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불공정행위 집중감시”…배민·요기요 합병 영향줄까

공정위 2020년 업무계획…“시장집중도 높은 사업자 집중감시”

배민, 월 정액제→ 주문 건당 수수료 체계…수익 모델 변경

[사진=아주경제 DB]

배달앱 배달의민족과 요기요의 합병 심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가 배달 업계 전반의 불공정행위를 집중 감시하겠다고 밝혀 주목된다.

특히 공정위는 시장집중도가 높은 시장의 사업자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불공정행위를 잡아내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이런 공정위의 행보가 두 기업의 결합 심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공정위는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0년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공정위는 하도급·가맹·유통·대리점 등 모든 분야의 실태조사를 통해 불공정행위를 근절하겠다고 했다.

공정위는 “시장집중도가 높은 시장의 사업자와 제품차별화로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보유하고 있는 사업자의 불공정행위를 집중 감시하겠다”고 강조했다.

기업의 인수합병(M&A)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공정위는 “배달 플랫폼 등 신산업 분야 인수·합병(M&A)에 대해 동태적 효율성과 소비자 피해 방지 측면을 균형 있게 심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배달앱 1위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과 2·3위인 요기요와 배달통 운영사인 독일계 딜리버리히어로(DH)의 합병을 겨냥한 언급으로 보인다.

독과점 여부를 심도 있게 심사하면서 배달 앱과 계약한 영세 자영업자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조치가 이뤄질 전망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경쟁 제한성과 효율성 증대 효과를 평가하고 설문조사, 경제 분석 등 다각적인 분석을 통해 합리적 결론을 도출해 내려고 하고 있다”며 “현재 심사가 계속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배달 앱 시장점유율은 배민이 55.7%로 1위다. 이어 요기요 33.5%, 배달통 10.8%다. DH가 배민까지 인수한다면 사실상 점유율 100%를 차지하는 셈이다.

자영업자 단체들은 “배민과 요기요 합병으로 독과점 시장이 형성되면 수수료·광고료 인상 횡포가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배민, 4월 수수료 체계 개편…실제론 광고비 인상?

배민은 오는 4월 수수료 요금제 개편을 앞두고 있다. 오픈서비스 중개수수료 감면과 ‘울트라콜’ 3건 제한이 골자다. 울트라 콜은 정액광고로 점주들이 배민에 한건당 월 8만8000원 정도를 내면, 배민은 앱 상에 상호명을 노출해주는 방식이다. 배민은 매출액에 연동되는 중개수수료 시스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사실상 수익 모델을 틀었다.

배민은 지난 4일부터 고객센터 및 담당 직원을 통해 오픈서비스 신청 접수에 들어갔다. 배달 주문이 성사될 때마다 건당 수수료를 내는 과금 체계인 오픈서비스의 중개수수료는 5.8%다. 기존에는 ‘오픈리스트’를 통해 앱 상단에 3개 업체를 무작위로 노출하고 6.8%의 수수료를 챙겨왔다.

이번 개편에 따라 그간 울트라콜만 이용하던 업체들 사이에선 오픈서비스로 바꾸거나 병행하는 경우가 늘어날 전망이다. 오픈서비스 개수 제한이 없어지면서 오픈서비스 뒤에 배치되는 울트라콜 노출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표면적으로는 ‘수수료 인하’로 보이지만 월 정액제에서 주문 건당 수수료율 체계로 중심축을 옮기는 변경이라 실제 광고비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매출액이 크거나 배민 의존도가 높은 업체의 경우 정액(울트라콜)보다는 정률(오픈서비스) 부담이 클 수 있다. 한 가맹점이 기존 깃발 3개(26만4000원)로 월 매출 3000만원을 올렸다면 제도 개편 이후에는 월 174만원으로 부담금이 크게 오른다.

결국 수수료가 인상되는 효과가 나는 셈이다. 공정위가 우아한형제들과 DH의 기업결합심사를 진행하는 가운데 배민이 수수료 인상을 추진한다는 인상을 줄 경우 승인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오픈리스트의 5.8% 수수료는 전세계 최저 수준”이라며 “배민 앱 내 1인메뉴 등 다양한 페이지에서 광고가 노출되기 때문에 가맹점주들이 다양한 고객을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