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미국 뉴욕증시는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면서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고 있다.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일제히 3.5%안팎의 급락세를 보였다. 3일 연준이 계속된 시장 동요에 0.5%P 인하라는 긴급처방을 내렸지만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급속한 경기둔화 공포를 진정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연준이 금리를 더 내릴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쏠림이 강화하면서 미국 국채 수익률도 신저점 경신 행진을 이어갔다. CNBC에 따르면 한국시간 6일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0.808%까지 떨어지면서 사상 최저를 찍었다. 국채 수익률은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연준의 긴급 처방이 사실상 시장에서 아무 효과를 내지 못하면서 이제 관심은 미국 재무부의 역할로 옮겨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일 보도했다. 정부의 재정확대가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중앙은행의 통화정책만으로는 전염병으로 인한 유례없는 공급·수요 동시 충격을 해소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지난 3일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할 경우 의회에 도움을 요청할 것이며, 코로나19로 인해 직격탄을 입은 중소기업들을 타깃으로 하는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그러나 WSJ은 미국 정부가 공중보건 비상사태로 심각한 피해를 입은 가계와 기업을 집중 지원하는 역할을 맡아야 할 수 있다면서 1918~1920년 세계적으로 대유행했던 스페인독감 당시를 거론했다. 스페인독감이 휩쓴 3개월 동안 엔터테인먼트와 숙박 등 일부 산업에서 수요가 80% 고꾸라지고 교통 수요도 67% 급감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시장에선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충격이 당초 예상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공포가 팽배하다. 발원지인 중국 국경을 넘어 전 세계가 코로나19 사정권에 들어갔고, 미국에서도 확진자가 200명을 훌쩍 넘었다. 바이러스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한 이동제한과 입국제한이 늘어나면서 항공과 여행·관광 관련 산업이 직격탄을 맞고 있음은 물론이다.
로이터는 안 그래도 미국 기업들이 저금리 환경에서 부채를 많이 늘려놓은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충격파에 신용등급이 하락하고 현금흐름이 막혀 디폴트에 빠지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항공, 호텔, 크루즈, 카지노 등 관광 관련 산업이 가장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주요기업들의 실적 경고도 잇따르고 있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을 비롯해 미국 기업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중국 공급망 차질 등을 이유로 올해 1분기 매출 목표 미달을 예고했다. 스타벅스는 1분기 중국 매출이 반토막 날 것으로 전망했다.
아직까지 미국의 고용과 소비 지표는 양호하게 나타나고 있지만 기업 실적이 악화하고 소비자들 사이 감염 공포가 커질 경우 타격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CNBC에 따르면 인사이트의 최신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93%는 코로나19로 미국 경제가 충격을 받을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번 주 코로나19로 인해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이 지난해 기록한 2.9%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코로나19로 인한 세계 경제 손실액이 최소 770억달러(약 92조원)에서 최대 3470억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추산했다. 세계 국내총생산(GDP)을 최소 0.1%P, 최대 0.4%P 갉아먹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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