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여정, 청와대 향해 "겁먹은 개"…"저능한 사고방식 경악"(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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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입력 2020-03-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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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여정 명의 첫 대남 담화…"南도 군사훈련 즐기면서 적반하장의 극치"

  • "화력전투훈련, 자위적 행동…청와대 저능한 사고방식에 경악 표한다"

  • "한미훈련 연기, 코로나19 때문…'평화 관심 없는' 청와대 결심 아니다"

  • “대통령 직접 입장표명 아니어서 그나마 다행"…靑 '겁 먹은 개'로 표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청와대의 저능한 사고방식에 경악을 표한다’며 대남 비난 목소리를 높였다.

3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제1부부장은 담화를 통해 최근 청와대가 북한의 화력전투훈련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 것에 대한 불편한 기색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아울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여파로 무기한 연기된 한·미연합훈련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북한이 한·미연합훈련 연기에 대해 평가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제1부부장의 이날 담화는 올해 북한 고위 인사 명의의 담화로는 두 번째이다. 지난 1월 11일 김계관 외무성 고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보낸 생일 축하 인사를 청와대가 언론에 공개한 것에 대해 비난한 바 있다.

또 김 제1부부장 명의로 담화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대해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 노동당 내 그의 영향력이 커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분석했다.

정 센터장은 “김여정이 김 위원장의 공개 활동을 지원하는 역할을 넘어서 이제는 자신의 입장을 대외적으로 표명할 수 있을 정도로 그의 위상과 영향력이 확대됐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우려 표명, 대만 불신·증오·경멸만 키울 뿐”

김 제1부부장은 이번 담화에서 북한의 화력전투훈련을 ‘자위적 차원’이라고 주장하며 청와대의 우려 표명에 경악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전날 인민군 전선장거리포병부대의 화력전투훈련에 대해 “나라의 방위를 위해 존재하는 군대에 있어서 훈련은 주업이고 자위적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전날 청와대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의 주재로 긴급관계부처 장관 회의를 진행하고 북측 행동에 우려를 표한 것에 대해 “이러한 비논리적인 주장과 언동은 개별적인 누구를 떠나 남측 전체에 대한 우리의 불신과 증오, 경멸만을 더 증폭시킬 뿐”이라고 지적했다.

김 제1부부장은 청와대의 우려 표명에 “주제 넘은 실없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며 “청와대나 국방부가 자동응답기처럼 늘 외워대던 소리”라고 비꼬았다.

또 “남의 집에서 훈련하든 휴식을 하든 자기들이 무슨 상관이 있다고 할 말 못 할 말 가리지 않고 내뱉는가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앞줄 왼쪽에서 두번째). [사진=연합뉴스]


◆“한·미훈련 연기, 코로나19 때문 청와대 결정 아냐”

김 제1부부장은 3월 한·미연합훈련 연기에 대해 “남조선에 창궐하는 신형코로나비루스(바이러스)가 연기시킨 것”이라며 “그 무슨 평화나 화해와 협력에 관심도 없는 청와대 주인들의 결심에 의한 것이 아닌 것은 세상이 다 안다”고 꼬집었다.

북한이 줄곧 불만을 제기하던 훈련이 무기한 연기됐지만, 이는 북한의 요구를 들어준 것이 아니라 코로나19 사태로 어쩔 수 없이 연기됐다는 것을 꼬집은 것이다.

김 제1부부장은 한·미연합훈련을 원하는 청와대가 북측의 화력전투훈련을 지적하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그는 “전쟁연습놀이에 그리도 열중하는 사람들이 남의 집에서 군사훈련을 하는 데 대해 가타부타하는 것도 그야말로 적반하장의 극치”라며 “쥐어짜 보면 결국 자기들은 군사적으로 준비되어야 하고, 우리는 군사훈련을 하지 말라는 소리”라고 역설했다.

이와 더불어 “강도적이고 억지 부리기를 좋아하는 것을 보면 꼭 미국을 빼닮은 꼴이다. 동족보다 동맹을 더 중히 하며 붙어살았으니 닮아가는 것이야 당연한 일”이라며 한·미동맹에 대한 불편한 시선도 드러냈다.

다만 청와대의 이러한 반응이 문재인 대통령의 직접적인 입장 표명이 아니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대통령을 직접 거명하지 않고, 대통령과 청와대를 분리했다는 점에서 수위조절도 엿 볼 수 있다”고 풀이했다.

마지막으로 김 제1부부장은 “참으로 미안한 비유지만 ‘겁을 먹은 개가 더 요란하게 짖는다’고 했다. 딱 누구처럼”이라며 담화를 마무리했다.

이는 김 제1부부장이 청와대를 ‘겁먹은 개’로 비유, 한국 정부가 북·미, 남북 관계 교착국면에서 발생한 북측의 화력전투훈련에 초조함을 느끼고 일부러 강한 척을 했다고 평가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일 전선 장거리포병구분대의 화력타격훈련을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일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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