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연설 "부양은 모자랐고 제한은 지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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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숙 국제경제팀 팀장
입력 2020-03-12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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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NN "트럼프 대통령 아직 사태 제대로 파악 못해"

  • 급여세 감세 등 시장이 원한 경제 부양책 안나와

  • 유럽발 입국제한 글로벌 경제 더 위축시킬 수도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위험한 리스크 중 하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와 관련해 11일(이하 현지시간) 대국민 연설에 나섰다. 그러나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연설 뒤 금융시장은 급락하면서 대혼란에 빠졌다.

전문가들과 시장은 일제히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에 정작 중요한 보건·경제 대책이 빠졌다고 지적했다. 대신 대서양에 장벽을 세워 글로벌 경제 위험을 되레 높였다는 비판이 나왔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19 팬데믹 선언에 이어 나온 연설의 핵심은 유럽발 여행 제한이었다. 급여세 감세 등의 경제부양 패키지를 기대했던 글로벌 시장은 당장 '연쇄 급락'으로 반응했다. 미국 뉴욕증시 선물을 비롯해 아시아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블룸버그는 "연설이 새로운 위험자산 엑소더스를 불러왔다"고 평가했다.  

◆"트럼프가 가장 큰 리스크"··· 공중보건을 위한 구체적 대책 없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우리는 엄청난 속도와 전문성으로 (코로나19에)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적절한 대책은 언급되지 않았다.

로이터통신은 연설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큰 리스크 중 하나"라고 혹평하기도 했다. 상황을 안정시킬 수 있는 구체적 부양이나 보건 정책은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대신 유럽이 코로나19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면서 30일간 국경을 닫겠다는 깜짝 여행 제한책만을 내놓았다. 

통신은 "소상공인을 위한 500억 달러 대출 지원책은 좋았지만, 국민들의 건강 유지를 위한 보건 정책은 부족했다"면서 "연설은 혼재된 메시지와 유럽 여행 제한에만 초점을 뒀으며, 진단과 해법 중 어느 것 하나도 주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CNN 정치선임기자인 크리스 실리자는 "이번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위기가 닥치면 늘 하던 대로 타인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외국인 혐오만을 강조했다"면서 "아직도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미국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 중 하나는 코로나19 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검사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도 하지 않았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어려운 상황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유럽발 입국 금지를 통해) 외부로 주의를 돌리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는 국가들에서 취하고 있는 대규모 집회 금지 등 대응 방안이 없었다는 것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매뉴라이프투자운용의 수 트린(Sue Trinh) 글로벌 거시전락가는 블룸버그에 "(연설에서는) 대형집회 금지, 검사 증가, 사회적 거리두기 등 코로나 유행을 막기 위한 아무런 대책이 없었다. 그저 유럽의 적대감만 키웠다"고 강조했다.

현재 미국에서도 확진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때문에 이처럼 극단적 국경 봉쇄에도 상황이 진정되지 않을 경우,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비판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외신은 진단했다. 

◆위험자산 엑소더스··· 시장이 기다리는 다음 대응책은? 

트럼프 대통령 연설 직후 글로벌 금융시장은 크게 흔들렸다. 뉴욕증시 주요지수의 선물은 급락했으며, 개장해 있던 아시아 증시도 줄줄이 하락했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로 새로운 위험자산 엑소더스가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같은 시장의 반응은 미국의 부양 정책이 부족했다는 것을 뜻하며, 트럼프 정부가 아직 시장 참여자들의 마음을 읽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기대했던 부양 없이 여행 제한만 나온 것이 시장의 불안을 부추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럽과의 교류가 급격히 줄면서 글로벌 경제의 충격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위축된 항공산업은 더욱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CNBC 등 외신은 지적했다. 

온라인 외환플랫폼인 악시코의 스티븐 이네스 전략가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은 시장에 또 다른 매도 신호"라면서 "미국 내 이동 제한에 대한 언급이 있었더라면 시장은 다소 진정됐겠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를 아시아와 유럽의 일로만 치부했다"고 비판했다. 

이네스 전략가는 "현재로서는 위험자산 투매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연설 이후 미국 내 외환시장과 국채시장의 움직임은 글로벌 경기 둔화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는 지적도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 의원들에게 급여세 완전 면제를 제안했지만, 이는 면제되는 세금이 8000억 달러(약 950조원) 규모로 의회의 지지를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민주, 공화 양당 의원들은 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보는 시간제 노동자들이나 여행업계 등에 대한 '표적화된' 조치를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ING의 아시아·태평양 수석 경제학자이자 연구책임자인 로버트 카넬(Robert Carnell)은 블룸버그에 "현재와 같은 정치지형에서 트럼프가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면서 "세금납부 유예는 기업들의 현금흐름을 원활히 해주면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카넬은 "오늘 내놓은 것이 가장 공격적이고 광범위한 대응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에 시장은 (정부의 대응 능력에) 의구심을 품을 수밖에 없다"면서 "유럽 여행 금지는 미국에서 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매우 논란이 될 수 있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일(현지시간) 노스캐롤라이나 주 샬럿에서 대선 유세를 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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