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 동교동계 원로들은 지난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을 탈당했다. 이후 안철수신당인 국민의당에 입당, 지난 대선에서도 안철수 대표를 지지했다. 이들은 국민의당 분당 사태 때 민주평화당으로 당적을 옮겼다가 탈당했다.
아주경제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이낙연 선대위원장은 선대위원장에 임명되기 전인 1월 말 쯤 정대철 전 의원에게 "권노갑 고문과 함께 복당을 하셨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했다. 정 전 의원은 "네가 원하면 복당을 하겠다. 다 맡기겠다"고 말했다. 이에 이 선대위원장은 상임선대위원장이 되면 알아서 추진하겠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한다.
이 선대위원장은 정 전 의원이 새천년민주당 대표를 맡던 시절 비서실장을 지냈다. 이 선대위원장은 정 전 의원의 서울대 법대 8년 후배로 정 전 의원이 재선 의원이던 시절 동아일보 기자로 만나 각별한 교분을 나눠온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은 지난 12일 JTBC '정치부회의'에 출연, 총선 후 대안신당이나 호남신당이 민주당과 합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이낙연 전 총리가 퇴임한 그날, 정대철 전 의원과 셋이 만나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며 "그런 얘기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실행 단계는 아니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 26일엔 정 전 의원과 한화갑(81)·이종찬(84) 전 의원, 고건(82) 전 국무총리 등이 참석하는 모임이 있었는데 이 선대위원장의 참석도 논의됐다. 이들은 권노갑 전 고문 측과는 결이 다른 DJ계 인사들이다. 다만 이 모임은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취소됐다.
대선 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당내 조직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 이 선대위원장이 먼저 구민주계 결집을 시도하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낙연 선대위원장측 남평오 비서실장은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이 선대위원장이 그 분들의 복당을 추진한 거라기 보다는 그 분들이 이 선대위원장을 돕겠다는 순수한 의지로 복당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 시기나 방식에 대해선 얘길 들어본 적이 있지만 지금 얘기하긴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남 비서실장은 또 "이 선대위원장이 자기 정치를 하기 위해서 동교동계 원로들의 복당을 추진하는 것은 아니다"며 "그 분들이 자발적으로 협의하는 과정에서, 특히 현재 이낙연을 상징하는 새로운 세력이 등장하고 있는데 '이걸 좀 도와주면 어떨까'라는 논의가 선행된 것"이라고 했다.
남 비서실장은 아울러 이 선대위원장에게 이들의 복당을 결정할 권한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본인이 판단해서 결정할 권리가 있는 위치가 아니다"며 "(이 선대위원장은) 우리 사회의 통합을 위해서 그 분들의 복당은 환영할 만한 일이고 그 분들이 함께하자고 하면 당에서 충분히 대접해줘야 한다는 입장은 있지만, 그걸 본인이 결정한다거나 당에 압력을 넣어서 하거나 그러진 않는다"고 했다.
민주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중앙선거대책위원회는 선거와 관련된 제반 사항을 의결로 결정할 권한은 있지만, 복당이나 공천과 같은 당무를 결정한 권한은 없다.
당 핵심관계자는 해당 사안이 최고위원회의에서 공개적으로 논의된 적이 없다고 했다. 한 최고위원은 "(복당 추진을) 처음 들었다"며 "최고위에서 논의된 적이 없다"고 했다.
동교동계 내부에서도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한 동교동계 원로는 통화에서 "그(복당) 얘기가 있었고, 나도 이 선대위원장과 통화한 일이 있다. 그런 것은 안 하는게 좋겠다고 얘기했다"고 했다.
이 원로는 "솔직히 그 당에 동교동계가 들어간다면 이낙연이 되겠느냐"며 "대통령 후보가 된다면 후보 중심으로 돌아가니까 몰라도, 지금은 지금은 당내 경선을 뚫고 나와야 되는 입장인데 동교동 사람들이 뭐 한다고 해서 (이 선대위원장에게) 도움도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낙연이 당에서 힘이 있는 것도 아니잖느냐"며 "이런 의견을 전했다"고 했다. 이에 이 선대위원장은 "일리가 있는 말이다. 형님 말이 맞소"라고 답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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