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 속 빛나는 중국 블록체인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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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지 기자
입력 2020-03-12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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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 수집·모니터링...방역 관리 활용

  • 구호물품 기부자, 집행과정 한눈에 확인

  • 첫 관련 표준 규범 발표...길라잡이 역할

  • 中시장 규모 2022년 784억원 돌파 전망

"후베이성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 사태가 하루빨리 잠잠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중국 블록체인 스타트업 '취롄커지(趣鏈科技·하이퍼체인)'를 통해 소액 기부를 했다. 집 밖을 나가지 않아도 쉽게 기부를 할 수 있고, 기부금 집행 과정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어 좋다." 

중국 광둥성 광저우에 사는 장(張)모씨가 최근 기자에게 중국판 카카오톡 위챗을 통해 한 말이다. 취롄커지는 블록체인 기술의 특징인 투명성을 통해 기부한 물품이나 자금이 제대로 전달됐는지 언제든지 확인 가능하다. 필요한 경우 블록체인 구호물품 전달 영수증도 제공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中, 코로나19 사태도 블록체인 활용

블록체인이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할 수 있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블록체인의 장점인 빠른 이력 추적과 투명한 데이터 확보 등이 바이러스 퇴치에 효과적이라는 판단이다.

블록체인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인공지능(AI), 클라우드컴퓨팅, 빅데이터 등과 함께 중요 핵심기술 중 하나로 꼽힌다. 공공거래 장부라고도 불리는 블록체인은 중앙서버(대형 컴퓨터)가 아닌, 거래에 참여하는 모든 사용자 컴퓨터에 실시간으로 거래 내역을 남김으로써 누구나 거래 과정의 문제를 즉시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수많은 복사본을 한꺼번에 조작하는 것도, 중앙서버를 해킹하는 것도 불가능해 가장 안전한 보안 기술로 꼽힌다.

코로나19가 최근 급격하게 확산돼 비접촉해야 되는 상황 속에서 블록체인 서비스 활용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 매체 제일재경(第一財經)에 따르면 진젠 중국정보통신연구원 공업인터넷 및 사물인터넷 연구소 소장은 최근 상하이 블록체인기술연구센터, 상하이금융정보업계협회 등이 주관한 블록체인 관련 공익 생방송에서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데 블록체인이 한몫했다"며 "구호물품 기부자와 코로나19 확진자 간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동시에, 코로나19로 접촉을 줄여야 하는 상황 속에서 블록체인의 활용도가 점차 높아졌다"고 밝혔다. 

그는 '블록체인 및 산업인터넷망'을 주제로 최첨단 기술을 이용한 코로나19 방역 상황을 설명하면서 주로 방역 작업, 의료, 금융, 공익 등 다양한 분야에서 블록체인 기술 접목이 시도되고 있다고 전했다.

대표적으로 즈두커지가 개발한 블록체인 기반 코로나19 방역 관리 시스템인 '추루퉁(出入通)'과 알리바바클라우드, 산둥재경대학 블록체인금융센터가 공동 개발한 '블록체인 코로나19 수집·모니터링 시스템'이 있다. 

추루퉁은 공공기관의 방역작업에 사용되는 것으로, 유동인구나 차량 이동이 많은 곳에서 사람을 대신해 오가는 사람 정보를 수집 및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스마트 인식 등을 거치면 개인정보에 대한 디지털 문서가 자동으로 생성된다. 한번 생성된 정보는 이후 자동으로 관리된다.

블록체인 코로나19 수집·모니터링 시스템은 대학기관이 사용하는 것으로, 각 대학이 방학이 끝나고 학교로 돌아오는 학생들을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이 밖에 중국 최대 통신사 차이나모바일은 방역 추출조사나 모니터링 작업을 위한 '블록체인+코로나19 방역' 앱 등도 출시했다. 차이나유니콤은 감염 우려에 직장에 출근하지 않고 업무를 보는 재택근무가 늘자 블록체인 기반 원격 업무 플랫폼을 선보였다. 
 

중국 첫 금융산업 블록체인 표준인 '금융 분산원장기술 보안 규범. [사진=인민은행 캡처]

◆중국, 첫 블록체인 금융 보안 규범 출범

중국은 블록체인을 광범위하게 활용하고 있다. 특히 금융 분야에서의 활용이 두드러졌다. 이에 최근 중국 당국은 금융분야에서 블록체인 보안을 한층 더 강화하기 위해 관련 표준 규범을 발표했다.

9일 중국 경제 매체 진룽제(金融界)에 따르면 중국 인민은행 디지털화폐연구소는 핵심 기술에 대한 보안 규범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중국 첫 금융산업 블록체인 표준인 '금융 분산원장기술 보안 규범'을 발표했다.

분산원장기술은 인터넷에서 서로 알지 못하는 다수의 상대방과 거래할 때 중개기관의 개입이 없는 '탈중앙화된 정보공유 저장기술'을 말한다. 분산원장기술을 활용하려면 금융기관이 구축과 유지보수 과정에서 적절한 보안 요구를 지킬 수 있도록 핵심 기술의 보안 규범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분산원장기술을 대규모로 응용해도 '보안의 사각지대'를 없애고 정보 보안 역량을 갖춰 블록체인 산업 활성화를 촉진하는 것이다.

규범 초안 작업은 인민은행이 주도하고 중국공상은행, 농업은행, 중국은행 등 중국 주요 은행과 감독기관이 참여했다. 또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징둥닷컴 등 중국 정보통신(IT) 공룡기업도 참여했다.

이와 관련해 자오펑 징둥수커(京東數科) 부총재는 "인민은행이 규범을 발표한 건 이정표적 사건"이라면서 "이는 중국 내 블록체인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몇 년 동안 블록체인 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해 왔지만 뚜렷한 규범이 없었는데, 중국이 적절한 시기에 규범을 내세우면서 길라잡이 역할을 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래픽=아주경제]

◆중국 블록체인 시장 규모, 2022년 784억원 돌파 예상

전 세계 국가와 기업들이 블록체인 사업에 이미 뛰어들었으며, 중국도 일찍이 국가 차원에서 블록체인을 지원해왔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2016년 10월 '중국 블록체인 기술과 응용발전 백서'를 발표하고, 같은 해 12월 국무원이 내놓은 13차 5개년 국가정보화규획(2015~2020년)에도 블록체인을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컴퓨팅, 빅데이터, AI 등과 함께 중점 육성해야 할 신기술에 포함시켰다. 국무원은 이듬해에만 모두 네 차례나 문건을 통해 블록체인 기술을 강조했다. 

지난해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블록체인을 핵심기술로 삼아 자주 혁신의 중요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며 블록체인 산업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을 강조하기도 했다. 

중국 IT 기업들도 블록체인 개발에 적극 나섰다. 텐센트는 건축물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세계 첫 건축 자재 블록체인 플랫폼을 출시했다. 알리바바는 자체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블록체인 기반 해외송금서비스는 물론 보험금, 의료데이터 공유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지원사격과 기업의 적극성에 힘입어 중국 블록체인 시장도 빠르게 성장 중이다. 중국 첸잔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1년 600만 위안(약 10억원)에 불과했던 중국 블록체인 시장 규모는 2018년 7년 만에 6700만 위안으로 10배 넘게 뛰었다. 지난해는 1억1200만 위안, 올해는 1억7300만 위안, 2022년에는 4억5900만 위안에 이를 전망이다.

뤼팅제 베이징우전대학 교수는 "중국이 블록체인 분야에서 세계를 이끌어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하지만 블록체인의 상업용 혁신에서 성공을 거두고, 사람들의 업무 및 생활을 더욱 윤택하게 할 수 있도록 더 다양한 분야에서 블록체인을 활용해야만 중국이 세계 일류라고 자부할 수 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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