 검찰수사와 재판을 거쳐 징역 5년 6개월이 확정됐다. 

하지만 홍 변호사사와 최 변호사처럼 '몰래 변론' 혹은 전관예우가 처벌을 받는 사례는 거의 없다. 홍 변호사도 수임료 누락 등 변호사법 위반과 탈세 혐의가 아니었다면 처벌대상으로 보기 어려웠다. 최 변호사의 경우 현직 판사들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수십억원대 수임료를 받았기 때문에 처벌대상이 됐다.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법조비리 의혹에 연루된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가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굳은 표정으로 들어서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 변호사 대다수 ‘전관특혜 있다’... '몰래변론' 금지법은 임시국회 끝나면 자동폐기

현직 판·검사들은 공개석상에서 '전관예우는 없다'라고 잘라 말한다. '전관예우'라고 생각되는 것도 사실은 다 년간의 누적된 경험이 변론활동에 도움이 됐기 때문이지 특별한 혜택을 준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같은 법조계 내에서도 동의를 받지 못한다.

2019년 12월 4일 대한변호사협회와 한국형사정책연구원 공동주최로 열린 ‘전관예우 실태와 대책방안 마련 심포지엄’에서는 이 문제에 정답에 근접한 연구결과가 제시됐다.

당시 발표자료에 따르면 전관이 사건을 수임했을 경우 집행유예 가능성이나 형량에 대해 영향을 준다는 것을 통계적으로 밝힌 논문이 2013년 발표된 바 있다. 

퇴직후 1년 이내일 경우 고위직 출신은 집행유예 가능성이 15%포인트 증가하고, 형량은 22개월이 감형되고, 고위직이면서 10대 로펌 소속일 경우 집행유예 가능성은 18%포인트 증가하고 33개월이 감형된다는 것.

6년이 지난 2019년 조사에서도 ‘전관’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지적되고 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2019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변호사 438명 중 75.8%, 검찰청 일반직원 170명 중 66.5% 등이 ‘전관예우 현상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답변했다.

오히려 판사들은 전관예우 현상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는데, 설문 결과를 종합해보면 오히려 검찰의 수사 단계에서 전관특혜가 있지 않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전관특혜는 적발돼도 징계 수준이 높지 않다.

이에 변호임 선임계를 내지 않고 변론하는 이른바 '전화변론' '몰래변론' 등의 행태에 대해 현행 과태료에서 징역 3년 이하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 강화 등의 내용이 담긴 변호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지만 계류 중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퇴직 전 2년부터 퇴직한 때까지 근무한 국가기관이 처리하는 사건을 퇴직 후 2년 동안 수임할 수 없도록 수임제한 기간을 연장하고, 전관예우 비리, 법조브로커 등을 감시하기 위한 법조윤리협의회에 법조비리 감시·신고센터 설립 등의 조항도 신설됐다.

특히 변호인선임서 등의 미제출 변호행위인 이른바 ‘몰래변론’을 통해 얻은 수익을 몰수하거나 추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4·15 총선 전 마지막이 될 2월 임시국회가 17일부터 30일간 열린다. 임시국회가 끝나면 계류 중인 법안은 자동폐기된다.
 

[사진=국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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