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안 들으면 자른다"...추경 '파열음' 정치 문제로 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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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신 기자
입력 2020-03-13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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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경 증액 갈등...여권, 홍남기 부총리 거취로 압박

  • 홍 부총리 '자리 연연하지 않는다'고 맞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당정이 파열음을 내고 있다. 어려운 시기를 잘 이겨내려는 마음이다. 하지만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생산적인 논의가 아닌 정치 문제로 비화하고 있다.

첫 시작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서 시작됐다. 이 대표는 지난 11일 비공개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추가경정예산(추경) 증액에 난색을 보인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이렇게 소극적으로 나오면 나라도 물러나라고 할 수 있다"고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에게 직접적인 경질 권한은 없다. 대신 집권 여당이 해임을 건의할 수 있다. 이 발언이 논란이 되자 김성환 당대표 비서실장은 "비상 상황에서 너무 보수적으로 (재정정책을) 하는 것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며 "경질하겠다는 이야기는 아니다"라고 진화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사진=연합뉴스]

이에 별다른 입장을 보이지 않던 홍남기 부총리는 12일 밤 10시가 넘어서 자신의 페이스북에 "코로나19 위기를 이겨내려고 사투 중인데 갑자기 거취 논란이 불거졌다"며 "혹여나 자리에 연연해하는 사람으로 비칠까 걱정이다"고 글을 올렸다. 

여당이 요구하는 추경 증액에 반대하는 입장을 다시금 내비쳤다. 홍 부총리는 "국회 추경예산 심의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며 "기재부는 어려운 계층 지원도, 경제 살리기도, 재정지원의 합리성과 형평성도, 그리고 재정 건전성과 여력까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정부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11조7000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지원 예산이 부족하다며 6조3000억~6조7000억원가량 증액 논의가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기재부가 재정 건전성을 이유로 어렵다는 의견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기재부는 국가 재정과 예산을 관장하는 부처다.

의견 대립이 이어지자 여권이 '홍남기 해임'을 거론하면서 파국으로 치달았다. 여권 한 관계자는 "뜻대로 안 된다는 이유로 재정 당국의 수장을 협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국회에서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3일 홍 부총리에게 힘을 실어주는 발언을 한 것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이 대표는 코로나19 국난 극복위 회의에서 "코로나19 발발 초기 질병관리본부 중심의 ‘워룸’이 가동됐다면, 지금은 경제사령탑을 신뢰하면서 경제 전선 워룸을 가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

기재부가 증액에 부정적인 견해를 고수하는 것은 하기 싫어서가 아니다. 재정 여건이 증액을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 상황은 연봉 4000만원인 홍길동이 형편이 어려운 동생에게 2000만원 빚을 내 도와줬더니, 그걸로는 모자란다며 3000만원 더 내놓으라는 것에 빗댈 수 있다. 

추경은 적정한 규모로 이뤄지면 경기에 처방이 되지만, 적자국채 발행을 통한 무리한 추경 증액은 독이 될 수 있다. 당장은 숨통이 트이지만, 후대가 막대한 빚을 떠안길 수 있다.

현재 나라 곳간 상황은 좋지 않다. 재정 건전성 지표인 관리재정수지가 올해 1월 적자를 기록했다. 새해 첫 달부터 세수 '펑크'가 발생한 것은 월별 재정수지 집계를 시작한 2011년 이후 처음이다. 세금은 1년 전보다 6000억원이나 덜 걷혔는데 씀씀이가 늘어난 데 따른다. 이런 상황에서 추경까지 편성하게 돼 올해 재정 건전성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 한 관계자는 "경제적·심리적으로 지쳐있는 국민에게 당정의 신경전이 좋게 보이지 않을 것"이라며 "추경 증액을 청와대와 국회가 찬성한 상황에서 정부가 반대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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