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우의 프리즘] 코로나19 위기사태로 국내 정치와 경제가 어수선하다. 정치는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위기를 정치화하면서 책임공방전으로 혼란스럽다. 경제는 2% 안팎의 성장률이 1%대로 하향 조정되고 있다. 그럼 우리의 외교전선은 어떠한가. 먹구름이 몰려온다. 정부가 주변국을 두루 섭렵하는 전방위 외교가 아닌 ‘반쪽’외교에 매몰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는 중국과 북한 외교에 목숨을 건 모양새다. 그리고 남북 교류 재개를 위해 다른 ‘반쪽’인 미국을 설득하려한다. .
외교는 특정 이슈에 매몰되는 것을 금기시한다. 시야가 그만큼 편협해지기 때문이다. 이해관계가 첨예한 이슈에서 국익을 극대화하는 것은 외교의 진리다. 외교는 협상을 통해 상대적 이익만 허용한다. 따라서 상대국은 물론 주변국의 수를 읽어야 상대적 이익 게임에서 승리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수싸움에서 상대방이 판 함정을 피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스스로가 놓은 덫에 걸릴 수밖에 없다.
현재 우리 정부가 펼치는 외교는 매우 편협적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에 노심초사한 나머지 중국에 ‘눈치 보기’의 ‘저자세 외교’로 일관하고 있다. 우리 외교의 당면과제는 작금의 ‘내우외환’을 슬기롭게 극복하는 데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스스로 덫을 놓고 있다. 그 첫 번째 덫은 금강산 개별관광의 추진이다. 지난 1월 17일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북한 개별관광의 포부를 밝혔다. 통일부도 발 빠르게 이의 합리화에 앞장섰다. 국제법적으로나 UN결의안에 저촉이 없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개별관광을 ‘내정’과 ‘주권 차원의 문제’로 규정해 버렸다.
이후 정부의 행보도 빨라졌다. 지난 2월 5일을 전후하여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과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미국에 극비에 급파된다. 개별 관광을 위한 미국의 사전 양해 확보와 미국과 긴밀한 협력을 재확인하기 위함이었다. 미국의 반응은 예상대로였다. 우리가 주권국가로서 내리는 결정을 존중하며 긴밀하게 협의하자는 것이었다. 이는 앞으로 놓일 북한의 덫도 조심하라는 경고성 메시지였다.
북한의 덫은 지난 16일 대외선전매체 ‘조선의 오늘’을 통해 놓여졌다. 금강산 개별관광에 침묵으로 일관하던 북한이 입을 열면서였다. 매체는 "구태여 대양 건너 미국에 간다고 하여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우리 민족끼리’ 해결할 것을 촉구했다. 이 메시지에 정부는 고무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부 귀에 달콤한 캔디는 다른 덫이 되었다.
정부는 지난 22일 통일부 차관을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 보낸다. 공식 방문 목적은 연락사무소의 재개 논의였다. 실질적인 목표는 금강산 개별관광 의사 타진이었다. 문제는 자신의 감언이설에 속아 넘어 꼼수를 가지고 온 우리 측 인사에 응대할 북한이 아니었다. 결과는 북한 측 대표의 ‘노 쇼우(no show)’였다. 여기서 북한의 ‘우리민족끼리’가 덫임이 입증되었다.
두 번째 덫은 미국의 사드 덫이다. 지난 10일 미 국방부 홈페이지에 국방부 산하 미사일방어청(MDA)은 ‘2021회계연도 예산안 브리핑’을 발표한다. 미국과 동맹국 7곳에 배치된 사드의 포대 및 훈련 장비를 업그레이드하는 데 10억 달러(약 1조1800억원)의 예산을 고지했다. 또한 원격조종을 통한 사드 발사대의 활동 범위 확장과 사드와 패트리엇의 통합 계획도 설명했다. 이 밖에 내년도 성주 사드 부대 공사비를 4900만 달러(약 580억원)로 책정했다.
이는 정부의 대 중국 외교에 경종을 울렸다. 사드 포대와 훈련장비의 향상은 사드 발사대와 포대의 분리를 의미한다. 결국 발사대의 추가배치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주한미군의 사드와 패트리엇 미사일체계의 통합은 사실상 우리를 미국 미사일방어(MD)체계에 편입시키는 것이다. 우리의 의도와는 무관하다. 주한미군 자체가 일본과 연계한 MD의 한 축을 이룰 것이다.
사드 부대의 공사비 책정은 우리에게 비용을 전가할 태세라는 뜻이다. 현재 워싱턴의 분위기를 반영한 발언이다. 사드의 추가배치가 필요하면 미국은 이 비용마저 우리 정부에 물릴 공산이 크다는 것이 미사일방어국장의 인터뷰에서도 밝혀졌다.
이에 우리 국방부는 사드 업그레이드와 성능 개량에 관한 설명 외에는 모든 것을 부인했다. 그러나 국방부 대변인은 14일 사드 공사비와 관련하여 현재 진행 중인 한·미 방위비협상에서 이의 거론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만 설명했다. 또한 사드의 어떠한 추가 배치 통보 받은 것도 없고 계획도 없는 것으로 “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방위비협상에서 공사비용이 거론되지 않고서 미국의 미사일방어국장이 공식 인터뷰에서 이를 언급했을 리 만무하다. 사드 업그레이드 계획이 미 국방부 홈페이지에 게재되었으면 방위비협상 자리에서 최소한 언급이 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대로라면 우리 정부는 약속한 사드 ‘3불 원칙(추가배치 없음, 미국 MD체계 편입 없음, 한미일 군사관계 강화 없음)’을 어길 수밖에 없는 진퇴양난에 빠진다.
세 번째 덫은 우리의 대중 외교에 놓여졌다. 중국이 덫을 놓을 이유는 없다. 단지 대통령의 감성을 역이용해 자신의 전략적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주지하듯이 2017년 12월 베이징 한·중정상회담 이후 대통령은 오매불망 시진핑의 답방에 목을 매고 있다. 사드가 발목을 잡자 한국은 ‘3불 원칙’으로 문제해결을 약속했다. 그러나 이의 이행을 최대한 연기하고자 사드 부지의 일반환경평가보고서 발표를 지연시키고 있다. 중국의 눈에는 한국의 꼼수만 보이는 셈이다.
그럼에도 대통령은 작년 6월 오사카 G20 정상회의에서 시진핑의 방한을 다시 종용한다. 이에 시진핑은 불만을 또 한번 터뜨린다. 그는 한국이 사드 문제의 해결 방안을 신속히 검토할 것을 지적했다. 이는 사드가 해결되기 전까지 한국을 방문할 의사가 없다는 뜻이다. 대통령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지난 20일 한·중 정상통화에서 예정대로 시진핑의 방한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중국 외교부의 문건이나 언론보도 어디에도 그런 언급은 없다.
대통령은 아마도 지난 15일 한·중외교장관회담에서 나온 왕이 중국외교부장의 발언을 위안 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왕이는 중·한 양국이 하루 빨리 정상적인 왕래관계를 회복하길 원한다 했다. 더불어 올 한해 예정된 고위층 교류를 위해 준비를 잘하자고 당부했다. 여기서 대통령은 이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 듯하다. 왕이 부장이 의미한 고위층 교류는 올해 서울에서 개최 예정인 한중일 3국회의를 의미했을 개연성이 매우 높다. 즉, 중국 총리의 방한이다.
외교에는 특정 이슈나 관계에만 몰방할 수 없다. 카멜레온의 눈처럼 주변을 전방위적으로 볼 수 있는 시야를 가져야한다. 외교의 상대적 속성 때문이다. 외교는 돌발변수에서부터 주변국의 의도와 계획 및 전략 대응에 대한 직관력과 통찰력을 요구한다. 이를 갖춰야 혜안을 가지고 슬기롭고 지혜로운 외교의 구현이 가능하다. 작금의 내우외환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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