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송희의 참견] '극장가 비상' 2월, 최악의 성적표…봄 개봉작도 여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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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20-03-01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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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가 '비상사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관객이 끊기고 신작은 줄줄이 개봉을 연기하는 등 '비상'을 맞았다. 지난달 극장가는 7년 만에 관객수 최저치를 기록했고 영화 '결백' '사냥의 시간' '기생충: 흑백판' 등 기대작들은 개봉일과 공식 행사 등을 연기했다.

1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KOBIS)에 따르면 올해 2월 전국 영화관 관객수는 734만7078명, 매출액은 620억9456만원으로 집계됐다. 역대 2월 기준 관객수와 매출액 모두 2004년(관객 311만명·매출액 195억원) 이후 16년 만에 최저치다.

역대 전체 기준 관객수는 2008년 4월 733만명 이후 11년10개월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역대 매출도 2009년 8월 606억원 이후 10년6개월 만에 최저다.

업계는 올해 2월 실적을 '사상 최악의 성적표'로 평가한다. 영진위가 국내 영화산업통계를 낼 때 '스크린 가입률'이 99%를 달성한 2011년을 기준점으로 삼는다. 이전 데이터는 스크린 가입률이 낮아 신뢰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곽서연 영화진흥위원회 영화정책 연구원은 "2011년 이전 수치는 스크린 가입률이 낮아서 정확한 비교가 어렵다"며 "2011년부터 통계를 따져보면 가장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2월 개봉작들은 개봉을 미루는 등 수를 내놓았지만 별다른 효과는 얻지 못했다. 먼저 2월 개봉작이었던 '정직한 후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코로나19 사태로 개봉을 연기했다. 영화사·배급사 측에서도 개봉을 미루는 일이란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후속 상영작들과 극장 조율도 해야하고 홍보 일정을 짜는 등 어려움을 겪기 때문. 그러나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극장가를 얼어붙게 했고 '정직한 후보'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개봉을 미뤘음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12일 개봉한 '정직한 후보'는 코로나19 사태가 한풀 꺾인 뒤 간신히 100만 고지를 넘었지만 다시금 상황이 악화되며 흥행 기세가 꺾였다. 현재 누적관객수 142만 2261(3월 1일 영진위 통합전산망 기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더 심각하다. 개봉일을 한 주 미뤄 19일 공개됐지만 코로나19 위기경보가 경계단계에서 심각단계로 격상되며 직격탄을 맞았다. 호평에도 불구 관객수는 고작 48만 6424명이다.

신종 코로나 우려에 관객들 발길 줄어든 극장 [사진=연합뉴스 제공]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개봉 예정작들은 속이 탈 수밖에 없다. 줄줄이 개봉을 연기·취소하며 코로나19가 잠잠해지기를 기다리는 중이다.

영화 '결백'을 시작으로 '사냥의 시간'과 '기생충: 흑백판' '더보이2' '밥정' '후쿠오카' 등이 언론배급시사회와 개봉일, 인터뷰 등 공식일정과 홍보일정까지 미룬 채 숨고르기 중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한 '극장가 충격'이 메르스 사태보다 훨씬 심각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메르스 사태에는 없었던 '극장 폐쇄' 변수가 터진 데다 다중이용시설을 기피하는 경향이 비교할 수 없이 강해진 까닭이다.

실제로 극장가는 두 달 연속 '최저 관객수'라는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지난 1월 관객수는 8년 만에 최저치인 1684만명에 그쳤다. 하지만 2월에는 관객수가 56.4% 증발하면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매출도 전월 대비 56% 급감했다.

'메르스 사태'와 비교하면 극장가의 부진은 더 극명하게 드러난다.

지난 2015년 5월 국내 첫 메르스 확진자가 나온 직후 6월 영화관 관객수는 전월 대비 19.6% 줄었다. 같은 기간 매출은 19.8% 감소했다. 메르스보다 코로나19 사태의 관객수 및 매출 감소 폭이 3배가량 높은 셈이다.

메르스 사태와 코로나19 사태의 관객수·매출을 직접 비교하더라도 이번 사태 들어 관객수는 48.2%, 매출은 46.6% 더 쪼그라들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극장가 관객수가 걷잡을 수 없이 줄면서 업계 전체에 비상이 걸렸다"며 "흥행 기대작들이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상영 예정작들이 대거 연기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3월·4월 극장가도 장담할 수 없다. 코로나19 사태가 마무리된다면 개봉 연기된 영화가 한꺼번에 몰려 경쟁이 치열해질 터. 영화 산업 위축으로 인해 영화인들의 시름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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