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무 랭스필드 회장이 만연한 일본 사대주의(事大主義)를 비판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소장 서천범)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일본에서 수입한 골프용품은 2억1670만 달러(약 2583억7141만원)로 2018년에 비해 5.8% 감소에 그쳤다. 일본 정부의 보복성 수출 규제 조치와 국내에서 불붙은 노(No)재팬 운동에도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그 이유는 국내 골퍼들의 일본 골프채에 대한 인식에 있다. 고가의 일본 골프채를 고급 제품으로 여기는 풍조가 만연한 것. 이에 본지는 국산 골프채 최전선에 있는 양정무 랭스필드 회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우리가 우리 것을 무시하는 처사다. 한국 사람들은 돋보이려고 일본골프채를 사용한다. ‘일본 제품이 고급스럽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양 회장은 “만연한 일본 사대주의다. 한국은 외제 선호 사상이 강하다. 일본 골프채를 최고로 친다. 다른 나라는 아니다. 전 세계를 강타한 아이돌 그룹인 방탄소년단(BTS),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영국 토트넘 홋스퍼에서 뛰는 공격수 손흥민도 한국이 낳은 걸작이다. 국산 골프채가 일제를 이기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양 회장은 30년간 일본 골프채와 싸웠다. 인식을 바꾸기 위해 노재팬 운동에도 앞장섰다. 일본 골프채를 가져오면 보상판매해 주는 이벤트를 이어갔다. 지금까지 200세트를 교환했고, 모든 고객들이 만족했다고 한다. 교환한 일본 골프채는 샤프트를 분리하고 헤드를 녹인다. 더는 시장에 돌아다니지 않게 하기 위한 취지다.
그는 “30년간 100개의 국산 골프채 회사가 문을 닫았다. 아스트라, 프로메이트, 팬텀(골프채) 등 수많은 업체가 일본 골프채에 백기를 들었다. 이제 살아남은 건 엘로드, 랭스필드, 브라마 등으로 손에 꼽힐 정도”라며 “이기질 못하니 기생충들이 생겼다. 국산 회사가 일본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들고 일본 골프채로 판매한다. 한국 사람이 한국에서 왜 'Made in Japan’을 만드는 가. 이해할 수 없다. 홍길동이다. 자기가 만들어 놓고 자기 거라고 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어 양 회장은 “국산 골프채도 발전에 발전을 거듭한 결과 퀄리티가 좋아졌다. 이제는 정신적인 문제다. 남이 쓰니까 나도 일제를 쓰는 거다. 30년을 주장하는 데 바뀌지 않는다. 이제는 힘이 빠진다”고 덧붙였다.
양 회장은 고급자동차 브랜드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납품했던 적이 있다고 한다. 최고급 클래스 차량을 구매하면 골프채를 증정하는 이벤트였다. 그는 “골프채에 자동차 로고가 박히자 가치가 급상승했다. 지인이 나에게 와서 자랑했다. '이 채 정말 좋다'고 말이다. 그래서 그거 내가 만들었다고 하니 믿지 않았다. 한참을 설명했다. 이건 다름 아닌 인식의 차이”라고 이야기했다.
인터뷰 말미에 양 회장은 랭스필드를 소개했다. 그는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브랜드다. 29년 됐다”며 “1990년대 초 유명 백화점에 위치한 골프용품점에 간 적이 있다. 점원에게 국산 골프채가 있는지를 물었다. 그때부터 무시하기 시작했다. 국산을 찾는다는 이유에서다. 너무나 화가 났다. 그때부터 국산 골프채를 만들자고 결심했다. 그게 바로 랭스필드의 시작”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일본 골프채 수입은 1억9410만 달러(약 2315억2248만원)인 반면, 국산 골프채 일본 수출은 40만 달러(약 4억7712만원)에 그친다. 약 485배. 격차가 심하다. 이에 양 회장은 “수출도 많이 했다. 동남아시아에 가면 랭스필드 렌털클럽을 손쉽게 만나볼 수 있다. 지금까지 40개국에 수출했다. 일본은 끝까지 거부했다. 그들은 아직도 우리를 한 수 아래로 보고 있다”고 씁쓸해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