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책무 안 지킨 금융사 결국 금소법에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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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호 기자
입력 2020-03-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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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호 아주경제 금융부 기자[사진=아주경제 DB]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제정 안이 최초 발의된 지 약 8년 만이다. 이제 금소법은 국회에서 정부로 이송된 후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공포되며 공포일로부터 1년 후 시행된다.

이에 따라 손해배상 입증책임이 소비자에서 금융사로 바뀐다. 아울러 투자자문업과 보험업에만 적용되던 청약 철회권이 모든 금융상품에 도입되고 위법계약 해지권도 도입된다.

소비자 사후구제를 위해 소액분쟁 시 금융회사의 분쟁 조정 이탈이 금지되고 분쟁 조정 중 소를 제기하면 법원의 소송이 중지된다. 분쟁이나 소송 시에는 금융회사에 대한 자료요구권도 가지게 된다.

상품 판매 시 사전규제도 강화된다. 6대 판매규제가 모든 금융상품에 적용되고 소비자 보호 관련 내부통제 기준과 관리책임 부과가 의무화된다. 그동안 관련 법상 내부통제 미비에 대한 징계 사유가 없었다. 이에 따라 금소법은 관련 기준 마련에 대한 의무를 강화하고 소비자 분쟁 발생 시 경영진에게 관리책임도 물을 수 있다.

금융권은 벌써 볼멘소리를 한다. 금소법 도입으로 고객의 도덕적 해이가 심해진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지금도 소비자 보호에 관한 모범규준이 존재하고 각종 소비자 보호 장치를 마련한 상황인데 이 부분이 법제화되는 건 부담이라는 것이다.

애초 정치권도 이런 금융사의 목소리를 들어 8년이나 법이 묶여있었다. 하지만 DLF와 라임 사태가 터지면서 더는 정치권도 버틸 수 없게 됐고 결국 20대 국회의 마지막 문턱을 넘게 된 것이다. 소보법을 반대하는 의원들의 논리도 소비자 보호를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또 다른 부작용이 나온다는 것이었다.

이런 금융사의 반응에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평소 행실이 바른 사람에게 흔히 쓰는 말이다. 법을 어길 일이 없으니 법 없어도 잘 살 사람이라는 의미다.

금융사의 소비자 보호가 과연 법까지 필요한 일일까? 너무도 당연한 것을 얼마나 지키지 않았길래 법까지 만들어 강제성을 부여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실제 DLF 사태 이후 은행들의 핵심성과지표(KPI)가 실적 위주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바뀐 것을 보면 더 일찍 할 수 있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물론 지금도 DLF와 KIKO에 대한 배상이 한창이고 금융사들도 최대한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법 제정에 대한 불만을 가지기 전에 왜 소비자 보호를 법으로 제정할 수밖에 없었는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소비자는 뒷전에 두고 이익 추구에만 나선다면, 금융사 스스로 족쇄를 채우는 꼴이나 마찬가지다. 소비자 없이는 기업도 없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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