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발 불황 위기..."V자 회복 기대 물 건너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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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미 기자
입력 2020-03-13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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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유럽 전역에서 코로나19 급속 확산

  • 인적 물적 이동 제한에 수요 침체 불가피

  • '전염병 못 잡으면 경제 불황 장기화' 경고

코로나19가 세계적인 대유행(팬데믹) 단계로 들어서면서 글로벌 경제가 불황에 빠질 위험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인적·물적 이동이 차단되면서 실물 경기가 빠르게 얼어붙고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유럽 26개국에서 미국행 입국을 제한하는 전례없는 조처에 나섰고, 이탈리아 정부는 식료품점과 약국을 제외한 모든 소매업체에 임시 휴업령을 내렸다. 인도는 사실상 외국인 입국을 금지했고, 아일랜드에서는 지역 봉쇄령이 떨어졌다. 

세계 곳곳에 휴교령이 내려졌고, 아마존, 트위터 등 글로벌 기업들은 직원들에 재택 근무를 권고하고 있다. 뉴욕에선 500명 이상 인파가 모이는 행사가 전부 금지돼 브로드웨이에 불이 꺼졌다. 미국프로농구(NBA) 시즌이 최소 한 달 중단됐으며 도쿄올림픽 개최도 불투명한 실정이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도시를 봉쇄하고 항공편을 끊고 대규모 행사를 취소하는 이같은 조치들은 물품과 서비스 수요에 찬물을 뿌리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생필품 사재기는 소비자들이 당분간 집에 머무르면서 돈을 쓰지 않겠다는 의미나 마찬가지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충격이 단기에 그칠 것이라던 예상은 2008년 금융위기와 같은 세계적인 경기침체에 빠질지 모른다는 우려로 바뀌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12일 보도했다. 

지난달 2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 있는 두오모 성당 앞 광장의 모습. 평소 관광객들로 붐비는 명소지만 코로나19 우려로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썰렁한 모습이다. [사진=AP·연합뉴스]


언제 어떤 충격을 남기고 끝날지 모르는 전염병 공포 앞에 금융시장도 크게 동요하고 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19거래일 만에 고속으로 약세장에 돌입한 다우지수는 12일 하루에만 9.9% 더 미끄러지며 1987년 '검은 월요일' 이후 최악의 일일 하락률을 기록했다.

모건스탠리 이코노미스트들은 최신 보고서에서 바이러스가 "글로벌 경제를 뒤집어놓고 금융시장 혼란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다"면서 "전방위적인 글로벌 경기침체 위험"을 경고했다.

불과 몇 주 전 코로나19가 중국을 중심으로 머물렀을 때와는 사뭇 다른 전망이다. 당시만 해도 전문가들은 중국에서 바이러스 확산세가 잡히면 경제 충격도 빠르게 완화해 V자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했다. 1분기 경제가 크게 악화하더라도 2분기면 가파르게 회복하리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었다.

그러나 이제 미국과 유럽 전역에서 코로나19가 통제 불능 상황으로 악화하면서 경제 충격이 전방위로 번질 것이라는 우려가 부쩍 높아졌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와 같은 세계적인 경기침체 경고도 적지 않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일찍부터 코로나19 사태에 신속히 대응하지 않으면 10여년 전 금융위기와 같은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놨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블룸버그 기고를 통해 코로나19는 현 세기에 가장 심각한 위기로 기록될 가능성이 있으며, 미국이 침체에 빠질 확률이 80%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올해 1분기 경기 위축 가능성이 거론되며,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경제 모델은 미국이 1년 안에 11년 경기 확장세를 종결할 가능성을 53%로 보여주고 있다.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은 지난해 4분기 경제가 역성장 했거나 제자리걸음 했는데, 올해 1분기에도 역성장세를 이어갈 공산이 크다. 

한 나라의 내수가 회복해도 대외 수요 침체에 부딪히는 악순환에 빠질 위험도 있다. 일례로 중국은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한 자릿수로 줄어들면서 사실상 종결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대외 수요가 계속 부진할 경우 제조업과 수출이 살아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과 캐나다 중앙은행, 영란은행, 유럽중앙은행(ECB) 등 주요국 통화정책 당국은 금융위기 당시에 썼던 기준금리 인하나 자산매입 확대 같은 유동성 공급 조치를 잇따라 내놓았지만 시장엔 좀처럼 통하지 않는 모습이다.

전 국제통화기금(IMF) 이코노미스트였던 타이무르 바이그 DBS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그 이유를 전염병 팬데믹이 수반하는 큰 불확실성에서 찾고 있다.

그는 "2008~2009년은 전형적인 금융위기로서 금융시스템을 고치고 유동성을 투입하면 되는 문제였다. 그러나 바이러스 팬데믹은 차원이 다르다. 팬데믹은 엄청난 불확실성을 야기하며 통제하기도 어렵다. 팬데믹이 금융위기보다 더 걱정스러운 이유"라고 설명했다. 

JP모건은 이번 주 투자노트를 통해 "경제심리를 회복하기 위해선 우선 바이러스 확산이 진정돼야 하며, 정책 당국자들의 강력하고 창의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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