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달 28일 경제종합대책을 발표한 데 이어 메르스 때 보다 많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예고했지만 불안감은 증폭되고 있다.
OECD는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3%에서 2.0%로 낮췄다. 재계 일각에서는 1999년 IMF 외환위기 이후 거세게 불었던 기업 구조조정 광풍이 올 상반기 본격화될 것이란 우려다.
3일 산업계와 증권가·연구기관 등에 따르면 코로나19 창궐로 인해 우리나라의 실물 경제가 이른바 ‘퍼펙트스톰(수출과 내수가 동시에 무너지는 경제 상황)’ 상황에 직면했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지난달 대(對)중국 수출이 급감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월 수출 총액은 412억6000만 달러로 작년 동월 대비 4.5% 늘었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 계속된 수출 부진의 ‘기저 효과’이며 설연휴가 없던 2월 조업일수 증가 영향이 컸다.
속내를 들여다보면, 실제 2월 하루평균 수출금액은 18억3000만 달러로 작년 동월 대비 11.7% 줄었다. 특히 2월 대중국 수출은 6.6% 감소해 89억 달러에 그쳤다. 일 평균 수출금액은 21%나 급감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중국산 부품 생산·공급 차질→한국 제조업체 생산 차질→대중국 수출 감소 악순환이 벌어진 것이다. 특히 한·중의 생산 라인이 맞물려 있는 자동차(-16.6%), 디스플레이(-21.8%)의 수출이 추락했다. 3월에도 이런 수출 감소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2월 대중국 수출이 감소한 데 유럽과 미국 등 중국 외 지역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고 있어 3월 수출은 더욱 부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수 소비 차질...서비스물가 상승률 “IMF 이후 최저”
내수 소비도 차질을 빚고 있다. 3일 통계청이 내놓은 2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서비스물가 상승률은 1999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서비스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대비 0.4%를 기록, 1999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았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소비가 위축된 해외단체여행비 하락과 외식비 상승 정체가 반영된 결과다. 특히 외시 물가는 2013년 1월 이후 가장 낮은 상승폭을 기록했다.
실제로 소비자물가의 경우 해외단체 여행비는 1월 대비 5.8%, 국제항공료도 4.2% 각각 하락했다. 졸업·입학식이 잇달아 취소되면서 생화 가격도 11.8% 떨어졌다.
코로나19에 따른 재택근무와 외출금지 일상화로 업체별 매출도 급감하고 있다. 완성차 5개사의 2월 내수판매량은 총 8만1722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21.7% 줄었다. 2월 1~3주 숙박업 매출 증감률은 전년동기 대비 -17.7%, -10.8%, -24.5%로 감소세다. 음식점은 -9.6%, -2.0%, -14.2%로 줄었고 백화점도 -22.6%, -1.9%, -20.6% 등 마이너스 매출 폭이 커지고 있다.
◆OECD 등 韓경제 전망률 일제히 하향 조정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불안 요인이 심화되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글로벌 투자은행(IB) 등이 한국 경제 성장률을 잇달아 하향 조정하고 있다.
OECD는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3%에서 2.0%로 낮췄다. 한국이 중국과 밀접히 연관돼 있는 만큼 코로나19 영향이 상대적으로 클 가능성이 있다는게 하향 조정의 이유다.
한국은행이 그나마 2.1%로 다소 높게 전망하는 반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1.6%로 가장 낮은 전망치를 제시했다. 이밖에 JP모건 2.2%, 무디스 1.9%, 노무라증권 1.8%로 각각 예상했다.
이 기관들은 중국과 국내 코로나19 확산세의 정점을 3월 중순으로 본다. JP모건은 “한국의 코로나19 확산세 정점은 3월 20일쯤이 될 것”이며 “확진자 수는 최대 1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신의 직장도 희망퇴직...“살길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뿐”
상황이 이렇게 되자, 업종을 불문하고 국내 산업계 전반에서는 “IMF 때보다 더 힘든 것 같다”며 곡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장기불황에 경영난에 직면한 기업으로선 선택지가 단 하나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 뿐이다. 이미 퍼펙트스톰을 우려한 항공, 정유, 자동차 기업들은 인원 감축, 임금 삭감 등에 나선 상태다.
IMF 외환 위기에도 희망퇴직을 실시한 적 없는 에쓰오일이 대표적이다. 세계 최대 에너지 기업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가 최대주주인 에쓰오일은 그간 높은 연봉과 안정된 수익으로 ‘신의 직장’으로 불려왔다.
그런데 1976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최근 인력 효율화를 위한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대상은 부장급 직원 100여명에 불과하나, 3년 전만 해도 기본급의 1000%에 달하는 성과급 잔치를 했던 임직원들의 충격은 상당하다.
에쓰오일은 이미 지난해 말부터 팀장급 자리를 줄이고 부서를 통폐합하는 등 조직 슬림화를 꾀했다. 글로벌 경기가 둔화하고 수익에 직결되는 정제마진이 사실상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작년 영업이익이 29.8%나 줄어든 탓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국제 유가 및 정제마진 하락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라, 에쓰오일발 정유업계 전반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2014년 이후 6년 연속 적자를 낸 두산중공업도 최대 30% 인원 감축에 나섰다. 기술직과 사무직을 포함한 만 45세 이상 직원 2000여명을 상대로 대규모 명예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내수 부진에 시달려온 르노삼성차도 지난달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하늘길이 막히고 있는 항공업계의 경우 임원 감축, 희망퇴직, 무급휴직, 단축 근로 등으로 인건비 감축에 돌입한 상태다.
재계 관계자는 “대중국 수출 의존도가 큰 제조업을 비롯해 중국인 관광객 수요가 컸던 서비스기업까지 코로나19로 인해 올해 매출, 영업익 전망이 암울한 수준”이라며 “일각에서는 IMF 외환 위기 때보다 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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