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약국에서 공적 마스크를 구할 수 있을까? 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당산, 영등포구청, 종로구 안국동, 인사동, 중구 무교동, 소공동 등에 위치한 약국 30여곳을 돌아본 결과 여전히 마스크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였다. 특히 마스크를 판매하는 시간이 들쭉날쭉하기 때문에 아무리 많은 약국을 돌아다닌다해도 마스크를 살 방법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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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장윤정 기자 ]](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0/03/05/20200305154135674485.jpg)
[사진= 장윤정 기자 ]
영등포구청으로 가는 길목에서 만난 E약국은 매일 오전 9시에 마스크를 판다고 써 붙여있었다. 최모 약사(59)는 "매일 마스크 있냐고 물어보는 분들 때문에 목이 쉬었다. 들어오는 시간이 늘 달라서 매번 다른 시간에 팔았더니 우리도 힘들고 손님도 힘들어서 전날 들어오는 물량을 비축해뒀다가 우리 약국은 매일 오전 9시에 일인당 딱 1매만 판매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며 "우리 약국이 9시에 판매하는 걸 알고 매일 인근에서 오전 9시도 되기 전부터 약국 안에 들어와 기다리신다. 약국 내에서 혹시 감염이라도 일어날까 우려된다"고 걱정을 토로했다.
이어 최 약사는 "솔직히 같은 분이 두 번 줄서서 받아가셔도 잘 모른다. 너무 많은 사람이 몰려 정신이 없어 직원들이 이름이랑 전화번호 써서 받는다 해도 같은 분이 다른 이름 대신다고 신분증 대조해볼 수도 없고 그냥 팔아야한다. 단골손님들은 내가 여기서 20년 넘게 팔아줬는데 왜 나한테 마스크를 안 주냐고 우기고 다들 예민해서 손님들 상대하기가 어렵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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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에서 마스크를 판매하며 이름과 서명을 받고 있다 [사진= 장윤정 기자]](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0/03/05/20200305154224197292.jpg)
약국에서 마스크를 판매하며 이름과 서명을 받고 있다 [사진= 장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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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구 쪽으로 넘어가봤다. 이쪽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안국동에 위치한 제법 큰 규모의 A약국 관계자는 “공적 물량이 풀린 첫날에만 50장이 들어왔고 오늘은 입고되지 않았다”면서 “내일 들어올지도 아직 모르겠다”고 말했다. 맞은편에 위치한 C약국 약사 역시 “어제에 이어 오늘도 마스크가 들어오지 않았다”면서 “면 마스크만 한 장 남아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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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장윤정 기자 ]](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0/03/05/20200305154410385823.jpg)
[사진= 장윤정 기자 ]
시중에서 마스크 구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도심 외곽 대형마트에서 대량 구매하려는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코스트코 일산점에서는 전일 오후 9시부터 이날 새벽 2시까지 700여명의 시민이 마스크 구매를 위해 건물 주변에 250m가량 줄을 서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용인 코스트코 공세점 역시 영업이 끝나기 전인 4일 오후 8시부터 시민들의 줄서기가 시작돼 오후 10시께는 100여명으로 숫자가 늘었다. 공세점 측은 이날 오전 3시부터 번호표를 발급해 입고된 500여 박스를 판매했다.
일산에 거주하는 안모씨(35)는 "대형마트에서는 30장이 들어있는 마스크를 1박스 살 수 있기 때문에 약국이나 농협 등에서 낱장으로 구매하는 것보다 낫다“면서 "하루만 고생하면 온 가족의 마스크를 챙겨줄 수 있기 때문에 추위에 하루쯤 떠는 것은 괜찮다”고 말했다.
이렇게 서울 시내 약 30군데 약국을 돌아다녔지만 결국 마스크를 구할 수는 없었다. 최모 약사의 말이 뇌리에 남는다. "우리가 좀 고생하는 것은 괜찮다. 하지만 공정성이 문제다. 정부가 일정한 기준을 세워줬으면 좋겠다. 마스크 택배가 전국 약국에 들어오는 시간은 몇시니 몇시부터 마스크를 사라고 정해주는 등 기준이 있었으면 좋겠다. 공적 마스크는 책임감을 가져야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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