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국가끼리 서로를 적대시함으로써 각자 체제유지에 필요한 명분과 결속을 확보해 나가는 걸 ‘적대적 의존관계’라고 한다. 권위주의 시절, 남북관계가 그런 양상을 띠기도 했다. 서로 반공(反共) 또는 적화통일을 부르짖었지만 결과적으로 그 적의(敵意)와 증오를 매개로 의존하며 공존했다. 코로나 입국제한 조치를 놓고 한·일 양국이 치고받자, 일본 언론은 “아베가 뒷북 대응을 만회하고, 보수층을 달래려고 (한국에) 강경한 자세를 보이려 한다”고 보도했다. 한국에선 “중국엔 아무 말도 못하더니 일본엔 또다시 ‘반일 죽창가’를 꺼내들려고 한다. 지소미아 파동 때도 정부는 국민의 반일감정을 자극해 위기를 타개하려 했다”(미래통합당)는 비판이 나왔다. 한·일관계가 ‘적대적 의존관계’라는 반복적 패턴에 빠질까봐 걱정이다. 두 정상의 이성적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 이재호<초빙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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