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제주항공이 밝힌 이스타홀딩스의 인수 주식수는 총 497만1000주로 지분비율은 51.17%다. 경영권을 확보하는 조건이다. 앞서 두 차례 인수를 망설였던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의 기업가치 하락을 고려해 인수희망가보다 150억원 낮아진 545억원에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항공업황 악화에 코로나 19 사태까지 겹치며 인수 불발이 예상됐지만 대승적 차원에서 예상대로 인수를 확정한 것이다.
인수계약을 확정하며 제주항공은 선제적 대응 차원의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15년간 고속 성장을 지속해온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지난해 일본불매 운동 영향으로 주저앉은 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적자 규모가 겉잡을 수 없이 커졌다. 이미 업계 공급과잉이 심화되면서 인수합병이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됐다는 판단이다.
과감한 인수를 통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겠다는 게 제주항공의 계획이다. 지난해 국제선 점유율은 대한항공이 22.2%, 아시아나항공이 15.3%, 제주항공은 9.3%였다. 이스타항공의 점유율인 3.3%를 합치면 12.6%로 아시아나항공과 격차를 좁히게 됐다. 기존 양대 항공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셈이다.
인수 이후 속도감 있는 조치가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항공업계에서 최초로 진행되는 동종사업자간의 결합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양사의 코로나 19 공동 TF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양측은 코로나19 사태로 수요가 대폭 감소하자 일부 노선을 통합 운영해 비용절감에 나서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당장은 유동성 위기에서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이지만, 장기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대규모 인력 조정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체질개선의 키는 제주항공의 지주사인 애경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 이성훈 상무가 쥘 것으로 보인다. 이스타항공이 임직원 임금체불, 국민연금 연체 등 당장 직면한 과제가 산적했기 때문이다. 이스타항공의 지난해 부채비율은 484.4%, 자본잠식률은 47.9%에 달하는 상황이고 제주항공도 녹녹치만은 않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329억원의 적자를 낸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실적이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승자의 저주 우려는 여전하다. 이에 대해 이석우 제주항공 대표는 "이스타항공 인수에 대한 우리 직원들의 우려가 크다는 것을 경영진도 잘 알고 있다"며 "하지만 공급과잉의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는 국내 항공업계는 조만간 공급 재편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선제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제주항공은 지난 15년 동안 불가능해 보였던 것을 가능하게 만들어 왔고, 대한민국에서 LCC라는 사업모델을 성공 시켜 더 많은 이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항공 여행의 기쁨을 나누었다"면서 "모두 힘을 모아 함께 도전하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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