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꾸라진 중국 제조업 경기…코로나발 경제 충격 가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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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선 중국본부 팀장
입력 2020-03-01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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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심각… 2월 제조업 경기 ‘역대 최악’

  • 코로나발 쇼크에 멈춰선 '세계의 공장'

  • 지준율 인하 등 추가 부양책 속 3월 경기 회복될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중국의 지난달 제조업 경기지표가 사상 최저치까지 곤두박질쳤다. 중국 경제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큰 충격을 받았다는 진단이 나온다. 수출입, 소비, 생산 등 앞으로 줄줄이 발표될 굵직한 경제지표가 악화할 것으로 보이면서 중국 정부의 추가 경기 부양책도 예상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심각… 2월 제조업 경기 ‘역대 최악’

중국 국가통계국이 2월 29일 발표한 2월 공식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35.7로 집계됐다. 전월(50.0)보다 무려 14.3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중국 정부가 2005년 1월 해당 지표를 공식 발표한 이후 사상 최저치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1월 기록한 38.8보다도 낮다. 앞서 로이터가 전망한 수치는 46.0이었다.

류쉐즈 교통은행 금융연구센터 고급 애널리스트는 중국 현지 온라인매체 제몐을 통해 "코로나19 전염병이 중국 경제에 가져온 충격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월한다"고 진단했다.

PMI는 설문을 통해 경기 동향을 파악하는 지표다. 수치가 50보다 크면 경기 확장을, 낮으면 경기 위축을 각각 뜻한다.

중국 제조업 경기 동향.[자료=트레이딩이코노믹스]


구체적 항목별로 살펴보면 2월 생산 지수가 27.8로, 전달보다 무려 23.5포인트 하락했다. 신규주문 지수도 22.1 포인트 하락한 29.3, 고용 지수도 15.7포인트 하락한 31.8%를 기록했다. 

이날 함께 발표된 2월 공식 서비스업 PMI도 전월의 54.1에서 29.6으로 24.5포인트 뚝 떨어져 사상 최저치까지 악화했다. 전염병 확산세 속 요식, 숙박업, 여행업 등이 직격탄을 입으면서다.

이번 통계는 중국내 코로나19 로 인한 충격이 제대로 반영된 경기를 보여준 첫 번째 지표였다. 중국내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면서 수많은 기업과 공장들이 조업 재개를 미룬 데 따른 영향이 본격적으로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코로나발 쇼크에 멈춰선 '세계의 공장'···석탄소비도 40% '뚝'

지난 1월 23일 코로나19 발원지인 후베이성 우한을 시작으로 중국 대륙에 사실상 봉쇄령이 내려졌다. 이로 인해 전국 각지 교통 물류망이 막히고 공장과 회사는 일제히 휴업에 들어갔다. 사실상 경제가 ‘일시 마비’상태에 돌입한 것이다.

춘제(春節, 중국 설) 연휴가 끝난지 한 달이 흘렀지만 기업들 상당수가 아직 조업 재개를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중소기업 조업 재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중국 인력채용 업체 첸청우유(前程無優)에 따르면 지난 2월 21일까지 중국 전체 조업 재개율은 71.8%였다. 특히 직원 수 100명 미만의 중소기업 조업 재개율은 47%에 불과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도 지난달 26일까지 중소 제조업체 조업 재개율이 43.1%에 그쳤다고 집계했다.

코로나19 충격 속 향후 줄줄이 발표될 수출입, 물가, 소비·산업생산 등 지표 악화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중국 경기지표 악화는 일부 통계 수치를 통해 이미 예상됐었다. 

중국 교통은행 금융연구센터에 따르면 2월 중순 중국 6대 발전소의 하루 평균 석탄 소비량은 40만톤으로,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40% 하락했다. 석탄발전 비중이 70%에 육박하는 중국에서 석탄 소비가 줄어든 만큼 공장 가동률도 급락했을 것으로 추정됐다.

자동차, 주택 등 소비에 간접적으로 관련된 지표도 추락했다. 앞서 중국승용차시장정보연석회(CPCA)에 따르면 2월 1일부터 16일까지 중국 승용차 하루 평균 판매량이 2249대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 2만9090대의 10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쳤다.  중국 초상증권이 2월 첫째 주 중국 36개 주요도시 신규주택 판매량을 조사한 결과, 전년 동기 대비 9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 베이징에선 이 기간 하루 평균 주택 4채도 안 팔렸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코로나19 사태가 조기에 수습되지 않으면 중국의 올해 1분기 경제 성장률이 3%대로 떨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을 정도다. 

중국 상하이 한 공장에서 생산한 마스크를 차곡차곡 쌓아놓았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지준율 인하 등 추가 부양책 속 3월 경기 회복될까

코로나19로 인한 충격이 가시화하면서 중국 정부도 추가 부양책을 쏟아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공산당은 창당 100주년인 오는 2021년 중산층 국가를 지향하는 ‘샤오캉(小康) 사회’의 전면적 건설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는데, 이를 위해선  올해 최소 5.7% 성장률을 사수해야 하기 때문.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당장 은행권 지급준비율 인하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류궈창 인민은행 부행장은 지난달 27일 기자회견에 참석해 "코로나19 영향을 최대한 줄여 올해 경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면서 "인민은행은 적정한 시기에 선별적으로 지준율을 인하해 유동성이 충분할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민은행은 이미 미·중 무역전쟁 등에 따른 경기 둔화에 대응해 2018년 4차례, 2019년 3차례, 올 들어 1차례, 모두 8차례 지준율 인하를 단행한 바 있다.

인민은행은 지난달에도 역레포(역환매조건부채권),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대출우대금리(LPR) 1년물 금리를 잇달아 내렸다. 중소기업을 위한 3000억 위안(약51조원)의 저금리 특별대출 자금을 공급했다.

중국내 기업과 공장들이 얼마나 빨리 조업을 재개할지도 중요하다. 향후 중국 경기 회복세가 얼마나 빨리 이뤄질지와 직접적 연관이 있기 때문. 현재 블룸버그가 추산한 중국 공장 가동율은 70~80% 남짓이다.

리다오쿠이 중국 칭화대 교수는 “올해 1분기 내 가동이 중단됐던 공장들의 전면적인 업무 재개가 이뤄진다면 코로나19 사태가 중국 경제성장률에 미치는 피해는 0.17%포인트 하락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오칭허 중국 국가통계국 고급 통계사는 "현재 중·대형기업 조업 재개율이 78.9%로, 3월말까지 90.8%까지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이중 제조업체 조업 재개율이 85.6%로, 3월말 94.7%까지 올라갈 것이라며 3월 제조업 경기는 다시 반등할 것임을 강조했다. 

류쉐즈 애널리스트도 중국 당국이 전염병을 효과적으로 억제하고 있는 데다가 생산이 회복되면 수요도 개선돼 제조업 경기가 정상으로 돌아올 것이라며, 정부 경기부양책이 제조업 회복세를 뒷받침해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저우하오 코메르츠방크 연구원은 "3월부터 제조업 경기 반등이 시작될 것으로 보고있지만 회복세가 얼마나 뚜렷하게 나타날지가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특히 제조업 PMI가 45선을 넘을지 안넘을지가 핵심이라고 봤다. 저우 연구원은 "중국 코로나19 확산세가 잡히면서 공장 조업 재개율이 3월말까지 80%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중국 이외 지역에서도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있는 추세라 새로운 리스크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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