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 강제수사 주저하는 검찰...진짜 속내는 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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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기자
입력 2020-03-02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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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역에 방해될 수 있다"... 압수수색 자제 지시

  • 수원지검에 사건 배당한 것도 석연치 않다는 지적

검찰이 신천지교회에 대한 수사에 머뭇거리는 모습이다. 사건을 수원지검에 배당한 뒤 본격적으로 수사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도 압수수색 등 당장 강제수사권을 발동하는 것은 주저하고 있다. 방역을 방해하거나 고의적으로 거짓말을 할 경우 구속수사도 불사하겠다고 밝힌 지난 27일의 입장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검찰이 신천지에 대한 강제수사를 머뭇거리고 있다고 보는 근거는, 지난 28일 대검이 전국 지검에 '압수수색 전 대검과 협의하라'고 지침을 내려보낸 것과 사건의 수사를 서울중앙지검이 아닌 수원지검에 맡긴 것 등 두 가지다. 

지난 28일 대검찰청은 신천지 등 코로나19와 관련해 압수수색을 하기 전 대검찰청에 보고하고 협의를 할 것을 지시했다. 사실상 강제수사를 하지 말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질병관리본부가 방역에 필요한 명단을 이미 확보했기 때문에 굳이 강제수사를 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도 함께 내려보낸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강제수사에 반발한 신천지 신도들이 돌발행동을 할 경우, 방역에 오히려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지침은 하루 전 검찰의 태도와 정반대일 뿐만 아니라 법무부의 지시사항과도 정면 배치되는 것이다. 

대검이 지방검찰청에 지침을 내려보낸 28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보건당국의 역학조사를 거부할 때는 고발이나 수사의뢰가 없더라도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에 착수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보기에 따라서는 검찰이 또다시 법무부의 지시에 항명을 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검찰이 이 같은 입장을 취한 것은 신천지가 아직 조직적으로 방역을 방해하거나 고의로 정보를 숨기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형사적 수단을 강구할 단계가 아니라는 판단으로 보인다. 

검찰이 신천지에 대한 수사를 주저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25일에도 대검찰청 관계자는 "수사권의 발동은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면서 "압수수색 영장은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그 필요성이 인정될 때에 한해 청구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신도명단에서 3만명 정도가 누락됐고 신천지 신도라는 것을 숨기거나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도 동선을 숨기는 바람에 감염이 확산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는 점에서 검찰의 상황인식이 지나치게 안일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검찰의 입장이 전해지자 SNS를 비롯한 인터넷에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성토하는 글들이 쏟아졌다. "전염병을 퍼뜨리는 것이 표창장보다 못하느냐"는 비난부터 "검찰도 신천지냐"는 비아냥까지 나왔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윤 검찰총장의 파면을 촉구하는 청원이 등장하기도 했다.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이 아닌 수원지검에 배당한 것을 두고서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인다. 

대검찰청은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전피연)가 감염병예방법 위반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이 총회장을 고발한 사건을 수원지검 형사6부(박승대 부장검사)에 배당했다. 서울중앙지검에도 박원순 서울시장의 고발사건 등이 배당됐지만 핵심은 아니라는 평가다. 

신천지의 총본산이 경기도 과천에 있다는 점이 중앙지검을 제치고 수원지검이 사건을 배당받은 이유로 알려졌다. 사건을 맡은 수원지검 형사6부가 얼마 전까지 특수부였고 박승대 부장검사 역시 특수통이라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축소되긴 했어도 엄연히 특수부 간판을 단 곳이 2곳이나 있고 여전히 강력한 수사팀을 유지하고 있는 중앙지검을 굳이 배제한 것은 석연치 않다. 또 이만희 총회장의 실제 거주지는 경기도 가평으로 의정부지검 관할이고 사건의 주 발생지는 대구지검 관할이며, 전국 각지에 신천지 교회가 산재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석연찮은 점은 더 늘어난다. 

이와 관련해 검찰 내부에서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껄끄러운 관계에 놓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피하기 위해 수원지검에 사건을 내려보낸 것"이라는 견해도 불거진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와 유재수 사건,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등에서 윤 총장과 다른 입장을 보였다. 이 때문에 문찬석 광주지검장은 공개석상에서 '감히 총장에 반대를 하느냐'며 이 검사장을 정면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한편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신천지에 대한 압수수색에 찬성하는 비율이 86.2%에 달했다. 이 조사는 지난 28일 18세 이상 성인 516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표준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4.4%포인트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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