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GDP 관련 지표에서 일본을 처음 앞지른 역사적인 사건으로 실질 구매력이 높아져 국민 개개인의 생활 여력이 나아졌다는 점에 의미가 크다는 해석과 지나친 의미 부여를 경계하는 시각이 첨예하게 엇갈린다.
◆'로컬'에 얽매이지 말자...日 추월 이상의 의미를 찾아서
같은 날 장부승 일본 관서외국어대 교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시장환율이 아닌 PPP 기준 GDP는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어 세계시장에서 인정받지 못한다"며 "그렇게 일본을 의식할 필요가 없다. 우리가 일본 추월했다 소리를 하고 싶어도 한번 더 신중히 생각해 보시고 말씀하시기 바란다"고 꼬집었다.
장 교수는 국제통화기금(IMF) 통계에서 2019년 PPP 기준 한국의 1인당 GDP는 일본보다 높지만 대만, 멕시코, 터키보다 낮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PPP를 적용해 GDP를 계산하면 또 다른 의미의 왜곡이 발생하는 걸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최근 우리 경제가 저물가 현상으로 경제 활력이 저하하면서 일본을 추월한 것이 아니라 일본의 '저성장' 경제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적절한 수준의 저물가 기조는 구매 여력을 마련해 소비를 촉진하지만, 장기화하거나 하락 폭이 크면 오히려 소비심리와 기업 투자 활동을 위축시켜 디플레이션과 불황을 몰고 올 가능성도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작년 2월 전년 동월 대비 0.5%를 기록해 0%에 들어섰다. 지난해 9월 -0.4%로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찍은 뒤 10개월 동안이나 0%대에 머무르다 올해 1%대로 회복했다. 경제 전반의 종합적인 물가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인 GDP 디플레이터 역시 2019년(-0.9%) 13년 만에 연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저성장 국면에서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조차 아슬아슬하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보다 0.2%포인트 낮춘 2.1%로 전망했으며, 민간에선 1%대 추락도 예상한다.
저물가·저성장 구조 돌입에 앞선 위험 신호인 '돈맥 경화' 현상도 우려한다. 지난달 9일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통화 유통 속도가 2004년 0.98 이후 지속해서 하락했고, 2018년에는 0.72까지 떨어져 OECD 16개국 중 하락 폭이 가장 컸다. 통화 유통 속도란 돈이 시중에서 유통되는 속도로, 이 수치가 하락하면 사람들이 돈을 쓰지 않아 시중에서 돈이 잘 돌지 않는 상태다.
◆日 "G7 자격 있나...특히 노동생산성 낮다" 지적도
지난 5일 경제매체 다이아몬드는 노구치 유키오 일본 와세다대학 비즈니스금융연구센터 고문을 인용해 "한국의 숫자가 일본보다 커지고 있는 것이 충격적이고 참담한 상황"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3일 OECD 통계에서 일본의 PPP 기준 GDP는 2013년부터 2018년까지 5.6% 성장했지만 우리나라는 같은 기간 25% 증가해 급격한 성장세를 보였다. 매체는 현재의 성장률과 환율 수준을 유지한다면 우리나라는 1인당 명목 GDP에서도 2030년쯤 일본을 추월하고 2040년에는 일본의 1.7배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봤다.
특히 대만과 말레이시아가 일본과 비슷한 수준에 접근하리라 전망하면서 "향후 아시아 국가들과의 관계에서조차 위상이 떨어지는데, 주요 7개국(G7) 회원국 자격이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일본 경제는 '잃어버린 30년' 동안의 인구 고령화와 산업구조 개혁 실패 등 구조적 요인으로 결국 깊은 저성장 상태에 빠졌다. '아베노믹스'로 불리는 엔저·양적완화 정책조차 경기 부양에 실패했다.
노구치 고문은 일본에서 취업자 1인당 GDP를 가리키는 노동 생산성이 낮다는 점을 들면서 저성장 상태에서 엔고 현상으로 물가는 상대적으로 높아졌는데 저임금·저생산성 상태에 빠졌다고 분석했다. 작년 11월 OECD 자료에 따르면, 일본의 2018년 취업자 1인당 노동생산성은 8만1258달러로 36개 회원국 중 21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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