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통화가치에 신흥국 중앙은행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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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미 기자
입력 2020-03-10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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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에 유가폭락 겹치면서 신흥국 통화가치 줄추락

  • "신흥국 통화가치 무너지면서 금리인하 결정 어려워져"

코로나19 확산으로 위험자산 투심이 악화한 상황에서 국제유가 폭락이 겹치면서 경기 부양을 고민하던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딜레마에 빠졌다.

위험자산 투심 악화로 신흥국 통화가치가 추락하는 상황에서 성장률을 끌어올리겠다고 통화 부양책을 내놓았다간 자본유출이 가속하고 통화가치가 더 떨어지는 역풍이 불 수 있어서다.

당초 신흥국 중앙은행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세계적인 경기둔화에 대응해 미국이 주도하는 금리인하 대열에 합류해 통화완화 정책을 펼 것으로 예상돼왔다. 그러나 유가 폭락이 신흥국 통화가치에 직격탄을 날리면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피치솔루션의 세드릭 체햅 글로벌 전략가는 9일(현지시간) CNBC 인터뷰에서 "신흥국 중앙은행들은 한편으로 큰 폭의 통화가치 하락에, 다른 한편으론 성장둔화에 직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금리를 내렸다간 자본유출을 부추기면서 통화가치를 더 떨어뜨릴 위험이 있고, 그렇다고 지켜보자니 성장악화가 불가피한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졌다는 것이다. "많은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당분간 이런 정책 딜레마에 갇히게 될 것이라고 본다"고 그는 덧붙였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위험자산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신흥국 자산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자금유입도 뚝 떨어졌다. 로이터가 국제금융협회(IIF)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2월 신흥국으로 흘러들어간 투자액은 34억 달러로 전월비 90%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국제유가 결정권을 둘러싼 치킨게임을 시작하면서 신흥국 통화는 직격탄을 맞았다. 9일 러시아 루블화 가치는 미국 달러를 상대로 6% 넘게 추락했다. 중남미 산유국 통화가치도 박살이 났다. 멕시코 페소가 달러 대비 5% 미끄러지며 3년 만의 최저로 곤두박질쳤다. 콜롬비아 페소 가치는 역대 최대폭인 6.29% 고꾸라졌고, 브라질 헤알은 중앙은행의 시장 개입에도 2% 미끄러졌다. 인도네시아 루피아도 1% 밀려났다.

일각에선 유가 하락이 원유 순수입국인 중국이나 인도 경제에 도움이 되리라는 주장도 있긴 하다. 그러나 미즈호증권의 비쉬누 바라탄 전략가는 "유가 폭락으로 신용 리스크가 증가하고 금융시장 불안이 커지는 상황을 감안할 때 그 어떤 국가라도 유가 하락을 호재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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