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교수님, 지금 한국의 코로나19 상황이 매우 심각하던데, 조심하시고 꼭 마스크 쓰고 다니십시오.” 최근 들어 위챗 메신저를 통해 많은 중국친구들이 필자한테 안부를 묻고 있다. 한 달도 안 되어서 상황이 역전되었다. 한 달 전에는 필자가 일일이 중국친구한테 안부를 물으며 마스크 꼭 쓰고 다니라고 기운을 북돋워 주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발원지인 중국에선 진정국면에 접어든 반면,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90여개 국가, 10만명 이상을 감염시키며 아직도 그 끝이 어딘지 모른 채 세계를 공포로 몰아가고 있다. 중국은 현재 후베이성 우한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도시에서 확진자가 거의 나오지 않고 있는 상태이다. 기다렸다는 듯이 중국정부는 언론매체를 통해 코로나19를 극복할 수 있고, 빠른 시일 내 종식될 것이라고 인민들에게 대대적인 홍보를 하고 있다. 항상 그래왔듯이 공산당에 의한 전형적인 프로파간다(propaganda·선동)를 통해 민심을 달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달 27일 코로나19 사태 이후 외국정상과의 첫 만남인 몽골 대통령과의 회담 때도 마스크를 쓰지 않고 전염병 통제에 당과 정부가 총력 대응을 하고 있으며, 이미 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상황이 그다지 녹록해 보이지는 않는다. 최근 들어 진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 후베이성에서는 하루 100명 이상의 확진자, 30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오고 있다. 문제는 몇 차례에 걸친 확진자 수의 통계기준 변화와 군부대 감염 가능성에 대해 서방언론뿐만 아니라 중국 내 많은 사람들도 정부통계에 대한 의구심과 불신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향후 중국 내 2차 확산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공포와 불안심리가 매우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중국지도부는 바이러스가 어느 정도 변곡점을 지났다고 보고 있지만,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매우 철저한 방역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시 주석은 지난 2월 23일 전국 공산당 간부 17만명과 온라인 영상회의를 진행하면서 절대 방심해서는 안 되며 더욱 강력한 방역체계를 갖추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와 동시에 기업의 생산조업 회복과 노동자 복귀, 교통물류, 시장공급 업무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 이유는 명약관화하다. 생산·소비 활동이 더 지연될 경우 중국경제가 돌이키기 어려운 상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중국 지도부는 판단했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작년 동기 대비 5.4% 상승했고, 2월은 6%까지 오를 가능성이 높다.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물가상승이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진 형국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과 경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하는 중국 지도부의 고심이 엿보인다. 당면한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이겨야 하는 부담과 꺼져가고 있는 1분기 중국경제의 불씨를 지금부터 살리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함이 더욱 중국 지도부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2020년은 전면적 샤오캉 사회 실현의 원년이 되는 해이다. 경제발전은 중국공산당을 지키는 방패이기에, 결국 이번 코로나 사태 대응에 따라 중국지도부의 리더십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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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찬
중국 칭화대에서 박사를 취득하고, 대한민국 주중국 대사관에서 경제통상전문관 및 중소벤처기업지원센터 소장을 5년간 역임했다. 현재 사단법인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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