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재고만 쌓이네...국내 철강사, 올해 가격인상 ‘언감생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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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정 기자
입력 2020-03-04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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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철강 유통 재고 2월말 기준 2363만t(톤)...2006년 이후 최고

  • 자동차와 가전제품 등 전방사업 타격...철강사 가격인상 쉽지 않을듯

국내 철강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를 만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철강 재고가 쌓이면서 제품가격이 내려간 데다 자동차와 가전제품 등 전방사업이 타격을 입어서다.

수익성 제고를 위해 올해 제품가격 인상을 꿈꿨던 철강업계는 협상에서 불리한 명분을 만난 셈이라 목적 달성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철강 유통 재고는 지난달 말 기준 2363만t(톤)으로 전주 대비 9.4% 증가했다. 이는 2006년 이후 최고치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중국 내 건축·기계·자동차·조선·가전 업종의 조업이 중단되면서 수요가 위축된 탓이다. 수요가 줄면서 중국 철강 유통 가격도 춘절 전과 비교해 4~7%가량 하락했다.

수요 부진에 원료인 철광석 가격도 주춤하는 모습이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철광석 가격은 톤당 88.10달러로 전년 평균 대비 5.71% 하락했다. 지난해 7월 톤당 122.2달러 고점보다 38% 떨어진 상황이다.

이현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예상보다 코로나19가 중국 철강 업황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큰 것으로 파악되고, 국내 철강 산업 역시 생산에는 큰 차질이 없지만, 가격과 수요가 부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 세계 철강 생산량 가운데 절반을 책임지는 중국의 철강 내수 가격은 국제가격의 바로미터다. 이에 따라 최근 가격 인상에 사활을 걸고 있는 국내 철강 업계의 전략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철강사는 철강 제품 가격 인상을 주장하고, 자동차·조선사들은 동결 혹은 인하를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제품가격과 원료인 철광석 가격이 동반 하락하고 있는 상황은 철강 수요산업과의 가격 협상 테이블에서 불리한 명분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철강사들의 가격 인상 요구는 어느 때보다 강하다. 작년 원료인 철광석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는데 이를 제품 가격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유통용 열연과 후판 가격을 톤당 1만원, 냉연도금을 톤당 2만원 인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제철도 유통용 후판을 2만원 인상했고, 동국제강도 유통용 후판을 톤당 3만원, 일반 형강을 톤당 3만원 인상했다. 세아제강은 강관 할인율을 7% 축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발 공급이 커질 것으로 예상하지만 가동률을 조정하진 않고 있다”면서도 “중국의 유통가 하락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방산업과 가격 협상 시 현재보다 가격을 하락할 경우 제품을 판매하더라도 수익을 낼 수 없는 수준이기 때문에 제품가 인상에 대한 요구가 크다”라고 말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24시간 쉬지 않고 가동되고 있다.[사진=포스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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