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 행진·정제마진 하락’…정유업계 ‘금융위기 이후 최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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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선 기자
입력 2020-03-09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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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TI, 2016년 8월 이래 최저 수준...코로나19 확산에 급락세 지속

  • 정유4사 정제마진 하락에 가동률 80%대 초반...2009년 이후 처음

국내 정유업계의 신음이 더욱 깊어졌다. 주요 석유 수출국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추가 감산을 논의했지만 끝내 합의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한동안 국제유가는 저유가 행진을 이어가게 됐고 석유제품 수요 위축에 정제마진마저 하락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국내 정유업계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위기에 직면할 것이란 우려마저 나온다.
 

SK에너지 울산 CLX공장 전경 [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

8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경기 하락 국면에서 석유제품 수요가 위축된 가운데 코로나19 확산으로 여행·항공·유통·화학 등 전 업종에 걸쳐 내수 소비가 급감했다. 수출 통로도 여의치 않다. 전세계적으로 석유제품의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중국발 공급과잉이 더해진 탓이다.

이런 가운데 국제유가는 급락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실제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 14개국과 러시아 등 10개 주요 산유국의 연합체가 지난 6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추가감산에 실패하면서 국제유가는 폭락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이번 추가감산 합의 실패로 같은 날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일 대비 배럴당 4.62달러 폭락한 41.2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2016년 8월 이래 최저 수준이다.

유럽거래소(ICE)의 브렌트유(Brent)는 전일 대비 배럴당 4.72달러 급락한 45.27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중동 두바이유(Dubai)는 전일 대비 배럴당 2.20달러 하락한 48.58달러로 거래가 종료됐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추가 감산 합의 결렬, 코로나19 확진자수 지속 증가 영향으로 국제유가가 급락했다”고 분석했다.

정유사들의 이익과 직결되는 정제마진도 하향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배럴당 평균 2.1달러였던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올 1분기 0.5달러까지 떨어졌다.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은 통상 배럴당 4~5달러 수준이다.

정제마진은 최근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은 중국의 공급 축소 영향으로 잠시 반등했지만 여전히 손익분기점을 밑돌고 있다. 지난 2월 4주차 정제마진은 배럴당 2.3달러로, 직전 주보다 0.7달러 하락했다.

이로 인해 국내 정유4사는 정제공장 가동률을 속속 낮추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2018년 98% 이상을 기록한 정제공장 가동률은 2019년 2분기 들어 94%로 떨어지더니 3분기 84.8%, 4분기 82.2%로 급락했다. 정제시설 평균 가동률이 80% 초반으로 떨어진 것이다. 금융위기가 본격화된 2009년 이후 처음이다.

특히 국내 최대 정유사인 SK에너지는 줄어든 석유화학 제품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정제공장 가동률을 지속적으로 낮출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의 정유사업 자회사 SK에너지는 울산 정제공장 가동률을 이달 안에 기존 100%에서 85%까지 순차적으로 낮추기로 했다.

대중국 수출 활로가 여의치 않은 점도 악재다. 최근 2~3년간 중국 업체들이 앞다퉈 원유정제 공장 증설에 나선 탓이다. 국내 정유사들은 원유를 정제한 석유 제품의 약 20%를 중국에 수출해왔지만, 2019년 2분기 이후 수출량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제마진이 손익분기점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국내 업체들이 잇달아 공장 가동률을 낮추고 있다”면서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는데 최소 3개월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추가 감산합의도 무산돼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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