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韓·日, 9일부터 쌍방 입국제한...격랑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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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은 기자
입력 2020-03-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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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일, 상호 간 입국규제...무사증 입국 중단

  • 외교부 "방역 목적 아닌 외교적 조치" 대응

  • 한국, '맞불 대응'했지만 "국민 보건 최우선"

  • 정부, 日조치에 수출규제 때 유사하다 판단

  • 전문가들 "韓 조치, 양국 관계 도움 안돼"

코로나19 사태에 그간 잠잠했던 한·일 관계가 또 한 차례 분수령을 맞을 전망이다.

강제징용 해법·수출규제 철회 등을 두고 지난해 수교 이래 최악의 갈등 상황을 빚은 양국은 갑작스러운 코로나19 사태로 갈등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최근 쌍방을 향해 입국제한 카드를 꺼내 들면서 양국 관계가 또다시 악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진다. 특히 국내에 압류된 일본 전범기업 자산이 이른 시일 내 현금화될 것으로 관측돼 우려를 더하는 상황이다.

◆한·일 또다시 으르렁…제2의 수출규제 사태

 

일본 정부가 한국과 중국으로 연결되는 항공편의 이용을 오는 9일부터 사실상 금지키로 한 하네다공항 입국장의 8일 오후 전경.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영향으로 이미 중국 본토에서 들어오는 항공편의 대부분이 운항을 중단한 상황에서 규제 시작 전에 입국하는 일본인과 한국인 유학생 등의 모습이 두드러졌다. [사진=연합뉴스]


8일 외교부에 따르면 한·일 양국은 9일 0시부터 상호간 입국규제를 강화한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 5일 한국발(發) 입국자를 사실상 14일간 격리하고, 한국인에 대한 무비자 입국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정부는 일본 정부가 사전 협의 및 통보 과정을 거치지 않은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시하고 이번 조치를 방역 목적이 아닌 '외교적 조치'라고 판단, 상호주의에 입각한 대응 조치를 지난 6일 내놨다.

정부는 우선 일본인에 대한 비자 면제 조치와 이미 발급된 비자 효력을 마찬가지로 정지하고 현재 중국발 입국자를 대상으로 시행 중인 특별입국절차를 시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일본발 입국자는 △전용 입국장을 통한 발열 검사 △건강상태질문서 제출 △국내 연락처·주소 확인 등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일본 정부의 '14일간 대기' 방침보다는 강도가 약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 '맞불 대응'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데 대해 외교부는 "국민의 보건 및 안전을 최우선시한, 절제된 상응 조치"라고 일축했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방역 상 일본에 대한 입국 제한을 강화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고려가 내부적으로 검토되던 상황"이라며 "코로나19 확산으로 각국이 상호간 문턱을 높이고 있지만, 한국은 '문을 닫기보다 흐름을 통제한다'는 원칙 하에 대응하고 있다. 일본에 대해서도 이 같은 원칙에 따라 절제된 대응을 취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코로나19 사태 초기 일본 크루즈선에서 무더기로 확진자가 발생했고, 최근 일본 학계에서 일본 내 확진자가 1만명 이상 발생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 데 따른 대응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 "방역 관련 외교조치 아냐"…더 커진 갈등

 

한일 갈등. [그래픽=아주경제 편집팀]


그러나 정부는 이번 입국제한 조치가 일본이 지난해 7월 1일 한국 대법원의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보복성으로 취한 수출규제 강화와 유사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코로나19 대응 미숙으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지지층이 많이 약화하자 이를 수습하기 위한 국내정치적인 이유로 결정을 서둘렀다는 분석이다.

결국 이런 점을 고려한 정부의 대응 조치가 향후 양국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문가 의견이 다수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일본 조치도 문제가 있지만, 우리 정부 결정 또한 한·일 관계에 도움이 되는 상응 조치는 아니었다"며 "상호주의에 입각한 외교적 조치였지, 방역과 관련한 대응이 아니었다"고 평가했다.

윤 전 원장은 "기본적으로 한·일 관계에 신뢰가 있다면 방역 면에서 서로 협력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도 "비자 상호면제는 상호주의에 입각해 당연히 대응 조치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면서도 "일본 정부 대응에 외교적으로 접근한 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일본 지역사회 감염으로 인해 방역 차원에서 입국을 제한한다'는 입장으로 대응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신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부가 상호주의에 입각해 일본에 대응 조치를 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은 이해한다면서도 향후 불거질 양국 갈등에 대해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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