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후 하이난(海南)성은 가장 먼저 부동산 규제 고삐를 조였다. 하이난성은 지난 7일 안거형 주택(安居型, 저소득층 전용 주택) 시범 건설, 현지인 3주택 구매 제한, 후분양제(現房銷售) 시행 등을 골자로 하는 부동산 규제책을 내놓았다고 중국 재경망 등 현지 언론이 8일 보도했다.
후분양제는 부동산업자들이 아파트를 짓기 전 분양을 하는 것과 달리, 아파트 건설이 거의 마무리된 후 분양을 하는 제도다. 중국 지방정부에선 하이난성이 최초로 시행하는 것이다. 그동안 입주자 선분양으로 확보한 자금으로 사실상 주택을 건설해왔던 부동산업체로선 후분양제 실시로 자금 압박에 직면할 수 있다.
이는 앞서 다른 지방정부가 코로나19 사태로 자금난에 직면한 부동산 업계를 위해 세금 납부 연장, 대출자금 지원, 토지양도금 분할 납부 등으로 부동산 업체 자금난을 해소해주려는 노력과 반대되는 움직임이다.
하이난성의 이번 정책이 부동산 규제에 실질적으로 커다란 영향은 미치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장다웨이 중위안부동산 수석 애널리스트는 "하이난성 주민의 3주택 구매 수요는 원래 적은 데다가, 현재 정책 아래선 1인 가구의 2주택 구매도 가능한만큼 그닥 엄격한 조치는 아니다고 봤다. 게다가 후분양제 시행 대상은 미래 양도받는 토지인만큼, 현재 부동산업자들이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토지에는 아무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도 지적했다.
하이난성은 중국에서 택지 재고량이 제일 많은 지역이다. 지난해 개발 이전의 유휴 택지면적만 3만무(畝, 1무=666.7㎡)에 달했다. 그런데 이 어마어마한 물량이 이번 후분양제 대상에서는 빠졌다.
이처럼 규제 효과가 미미함에도 불구하고 하이난성의 부동산 규제 강화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재경망은 분석했다.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에도 중국이 부동산으로 경기를 부양하지 않을 것이란 신호를 명확하게 내비쳤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것.
이에 일부 지방정부에선 부동산 규제 고삐를 완화하는 조짐이 속속 포착됐다. 허난성 주마뎬은 코로나19 사태 발발 후 지방정부 중 가장 먼저 1주택 주택공적금(장기주택적금) 대출 선불 계약금 비율을 낮추는 등 규제 완화 조치를 내놓았다가 곧바로 철회했다. 부동산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며 허난성 정부로부터 경고도 받았다. 광둥성 광저우도 아파트 구매 규제령를 풀자마자 하루 만에 이를 중단했다.
이는 중국 정부가 그만큼 부동산 시장 규제 의지가 강력하다는 걸 보여준다. 실제로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통화정책 보고서에서도 "부동산은 거주용이지 투기용이 아니다", "부동산을 단기적 경기부양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인민은행은 지난달 주택 담보대출금리의 실질적 기준이 되는 5년물 대출우대금리(LPR)도 0.05% 포인트 '찔끔' 인하하는 데 그쳤다. 1년물 LPR 금리를 0.1% 포인트 인하한 것과 비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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