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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전경.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국 거대 IT 기업들은 유럽연합(EU)뿐만 아니라 여러 국가들의 선망이자 견제 대상이다. 미국의 '실리콘밸리'를 배우고 벤치마킹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스탠퍼드대학교'다.
스탠퍼드는 샌프란시스코 실리콘밸리에 위치해 있다. 세계적인 명문대라는 위상에 걸맞게 우수 인재를 공급하고, 스타트업의 인큐베이팅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산·학 협력의 대표적인 예로, 실리콘밸리에서 나아가 미국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한다.
이는 총장부터 창업 컨설팅과 투자 유치에 적극 나선 덕분에 가능하다.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에 남다른 애정을 가진 것으로 유명하다. 캠퍼스 내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스타트업 회사의 성장을 돕는역할) 프로그램인 '스타트엑스'(StartX)를 만들기도 했다. 스탠퍼드 재학생과 졸업생의 창업 초기 투자와 사무실 등 인프라 제공, 컨설팅 등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이뤄진다.
스탠퍼드의 또다른 자랑은 디자인스쿨 '디-스쿨'(Institute of Design at Stanford, D-School)이다. 융합형 인재를 육성하는 곳으로, 이론이 아닌 프로젝트 위주의 수업을 진행한다. 소비자에 대한 공감, 협업 등을 주제로 학생들과 외부 파트너들이 함께 한다. 대표적인 수업은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으로 △공감 △정의 △아이디어화 △프로토타입 △테스트의 단계를 밟는다.
스탠퍼드는 지금의 실리콘밸리를 있게 한 장본인이다. 1891년 설립 후 초기에는 스탠퍼드 주변 인프라가 워낙 낙후된 탓에 졸업생들이 동부로 일자리를 찾아 떠났다. 지금과 같은 시스템이 가능했던 건 그로부터 약 50년 후였다.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 스탠퍼드 주변 부지에 건물을 짓고, 임대료를 받아 연구 단지를 개발하기 시작한 것.
이후 물리학자 윌리엄 쇼클리가 이끄는 연구팀이 실리콘을 이용한 트랜지스터를 발명했고, 이 성과를 바탕으로 1956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유명세를 얻어 각자 독립한 엔지니어들을 중심으로 창업의 시대가 시작됐다. 반도체와 전자기기 제조업체들은 물론이고 창업가들이 몰렸다. 실리콘밸리라는 명칭은 이때 탄생했다.
우리 정부도 국내에 이 같은 모델을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지난해 교육부와 국토교통부, 중소벤처기업부는 산·학·연 협력을 활성화하기 위해 '캠퍼스 혁신파크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대학 안이나 인근에 도시첨단 산업단지를 구축해 창업부터 기업 경영, 일자리 창출이 가능토록 한다는 계획이다.
대학 스스로도 태동하고 있다. 서울대학교는 지난해 인공지능(AI)위원회를 발족했다. 스탠퍼드처럼 서울대가 AI산업의 중심이 되겠다는 각오로, 외부 기업과 연구소를 한데 모아 'AI 직접단지'를 만들 예정이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나 기관은 엔지니어들이 자유롭게 연구하고, 창업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새로운 융·복합 기술들이 많이 등장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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