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LG화학에 유리한 조기 패소 판결을 승인하는 ‘예비 결정(Initial Determination)’을 내리면서, 수세에 몰린 만큼 상당히 적극적인 태도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의 회동에도 협상의 실타래를 풀지 못했던 만큼, 최종 협상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5일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회사는 ITC의 조기 패소 판결(Default Judgment)에 이의제기를 완료했다. 이의제기는 당사자가 재판부의 결정에 대해 재검토를 요청하는 통상적인 절차다. ITC는 다음 달 중순쯤 SK이노베이션의 이의제기 수용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ITC가 SK이노베이션 패소로 최종결정을 내리면 LG화학의 2차 전지 관련 영업비밀을 침해한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셀과 모듈, 팩, 관련 부품·소재에 대한 미국 내 수입 금지 효력이 발생하게 된다.
SK이노베이션의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업이 물거품이 되지 않으려면, SK이노베이션은 오는 10월 최종 판결 이전에 LG화학과 원만히 협상을 마무리 지어야만 한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3월 미국 조지아주에 1조9000억원을 들여 독일 폴크스바겐 등에 납품할 9.8GWh급 1공장을 짓고 있다. 김준 사장은 올해 초 1공장 외에도 이와 비슷한 규모의 2공장 추가 증설 계획을 밝혔었다. 1·2공장의 투자 규모를 합치면 약 3조원에 달한다.
결국 SK이노베이션이 미국 내 매출의 일부를 LG화학에 로열티로 지급하거나, LG화학의 특허를 구매하는 방식으로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협상이 단숨에 마무리되긴 힘들 것으로 예측된다. 앞서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는 지난해 9월 한 차례 물밑 접촉을 했다. LG화학이 내건 협상 조건에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서 수용하기 버거운 부분이 포함돼 있어 결렬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예비결정으로 SK이노베이션이 협상테이블에서 내밀 수 있는 카드는 많지 않다. LG화학이 지난해보다 더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어도 거절하기 어려운 사정이다. SK이노베이션이 별다른 패가 남지 않은만큼 김준 사장의 적극적인 구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만약 사장선에서 해결되지 못할 경우 그룹의 최고위층까지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두 회사간 배터리 소송규모와 갈등의 내용으로 단기간 내 협상이 타결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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