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日 '사실상 입국금지'에 강경화 "매우 부적절·배경에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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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은 기자
입력 2020-03-06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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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9일부터 한국인 '14일간 대기' 및 '무비자 입국 금지' 조치

  • 강경화 외교부 장관, 6일 오후 도미타 대사 이례적 직접 초치

  • "일본 조치 철회 없으면 상호주의 입각 조치 강구할 수밖에"

  • 외교부 "일본 입국거부, 비우호적 외교조치"…강경대응 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일본이 사실상 한국에 대해 입국을 거부한 데 대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6일 도미타 고지(冨田浩司) 주한 일본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강 장관은 이날 오후 3시 서올 종로구에 위치한 외교부 청사로 도미타 대사를 초치했다. 일본 정부는 전날 오후 한국인에 대해 '14일간 대기' 및 '무비자 입국 금지' 등의 조치를 9일부터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도미타 대사와 악수도 하지 않고 "노골적인 입국제한 강화 조치를 취한 데 대해 우리 정부의 엄중한 입장을 전달하기 위해 (초치했다)"면서 "본인이 직접 대사를 만나자고 한 것만으로도 우리의 인식을 잘 느끼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입을 열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우수한 방역 체계를 통해서 코로나19를 엄격하게 통제 관리하고 있음에도 일본 정부가 이와 같은 부당한 조치를 취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의 뜻을 표한다"며 "더구나 추가 조치를 자제할 것을 그간 수차례 촉구했음에도 충분한 협의는 물론 사전 통보도 없이 조치를 강행한 데 대해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6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초치된 도미타 고지 주한일본대사와 면담하고 있다. 일본은 전날 한국에서 들어온 입국자에 대해 14일간 대기, 무비자 입국 금지, 입국 금지 지역 확대 등의 조치를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이어 "이번 조치는 또 그 어느 나라보다도 앞서있는 우수한 검진 능력, 그리고 투명하고 강력한 방역 시스템을 통해서 우리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차단 성과를 일구어가는 시점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도 매우 부적절하며 그 배경에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일본은 자국의 조치를 과학적 근거에 입각한 것이라고 설명할지 모르나 누적검사 인원이나 인구대비 검사비율 등 객관적 통계는 우리의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방역 역량과 노력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고 우리는 오히려 불투명하고 소극적인 방역 조치 등 일본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해 우려를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동시에 "이번 일측의 조치는 참으로 비우호적일 뿐만 아니라 비과학적이기까지 한 것으로서 일본 정부가 객관적 사실과 상황을 직시하면서 이를 조속히 철회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힘줘 말했다.

강 장관은 "일측이 철회를 하지 않을 경우, 우리로서도 상호주의에 입각한 조치를 포함한 필요한 대응 방안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임을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이에 도미타 대사는 "지금 장관님께서 말씀하신 내용에 대해서는 주의 깊게 잘 들었다. 정확히 본부에 보고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일본의 상황은 장관님께서도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만 앞으로 1∼2주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을 종식시킬 수 있을지의 여부가 달려 있는 중요한 시기에 있다"고 부연했다. 일본의 조치가 방역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도미타 고지 주한일본대사가 6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로 초치되어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면담하고 있다. 일본은 전날 한국에서 들어온 입국자에 대해 14일간 대기, 무비자 입국 금지, 입국 금지 지역 확대 등의 조치를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이처럼 외교 장관이 직접 주한 일본대사를 초치한 것은 이례적이다.

일본 정부의 입국 제한 조치와 관련해 당초 주한 일본대사의 카운터파트(대화상대방)인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이 초치할 것으로 전해졌지만, 이날 강 장관이 직접 초치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앞서 외교부는 전날 밤 일본 정부의 입국 제한이 결정된 직후 김정한 아시아태평양국장이 소마 히로히사(相馬弘尙)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초치해 일본 측 조치에 대한 설명을 들은 바 있다.

외교부가 같은 사안으로 특정 국가의 외교사절 두 명을 연달아 초치한 것을 두고도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외교부 당국자는 "어제 소마 공사 초치는 우리측 입장을 전하기보다는 설명을 듣기 위한 목적이 더 컸다"고 설명했다.

 

6일 오전 김포국제공항 국제선청사 모니터에 일본행 항공편이 표시돼 있다. 일본 아베 총리는 5일 저녁 주재한 코로나19 대책본부 회의에서 한국과 중국에서 들어오는 입국자를 지정 장소에서 2주간 대기토록 하고 두 나라 국민에게 발급한 비자의 효력을 정지하는 내용의 새로운 코로나19 대책을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이와 관련, 외교부도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일본 조치의 이유를 국민 불안감이라고 했다"면서 일본의 조치가 '비우호적이며 비과학적'이라고 규정했다.

이 당국자는 '비우호적 조치'의 근거로는 한국은 일본 국민의 한국입국에 대해 제한을 하지 않았고 중국은 지방정부 차원에서 일본 국민들을 격리조치 하는 상황에서 일본이 이번에 입국규제 강화 조치를 한국과 중국에 모두 적용한 점을 지적했다.

더불어 일본과 함께 호주와 싱가포르 등도 방역 선진국이면서도 한국에 대해 입국을 제한하는 것이 '비우호적·비과학적'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도 청와대가 유독 일본에 대해서만 '상호주의에 입각한 조치'를 포함해 대응방안을 검토하기로 한 것에 대해 "기본적으로 한·일관계와 한·호주관계가 같을 수가 없으며 양국의 코로나19 상황도 다르다"고 언급했다.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과 일본의 대한(對韓) 수출규제 등으로 갈등을 빚는 한·일 관계가 일본에 강경하게 대응하는 배경임을 내비친 것이다.

외교부가 이날 오전 기자들에게 배포한 메시지에서 일본의 조치 배경과 관련, "방역 외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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