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단계로 접어들자 중국이 각국의 방역 조치를 비판하며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 세계의 비난이 중국에 집중될 것을 우려한 자기 방어적 행태다.
9일 관영 신화통신은 세계보건기구(WHO)의 전날 발표를 인용해 중국 외에 코로나19의 영향을 받는 국가·지역이 100곳을 넘었다고 전했다.
현재 101개 국가와 지역에서 코로나19가 발병했고 누적 확진자는 2만4727명, 사망자는 484명을 기록 중이다.
코로나19 진원지로 알려진 중국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자 중국 언론들은 적극적인 반박에 나서며 각국의 방역 조치가 미흡하다고 질타했다.
환구시보는 이날 사평(社評·사설)에서 미국을 겨냥해 "일부 정치인들은 국내 방역에 집중하는 대신 중국을 비난하고 베이징에 책임을 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최근 '우한 바이러스'나 '우한 코로나바이러스' 등의 언급을 한 데 대해 "WHO는 코로나19에 지역 태그를 붙이는 걸 공개적으로 반대했고 각국의 정치인과 언론이 이를 준수했다"며 "(폼페이오 장관의 표현은) 중국을 탓하는 여론을 조성하려는 것"이라고 발끈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향하는 항공편 운항을 가장 먼저 중단했지만 그 외에 어떤 준비를 했는가"라며 "오히려 양당(공화당·민주당)은 '슈퍼 화요일'에 인파가 밀접 접촉하는 정치 행사를 강행했다"고 꼬집었다.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하고 있는 유럽 지역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주프랑스 중국대사관은 지난 7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최근 중국 유학생들이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착용했다가 150유로의 벌금 처분을 받았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현지 경찰과 법조계에 문의한 결과 경찰을 사칭한 이들의 소행이며 건강을 위해 마스크를 쓰는 건 위법이 아니다"라고 공지했다.
불법ㆍ과격 시위를 막기 위한 '복면 금지법'을 악용한 사기 행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사관 측은 "방역 당국 직원을 사칭해 중국인의 집에 침입한 뒤 강도 짓을 벌이는 일도 벌어졌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이에 대해 매일경제신문 등 중국 매체는 "대부분의 프랑스인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등 코로나19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편이지만 정부의 방역 정책이 철저하지 않다는 불만도 크다"며 "프랑스 정부는 오는 15일 치러지는 지방 선거도 그대로 강행하겠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유럽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는 것은 중국으로부터의 유입 때문이 아니라 자국 내 방역 조치가 부족한 탓이라는 주장이다.
코로나19가 대유행하는 국가와의 교류·협력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란에서 호텔을 경영하는 왕쥔(王俊)씨는 환구시보에 기고한 글에서 "코로나19 사태 초기에는 중국에 대한 오해 때문에 낙담하기도 했지만 점차 더 많은 이란인들이 '함께 힘내자'고 한다"며 "중국에서 지원이 쇄도하자 이란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환영의 글이 넘쳐 난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인들은 테헤란 내 중국 식당이 방역을 위해 휴업한 것을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전염병 예방과 경계에 소홀했던 게 사실"이라며 "한 달 뒤에는 테헤란에서도 떠들썩한 분위기가 사라졌다"고 전했다.
이어 "이란의 한 지인은 '중국이 손을 내밀면 이란은 희망이 있다'고 말한다"며 "가장 감동했던 건 '중국을 사랑한다'는 이란 누리꾼들의 글을 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중국 소식통은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중국을 향한 비난이 거세질수록 책임을 회피하려는 행태도 더 노골화할 수 있다"고 전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